사인회를 준비한 출판사에서 마련해주신 선물들, 그리고 광화문 교보문고의 브런치 부스에서 얻을 수 있는 미니 엽서
"하얗게 지새우던 밤, 몸이 늘어질 때까지 뒹굴던 방바닥, 까닭 없이 가라앉는 기분의 끝까지 내려가 보는 것. 이제 와 생각하면 그 모든 무용한 것들이 내 글의 힘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170쪽, '꿋꿋하다'에서)
지난 겨울의 끝무렵부터는 글을 쓸 때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단어라 해도 사전적 정의를 한 번쯤 찾아보는 버릇이 생겼다. 비슷한 말들을 떠올릴 때에도 (예: 명료, 명확, 명쾌, 명징, ...) 각각의 뜻을 보게 된다. 비슷함은 같음이 아니어서 단어마다의 고유하고 유일한 쓰임새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단어들을 눈여겨보게 된 계기 중 하나는 바로 이 책, 『당신의 사전』이라고 하겠다. 버금 작가 님을 알게 된 건 내게는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 이전에 '리스본 독서실'이었다. 책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해 또 다른 책으로, 또 다른 이야기로 향하는 과정에는 축하와 응원 같은 단어가 있었겠다.
『당신의 사전』은 마음을 표현하는 마흔일곱 개의 단어를 중심으로 저자의 경험과 생각들을 담은 책이다. 너무 내밀하고 사적인 이야기는 아닐까 하는 염려를 하지 않아도 좋다. 한 단어로 표현된 마음이어도 거기에는 모두에게 저마다의 의미가 있으므로. 정리되지 않고 떨쳐내기 힘든 감정들 때문에 밤늦도록 깨어 있거나 한낮에도 침잠해 있던 적 한 번쯤 있다면,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들여다보기 위해 써 내려간 저자의 마음들에 공감할 수 있겠으므로.
김버금 작가님의 사인(2019년 9월, 그리고 2019년 2월!)
쓰는 사람에게 매 순간 힘이 되는 일은 글쓰기의 핵심이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음을 잊지 않는 것,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의 과정을 지켜보는 것에 있다. 글만으로 그 너머에 담긴 작가의 노력과 마음을 다 헤아릴 수는 없겠다. 다만 관계로부터, 일상으로부터,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감정들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고 쓰는 행위를 통해 깊이 들여다보고 어루만지는 이가 있다는 사실과, 그의 글을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우리가 소중한 마음을 낭비하지 않는 일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만 알기보다 주변에도 많이 알려주고 싶은 책. 내용만이 아니라 구성과 편집에도 공들인 책을 만나는 기쁨.
"그날 나는 엄마의 비밀을 하나 알았고 엄마도 모르는 나의 비밀을 하나 품었다. 비밀을 먹고 무럭무럭 자란 나는 어느덧 어둑한 자정 무렵에 일기를 쓰는 어른이 되었고, 일기에도 쓰지 못하는 비밀들은 가슴에 따로 품고 삭이며 산다. 저녁을 짓고 둥글게 모여 앉아 밥그릇을 긁는 시간보다 어스름한 밤의 공기를 남몰래 견디는 시간처럼. 시시콜콜한, 너무나 시시콜콜한 비밀은 서늘할 만큼 쓸쓸하다. 키 대신 마음만 훌쩍 자랐던 밤이었다."
(43쪽, '쓸쓸하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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