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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May 22. 2019

영화에 별점을 남기면 그걸로 책도 살 수 있다!

왓챠의 '콘텐츠 프로토콜'에 대한 끼적

내 왓챠 계정 '마이페이지' 화면.

왓챠에서 몇 개월 전부터 만들어가고 있는 '콘텐츠 프로토콜'을 주목하고 있었다. 단순히 영화에 대해 별점을 매기거나 코멘트를 남기는 등의 '활동'들을, 블록체인 기술과 접목해 사용자들에게 일종의 보상으로 지급하는 것. '콘텐츠 생태계에 기여한 만큼 받게 되는 보상'이라는 건데, 왓챠는 작년 연말에 'CPT'라는 가상화폐 단위를 선보이며 사용자들에게 1차 보상을 시작했고 이번에 2차 보상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1차 때는 단순히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다른 단위나 원화로 환전이 가능하게 만든 정도였다면, 이번 2차 때는 아예 영화나 공연, 도서 등의 문화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CPT 스토어'를 선보였다.


'콘텐츠 프로토콜'이 공개되기 이전부터, 왓챠가 블록체인 전문가와 개발자, 빅데이터 분석가들을 중점으로 채용하기 시작했을 때 누군가는 '저들이 무얼 하려고 저러나' 싶기도 했을 것이다. 일정한 궤도에 올랐다기보다는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게는 이건 단지 이용자를 위한 보상에 그치지 않고 문화 콘텐츠 업계에 있어 하나의 큰 걸음으로 다가온다.


최대 4,000 CPT까지 받을 수 있는 이번 2차 보상에서 나는 3,844의 CPT를 새로 얻었다. (일정 시점마다 주기적으로 활동 내역에 따른 보상이 이루어질 예정) 지난 1차 때는 23,755 CPT를 받았고 딱히 고민 없이 그걸 15만 원 가량으로 환전했다. 그 돈을 정확히 어디에 썼는지 상세히 기억하진 못하지만 물론 영화를 보거나 책을 사거나 커피를 마시는 등 소비 활동을 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좀 더 실질적으로 문화적인 사용을 해보기로 했다. 알라딘 상품권을 교환하기로 한 것. 그리하여 알라딘 1만원 상품권 세 장을 샀고, (예스24의) 장바구니에 있던 책 몇 권을 알라딘으로 옮겨 구입했다.




CPT로 교환받은 알라딘 상품권으로 구입한 책과 잡지.


요컨대, 왓챠 앱에서 영화 별점을 남기는 등의 활동을 통해서 나는 CPT를 얻었고, 그걸로 알라딘 상품권을 교환해 책을 샀다. 상품권은 알라딘에서 캐시 형태로 충전했다. 구입한 책은 은행나무 출판사의 문학잡지 『악스트』(좋아하는 김금희 작가님 커버여서 산 것이 맞다!)와, 테드 창의 신작 소설집 『숨』, 그리고 문학동네의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왓챠 앱에서 별점을 남기고 코멘트를 쓰고, 왓챠플레이에서 콘텐츠를 감상하는 등의 행위가 일정 주기마다, 활동 실적에 따라 '토큰'이 되는 것이다. 그 토큰은 일종의 화폐로서 문화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쓸 수 있는 것이고.


왓챠의 콘텐츠 프로토콜 구조. (콘텐츠 프로토콜 홈페이지에서 캡처)


왓챠는 현재 450만 명이 넘는 회원과 4억 개가 넘는 별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콘텐츠 공급자는 자신이 만든 콘텐츠에 대한 평가 및 감상 데이터를 확보해 그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고, 사용자는 자신이 소비한 콘텐츠에 대한 감상과 평가를 남기는 활동을 통해 그 활동 실적에 따른 보상을 받는다. 이렇게 문화 콘텐츠의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CPT스토어에서는 현재 CPT를 이용해 왓챠플레이 이용권, 메가박스 예매권, 알라딘 상품권 등을 교환할 수 있다. (예스24 상품권도 추가해주세요,,, 속닥속닥,,,?)


CPT스토어 오픈 초기인 지금 CPT로 교환받을 수 있는 건 왓챠플레이 이용권, 메가박스 예매권, 인터파크와 알라딘 상품권, 콘텐츠 감상 및 소비를 위한 일부 전자기기(LG전자 노트북, 시네빔, 포터블 스피커 등) 종류다. 이 생태계가 잘 정착될수록 CPT를 통해서 사용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점점 풍부해질 것이다.


몇 년 전에 썼던 한 입사지원서에 "영화산업의 전문인이 되는 것을 넘어 영화 콘텐츠를 소비하고 향유하는 개개인의 취향과 관심사를 좀 더 잘 이해하고 싶다"라고 쓴 적 있다. 문화와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고 이용하는 게 무슨 쓸모가 있느냐고 물을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자신이 본 영화에 대해 기록을 남기고, 자신의 감상을 타인과 나누는 사유와 향유, 공유의 행위들을 그 누군가는 쓸모없는 일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저편에서 어떤 이들은 쓸모의 영역을 넘어 문화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 순수한 가치를 확산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막연한 '쓸모'를 눈에 보이는 것으로 유형화하고 있다. 책 몇 권을 산 건 단지 작은 일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나는 아직도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기'가 삶에 총체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믿는데,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는 무지하지만 앞으로도 그런 믿음은 철회되지 않을 것이다. 좋아하는 것들을 계속해서 좋아하기, 취향과 가치관을 나날이 정립하고, 문화와 더불어 타인과 세상에 귀 기울이기. (2019.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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