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사람은 정확해야 한다
보고 읽고 쓴 며칠의 영화 기록들 02
2020.01.06.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은,
(실사 영화보다 더) 정확해야 한다.
2020.01.07.
'걸어서 퇴근하기'를 요즘 종종 해보는 중이다. 회사에서 집까지의 Door-To-Door 거리는 4.1km 정도다. 평균적인 보폭과 속도로 걸으면 40분이 조금 넘게 걸리는 거리. 추위를 많이 타지 않는 편이라 지금처럼 평년보다 약간 덜 추운 (기온이 높은) 요즘은 딱 걷기 괜찮은 때다.
하나 더. 약간의 운동도 된다. 사무실에 오래 앉아 있으면 신체 활동도 줄고 활력을 잃는 기분인데, 의욕적으로 몸을 움직여 집으로 향하는 길에는 이런저런 잡념을 떠올리거나 그냥 음악을 듣는다. 여의도에서 문래동까지는 차들이 쌩 하고 달리는 대로변만을 걸어야 하지만, 지나가는 배경처럼 흘려보내는 것이고.
영화 볼 시간이 줄다 보니 생각, 보고 싶은 영화라든가 얼마 전(이라기엔 오래 전?)에 보았던 영화들, 그리고 책과 사람들을 떠올려보는, 그런 생각들이 는다.
2020.01.08.
이메일 원고 마감을 할 때 보통 (대부분) 당일에, 그것도 마감 한두 시간을 앞두고 글을 쓴다.
나름대로 '따끈따끈한' '갓 나온' 글을 보내고 싶어서인데,
요즘의 불규칙한 퇴근 시간을 고려하면 만일에 대비해 원고를 미리 써두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2020.01.09.
자정이 넘은 시각. 유난히 늦은 퇴근을 한 고된 하루. 야근이라는 것을 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고 전 회사에서도 불규칙한 퇴근은 익숙한 것이었지만, 오늘은 잠시나마 '이래도 되는 것인가' 같은 생각을 하기도 했다.
지나고 나면 이 기록을 다시 들추지 않는 한 이런 하루가 있었다는 것도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이상한 하루였다. 말하자면 일한 시간과 노력만큼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은 하루. 기계적으로 눈앞에 주어진 무언가들을 해치운 하루. 카카오택시가 몇 분이 지나도 잡히지 않아 부른 타다를 타고 깜깜한 차창 밖을 보며 그 이상한 하루에 대해 생각했다.
이건 사실 수요일의 일기다.
2020.01.10.
"내 집을 갖고 싶어. 누군가 나보고 살아도 된다 안 된다 말할 일 없도록."
"이건 삶에 관한 문제잖아요."
침착해야 한다고 성질 좀 죽여야 한다고 말하던 사람조차 분노할 수밖에 없는 세상 혹은 세계에서, 삶은 무엇으로 살아질 수 있고 나아갈 수 있는가. "사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짊어지는 무게와 상처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가까이에서 관찰하면서 <미안해요, 리키>(2019)는 두 가지 모두를 함께 묻는다. 보험처리도 되지 않는 소형 스캐너에 빚 져야 하는 하루도, 쉬고 싶으면 돈을 내야 하는 하루도 옳지 않은 것 아니냐고. 그러고 나서 한 가지를 더 묻는다. 숫자와 속도 뒤에 가려져 있는 고된 삶들을 한 번쯤 헤아리려고 해보았느냐고.
2020.01.11.
<기생충>으로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을 보며 생각한다. 언어를 초월한, 이야기의 'Universal'한 힘은 과연 어디서 나올까.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 영화 최초의 '1억 달러' 영화가 되었다. 그의 영화제 통역을 최근 담당해온 샤론 최의 탁월한 통역과, 영화의 영문 자막을 담당한 달시 파켓의 감각을 떠올리며. '외국어영화'라는 것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보기.
2020.01.12.
일상을 채우는 순간들은 대체로 그런 것이다.
가령, 불과 하루 전까지는 그게 있는 줄도 몰랐던 어떤 장소나 행사. 거기서 만나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누군가. 짐작과는 달리 일어난 어떤 사소한 일.
새로 알게 된 공간에서 열리는, 좋아하는 작가를 비롯한 여러 작가, 서점, 출판사의 북 크리에이터 마켓 행사에 다녀왔다. 책으로 매개가 된 작가님의 책 사인을 받으며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영화 추천을 문득 하였으며, 내 책을 읽었다는 어느 독립출판인을 우연히 만나 인사했다.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시간들이 대부분 이런 단어로 온다. 반가움, 다정함, 인사, 기억,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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