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4.] 껍데기를 벗고 오롯한 본질을 마주하다

"이름과 직함을 모두 지우고 나면 당신에게 끝내 남는 것은 무엇입니까?"

by COSMOS
"세상이 너를 다른 존재로 만들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가운데,
너 자신이 되는 것은 가장 위대한 성취다."
— 랄프 왈도 에머슨 (Ralph Waldo Emerson)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이름'을 얻습니다. 누군가의 자녀, 부모, 직장인, 혹은 사회적 지위나 성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러한 것들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옷과 같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 옷이 너무 화려하거나 무거워서, 혹은 너무 몸에 딱 달라붙어서, 그것이 곧 '나'라고 착각하게 됩니다. 만약 오늘 당장 당신이 가진 직업, 재산, 사회적 관계, 그리고 타인의 평판이 모두 사라진다면, 덩그러니 남겨진 당신의 존재는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요?




외부에 걸친 것들

보통 모르는 사람들과 만났을 때(모임이라 가정한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이 자기소개를 하곤 한다. 먼저 이름과 나이를 말하고 무슨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취미는 무엇이고, 특히 요즘엔 MBTI가 무엇인지, 이 모임에 왜 나오게 되었는지 등을 말하게 된다. 그리고 점차 대화를 나누게 되며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 어디에 사는지,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어쩌다 지금 회사에 다니게 되었는지 친구 관계는 어떤지, 좋아하는 음식이나 물건은 무엇이 있는지 등.


현재의 나에서

(-) 사회적 간판(소속, 직업, 학력)

(-) 소유와 배경(재력, 소유물)

(-) 관계와 역할(가족관계, 인맥)

(-) 타인의 평가(나이, 외모, 성격)

모든 것을 빼보았을 때. 즉, 저 내용을 제외하고 나를 설명해야 한다면 무엇을 말해야 할까?

그것을 찾기 위해선 과거로 시간을 돌려봐야 할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저 좋아서 했던 일들이 무엇인지를 알아봐야 할 것 같다.



나의 본질을 찾아서

초등학생 시절의 나는 지금과 비슷한 성격이면서 더 적극적이었던 것 같다. MBTI로 따지면 지금은 INTJ인데 그때는 ENTJ의 이미지에 더 가까웠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면 학급 내 반장, 회장을 뽑을 때면 매번 스스로 하겠다고 자처했고, 학급을 넘어서 전교 회장에도 도전을 했었다. 에어로빅부에 들어서 전교생 앞에서 춤도 춰봤고, 어디서 무슨 대회(물로켓, 브레드보드, 그림 그리기 등)가 있다고 하면 꼭 참가를 해야 직성에 풀렸다. 지금과 비교하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승부욕도 더 강했다.

어렸을 때 또 뭘 좋아했냐면 창작활동을 좋아했다. 당시 포토샵7을 이용해 동꼬라고 해서 지금으로 보면 '움짤'을 만들거나 뮤직비디오 프로그램을 이용해 이미지나 영상에 음악을 입히는 것을 좋아했다. 상상한 내용을 글로 풀어내는 것도 즐겨했다. 비록 독서는 거의 안 했지만. 갑자기 발명 아이디어가 생각나서 종이 상자를 오리고 접고 하다가 엄지발가락이 칼에 베여 병원 가서 6바늘 정도 꿰맨 적도 있었다.



지금의 나와 다른가?

어렸을 때 있던 특성들이 여전히 현재 나의 중요한 특성이다. 내가 데이터 엔지니어를 하게 된 것도 "데이터"라는 것 자체에 관심이 있거나 전공이 관련되어 있거나 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나는 그저 내가 원하는 것을 코딩을 통해 얻어내는 것이 재밌었고 이에 몰입했을 뿐인데 자연스럽게 지금의 일을 하게 된 것뿐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이야기' 들을 상상하는 것도 좋아하고, 정말 그 내용들을 다 토해내고 싶었을 땐 직접 글로 써보기도 한다 사진 또는 영상을 음악에 맞춰 구성하는 것도 좋아하고 이것도 마찬가지로 프리미어프로를 이용해 만들어보기도 했다.

굳이 달라진 점이라고 한다면 어릴 때보다는 좀 더 타인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거나, 실행력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창조와 구현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나의 본질이 '창조와 구현'이라는 것이다. 내가 생각한 것을 현실에 구현해 낼 때 가장 큰 몰입과 뿌듯함을 느낀다. 글이나 영상, 사진, 그림만이 아니라 시스템이나 로직도. 그래서 외부의 걸친 나의 모든 것들을 걷어내면, 내적동기와 자율성에 의해 능동적으로 창조하고 구현하는 인간이 남는다. 이게 나의 본질이기 때문에, 그동안 나를 힘들게 했던 감정과 생각들의 일부는 나의 본질이 충족되지 않으면서 생겨났던 게 아닌가 싶다.

오늘 발췌된 명언은 "세상이 너를 다른 존재로 만들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가운데, 너 자신이 되는 것은 가장 위대한 성취다."이다. 사람들은 나의 본질보다는 외면에 보이는 것에 기반해 '커리어', '자산', '결혼' 등에 관심 있어하고 집중하겠지만 나는 언제까지나 나 자신이 될 수 있도록, 나의 본질에 맞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정진해야겠다.



이전 03화[화두3.] 내가 외면하는 '나의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