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혹은 애써 외면하고 있는 당신의 모습은?"
"빛의 형상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는 깨달을 수 없으며,
오직 자신의 어둠을 의식함으로써 깨달을 수 있다."
- 카를 융 (Carl Jung)
누구에게나 빛과 그림자가 공존합니다. 우리는 밝고 긍정적인 모습은 쉽게 드러내지만, 자신의 약점, 결점, 과거의 실수나 부끄러운 감정(시기, 질투, 분노 등)은 '그림자' 속에 숨겨두곤 합니다.
이 화두는 그 '그림자'를 정죄하거나 없애라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이 왜 생겼는지, 지금 나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려 하는지 들여다보자는 초대입니다. 내가 가장 외면하고 싶은 그 모습이야말로, 나라는 존재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열쇠일 수 있습니다.
수많은 나의 부정적인 모습들 중에서도 '효율'과 '계산'적인 모습이 나에게 받아들이기 힘든, 매번 고쳐야겠다고 생각하는 성격이다. 어떻게 보면 '효율'이라는 키워드는 긍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으나 그것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감정과 기분이 변하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선 굉장히 부정적이고 떠나보내고 싶은 습관이기도 하다.
가령 누군가 비효율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모습을 보면 답답하고 조급함이 생긴다. 나도 살다보면 비효율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도 많겠으나 그때가 되면 나 자신에게 화가 난다.
최소한의 행동으로 최대의 결과를 내고 싶어하는 것은 일상에서 잘 드러난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문 닫는 버튼부터 누르고 층수를 누른다. 헬스장에 가서 운동이 끝나기 전까지, 아니 운동이 끝나고 앱으로 커피를 주문하는 순간까지도 순서와 행동을 계산해서 낭비하는 시간 없이 보내려 한다. 나의 기준이 이렇다보니 상대에게도 그것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내 기준에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을 쏘아붙이거나 화를 내지 않는다. 그저 내 감정이 힘들어지고 자성하면서 얻게 되는 울적함이 나를 괴롭힐 뿐이다.
나의 '계산적인 모습' 또한 외면하고 싶은 나의 모습 중 하나이다. '모든 게 깔끔하게 균등하게 나눠졌는가?', '그가 A만큼 해줬으니 나도 A만큼, 혹은 그것보다 더 해주었는가?'처럼 나도 손해를 보지 않지만, 남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계산적이게 된다. 가끔은 이런 계산적인 생각 없이도 타인을 위해 무언가 하는 행동도 있지만 그 기저에는 정말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의 만족'이나 '책임' 때문에 하는 것이 강한 것 같다.
왜 '효율'과 '계산'에 민감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면 급한 성격과 억울한 일을 겪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서 그런 것 같다. 급한 성격은 유전인 걸까? 아니면 환경이 그렇게 만든 것일까? 부모님을 생각해보면 두분 다 느긋한 성격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어렸을 때 부모님은 식당을 운영하셨는데 일을 도와드리며 느긋하게 행동하는 건 도움이 안되었기에 점차 급한 성격으로 형성되지 않았나 싶다. (이외에도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주위가 여유롭고 침착하기보다는 경쟁적이고 긴장감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계산적인 것은 억울한 일을 무엇보다도 힘들어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 일이 생기면 이성보다 감정이 앞선다는 말처럼 가슴이 많이 뛰고 눈물을 참기가 어려워진다. 행복한 일, 슬픈 일에서는 크게 감정의 동요가 없는데 억울한 것만큼은 내가 인간이라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감정이 온몸에 넘친다. 이러한 것을 되도록이면 느끼고 싶지 않아 더도 말고 덜도 말고의 관계처럼 모든 것을 대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그런 환경 아래에 있더라도 나와 다르게 성장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처럼.
과학 책을 읽다 보면 인간의 기질 중 상당 부분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확인하곤 한다. 어떤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폭력성에 물들지 않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고스란히 흡수해버린다는 연구 결과처럼 말이다. 나는 후자에 가까운 것 같다. 느긋하고 단단한 방패를 타고나지 못한 탓에 세상의 자극을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유전자를 가진 것 같다.
이런 유전자 결정론에 대해 확고한 믿음이 있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포기하고 이대로 살고 싶지는 않다. 내가 가진 생각이 외부의 현상을 해석하고, 그것을 내가 받아들인다는 것을 알기에 최대한 나는 마음가짐을 바꿔보려 노력하고 있다. 당연히 쉽지는 않다. 근데 결국 이렇게 살아가다간 언제고 힘들 것을 알기에 내가 가진 결점을 인정하고, 때로는 이에 대해 불평불만도 하는 삐그덕거리는 순간이 있으면서도 그때를 캐치하고 '이러면 안 돼'라고 다독이며 고치려 하고 있다.
과연 1년, 5년, 10년 후 내 그림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