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가 오는 날은 선녀놀이보다는

그냥 신발 신고 산에 가는게 현명했다

by 미친 선녀

중학교 2학년인 아이는 친구와 약속이 있다고 토요일 아침부터 움직이고

신랑도 지인과의 약속으로 오전에 집에서 나가 주말인데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날, 야호!


그런데 몸이 마구 마구

사정없이 쑤신다 쑤셔!


근력운동과 난타를 같이 해서일까?

어느 순간부터 오른손 팔꿈치가 아프기 시작하더니,

이젠 상체가 다 쑤시기 시작해.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면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겠지?

불안해서 이렇게 날 다독여.(불안아 안녕? 넌 나의 친구, 날 보호해 주는 친구 맞지?)


그래도 어제 피티는 복습해 봐야지.

침대에서 할 수 있는 스트레칭은 그래도 쉬워.


하나는 침대 벽에 기대어 어깨를 붙이고 두 팔을 벌리는 동작.

또 하나는 누워서 팔과 다리를 교대로 움직이는 동작이야.


아이가 보더니

"엄마! 수영해?"

"그래, 엄마 수영해~"

아마 호흡을 하는 게 수영하는 것처럼 어푸, 어푸 그렇게 해서

아이의 눈에는 엄마가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 거야.


새로운 스트레칭을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나는데 근육통은 계속 함께하고 있어.

이렇게 삭신도 쑤시고 날도 꾸물꾸물.

좋아하는 신비한 날씨이긴 한데 비가 오면 갈등이 시작된다는 것이

참 간사한거 같아.


겨울비가 오면 어떻게 선녀활동을 할 수 있을까?

오늘은 연차를 낼까?

휴가를 낼까?

몸이 쑤시니 병가를 낼까?

아이의 아침밥을 챙겨주면서 나도 이것저것 먹으면서

갈까?

말까?

병가?

휴가?

무단결근?

수만 가지 생각을 하면서도 몸은 출근 준비를 하고 있는 나,

선녀 맞나봐!


선녀로 변신 중!


오늘 출근 시간이 몇 시였지?

퇴근은 1시 20분이었는데…. 그

러니까 집에 돌아온 시각이 1시 20분이었고, 출근시간이 몇 시였지?

헉 기억이 안 나~

12시?

11시 35분?

박명수의 라디오 쇼를 들으면서 출근 준비를 했는데 아마도 12시 전쯤일 거야.

집에서부터 맨발로 나갈까?

맨발을 보호할 장비들을 챙길까?

어떻게 하는 것이 몸에 도움이 될까?

비가 와서 그냥 등산화 신고 갈까?


그래도 나 선녀잖아.

아니야, 하루쯤은 수련활동으로 가자, 응?

선녀 활동이냐 수련 활동이냐


겨울은 날이 영상이어도 비가 어느 정도 오느냐에 따라 땅의 상태도 다르고,

우선 산속으로 들어가기 전,

아파트의 분홍빛의 보도블록이 가장 고난이도야.

이 보도블록은 여름엔 맨발로 걸으면 시원하고 좋은데,

겨울, 해님이 너머가는 시간,

네시부터는

앗 차가워!


발등을 어떻게 따뜻하게 보호할까?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가벼운 아쿠아 신발을 신고 가는거야.

핫팩과 맨발도구들은 가방에 넣고 말이야.

가벼운 신발을 신고 그 위에 수제 맨발 도구를 장착.

이건 처음 해 보는 시도이긴 해.

비님이 꽤 오시네.

비옷과 우산도 챙겨서 가방에 넣어야 겠어.


가벼운 아쿠아 신발은 아이랑 같이 산에 갈 때 신으라고 사준 맨발 신발.


(아이는 과거 초등학생때까지는 주술사였음, 지금은 중학생 주술사 탈퇴함)

신발의 밑창이 있는데 맨발신발이라고 하는 게 이상하지만 - 아이는 한 번인가 두 번 신고 더 이상 나와 함께는 산은 가지 않고 있어. 덕분에 내가 오늘 그 신발을 신었군.

편하고 따뜻한걸?

여기서-분홍색 아파트 근처 보도블럭- 신발 벗을까?

비는 부슬부슬 오고 바닥의 느낌은 어떨까? 궁금하기 하고.

신발 벗고 이래저래 장착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우선은 참았어.

이 맨발 신발은 아쿠아 신발처럼 얇아서 비에 금세 발등이 다 젖어 버리잖아!


집에서 산 입구까지는 5분 정도의 거리여서 조금만 더 참았다가 산 입구에서 신발을 벗기로 결정.

올해는 12월에 눈도 오고 비도 오고. 신기하네.

오늘 비는 오후에는 눈으로 바뀔 거라고 하는데.....

거의 다 왔어! 이제 선녀로 변신이야!


안녕 안녕 나무들아.

촉촉한 낙엽들아.

앗 차가워!

비님이 꽤 많이 오셨나?

나무들도 가득 물기를 머금었다.

얼마 큼의 비가 왔던 걸까?

지난밤부터 비가 왔던 걸까?


오늘의 선녀복 장착 상황을 설명하자면,

양쪽 무릎에는 보호대, 그 위에 핫팩 한 개씩 장착, 기모 레깅스.

기모 레깅스 위에 융털 바지를 입고,

그 위에 더 큰 융털 바지를 입고

마지막으로 무릎까지 오는 편한 치마를 입어.

언제부턴가 몸이 추워져서 그렇게 입게 되었는데,

또 언제부턴가 몸이 더워지기도 하고



겨울에는 습관적으로 그렇게

하체를 보호해 주고 있어.

그리고 맨발을 하다 보니 겨울에는 하체를 최대한 따뜻하게,

손도 따뜻하게 머리도 따뜻하게 말야.

그렇게 하체를 단단하게 무장해도 발은 차가움을 느껴.

지금 그래.

촉촉함에서 차가움으로 변하고 있어.


고요하고 은밀한 직장.

토요일도 출근.

선녀놀이가 이다지도 좋은 걸까?

오늘의 즉 급은 뭘까낭?

물기 가득 머금은 신비한 풍경,

빗소리,

살아있음 느끼기.

내가 하는 선녀놀이란 산에서 나무들과 말하기.

맨발로 걷기.

마치 선녀인 것처럼, 그런데 선녀가 뭔데?

선녀라면 인간여자와는 달리 특별한 능력이 있어야 하는 건데,

출근하면 나에게 특별한 능력이 생기나?

그렇기도 해.

선녀가 되어 두 개의 탑이 하나로 보이는 곳으로 가뿐하게 올라갈 수 있는 능력이 생겼어.

오늘이 내 인생의 가장 젊고 아름다운 날,

하루하루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 생긴거야.


맨발 덮개등이 다 젖어서 내려갈 때는 준비해 간 핫팩도 다시 장착.

아슬아슬한 구간이지만 거기서는 선녀가 되어

신비한 능력과 함께 무사히 출근과 퇴근을 할 수 있음.


자신을 선녀라고 생각하며 맨발 산행을 하고 있는데,

산녀인가?

선녀인가?

놀이이기도 하고 또 모험이기도 하고.

즐거움에는 위험이 따른다!

그래도 선택해.

선녀놀이를.


오늘도 이렇게 선녀 임무 완수~

이게 나의 진리.


그런데 비하인드 스토리

이렇게 비오는 겨울의 선녀 놀이로 일주일 몸살.

무리야 무리!!!


겨울비가 오는 날은

선녀 놀이보다는 수련환동이

건강에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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