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초등학생 때까지
화장실에 혼자 들어가는 것을 무서워했다.
"엄마, 지켜주세요."
화장실에 있는 큰 거울에서 뭔가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설거지를 하다가도
반찬을 만들다가도
아이가 "라면"이라고 부르면 화장실 앞으로 달려갔다.
샤워할 때도 지켜주어야 하고
똥 쌀 때도 지켜주어야 하고
반신욕 할 때도 지켜주어야 하고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많이도 아이를 지켜주었구나!
엄마, 지켜주세요,
라는 소리가 듣기 싫었다.
아이에게 다른 말을 해 달라고 요청한다.
짧고 편한 단어.
아이는 "라면"이라는 단어를 선택한다.
"라면"은
자신을 지켜달라는 암호였다.
상담센터 가야 할까?
정말 힘들다 힘들어
심각하게 고민도 했었다.
심리공부를 하면서
상상력이 많은 아이는
거울을 보면서 다양한 상상을 하기에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언제였을까?
서서히,
화장실에 가면 문을 닫고 오랫동안 나오지 않는다.
"라면"이라는 소리도 없다.
걱정과 불안보다는
믿고 기다려 주면
아이는
스스로 무서움을 친구로 만드는 걸까?
아이는 점점,
자신의 세상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나는
마음 한편이 아리다
어린 시절 아이의 사진을 보면
왜 이렇게 마음이 아파오는 걸까?
"지금의 나는 만날 수 있지만
과거의 나는 만날 수 없기 때문 아닐까요?"
1월의 마지막 날,
아이와 오랜만에 함께 산에 간 날
아이가 한 말.
아이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면
엄마들은 보통 이런 감정을 느낄까?
슬픔
후회
아쉬움
그리움
지나가 버린 것들에 대한 애잔함.
지금 여기를 살고 있고
현재에 충실해야지
다짐하는데
추억도 소중한 듯하다.
여기에 아이 사진을 올리는 것도,
아이 이야기를 하는 것도
추억을 저장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