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함부러 만지게 하지 말자!
두 번째 귀 연골 피어싱을 하고 나서는
첫 번째 귀 연골 피어싱을 한 경험이 있어,
그만큼은 조심하지 않았다.
아픈 것 같지도 않았고
그런데 헉
실로 짜인 조끼를 벗다가
실 한 가닥이 딱 피어싱 큐빅에 끼어버렸다!!!
아프기도 했지만
어떻게 그 위치에 딱 실 한가닥이 끼어들어 간 거지?
5mm 될까 말까의 작고 동그란 큐빅에 쏙 끼어버린 실 한가락이 용하다!!!
신랑은
연골 피어싱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나의 비명에 이러쿵저러쿵 잔소리 시작!!!
" 한시도 조용할 날 없는 넌 사고뭉치야 "
실 한가닥을 빼는 정교한 작업이다.
난 무리야 무리.
아이를 부른다
아이는 건담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정교한 핀셋으로 실 한올을 빼긴 했지만
외출 준비를 하는 중이라고 서둘러 나갔다.
피어싱을 한 지는 2주가 지나서 지나서 이제 웬만큼 괜찮겠지
방심하기도 했는데 - 두 번째 경험이라 더 그랬을 수도 있다
옷에 피어싱 귀걸이가 낀 날 잠을 자고 일어나니,
세상에
귀가 전체가 빨갛게 부었다!!!
열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병원을 가야 하나
약국을 가야 하나
이 정도의 통증은 별거 아니지
갈등의 시작
아무래도 병원을 가는 게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 거 같아
동네 이비인후과에 전화를 해 보니
오전에는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있다고 해서
의아함을 느꼈다
몇 달 사이에 이비인후과와 소아과랑 협업?
소아과 샘이 귀를 볼 수 있을까?
점점 귀가 더 붓는 거 같고 빨개진다
마음이 두려워진다.
후다닥 피티수업이 끝나고
우선 약국에 가서 귀를 보여주니 병원에 가봐야 할 거 같다고 말씀하셔서
그 건물에 5층에 있는 피부과에 가본다.
입구가 정갈하고 세련되었네?
안내 데스크 직원은 성형과 미용만 봐주고 연골이 부은 것은 진료하진 않는다고 해서 실망스럽다.
급한 대로 약국에 가서 소염제와 연고를 처방받아 집에 돌아오는데
아무래도 맘은
병원에 가는 게 나을까?
집에 와서 다니던 피부과에 전화를 해 보니 6시 전에 오면 된다고 한다.
작년에 산에서 무언가에 쏘여 손이랑 허벅지가 부어서 몇 번 간 적이 있다.
그런데 몇 번 진료를 받았던 여자 의사 선생님이 다른 병원으로 옮기셨다고 하셨지.
남자 선생님만 계신다고 하셨는데
집에 오니 5시가 넘은 시간이고 다른 피부과를 알아보기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
병원에 도착해 15분쯤 기다리니 호명을 한다.
6시쯤 되는 시간.
처음 만나는 남자 의사 선생님께 빨갛게 부은 귀를 보여준다
(그의 한쪽 귀에 뚫은 자국 2개가 눈에 들어옴) 별로였어
피어싱을 빼야 한다고 하시면서
내 귀를 툭툭 잡아당긴다.
그때 내가 아야라고는 했지만
귀 잡아당기지 말아 주세요 말대신
"피어싱 빼 주세요?"
라는 말을 한 것을 후회한다!!!
"빼 달라면 빼 줍니다."
의사 선생님이 피어싱 뒷부분 고리를 돌려보는데
헉 더 아프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피어싱 해서 귀가 붓는 경우 병원에는 가지만
의사 선생님의 말대로 피어싱을 빼지는 않는다고 한다
피어싱을 빼면 귀가 막히기 때문에
애써 뚫은 피어싱인데
빼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의사 선생님은
연골 피어싱은 귀에 좋지 않고
항생제 치료를 하는 원칙은 귀걸이를 빼고 해야 하는 것이다!!!
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신다.
귀가 중요해요? 피어싱이 중요해요?
인터넷에 피어싱으로 인한 부작용 사진들을 보여주시면서 겁을 주신다.
무서워서 피어싱 제거해 달라고 말하고
진료실 밖에서 대기한다.
아, 피어싱 했던 사장님께 전화해 보자
"사장님, 귀가 많이 부어서 피부과에 왔는데 피어싱을 빼래요"
"피어싱 빼면 안 돼요. 항생제 먹고 소독하면 며칠 뒤면 좋아질 거예요.
사진 보내주세요"
의사 선생님을 믿어야 할까? 피어싱 사장님을 믿어야 할까?
피어싱 사장님을 믿기로 한다.
약국에서 약을 바로 먹고 집에 왔다.
아이에게 귀를 찍어달라고 하니
병원 가기 전과는 달리 귀 뒷부분에 피가 났다!!!
의사 선생님의 난폭한 소행에 화가 나면서
나는 왜 거기서 아무 말도 못 했지?
왜 귀를 만지게 했지?
내 선택이 맞았던 걸까??
약을 먹으니 화끈거림은 사라졌다.
통증이 사라지니 살 것 같았다.
그런데 귀가 빨개지는 것은 그대로야.
두 번째 피어싱을 해도 조심 조심 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약을 5일 치 처방 먹고 3일이 지난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귀는 멀쩡해졌다.
그때는 지옥인데
이제는 천국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