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빛 윤슬>

장미들의 향연

by 이세라

도매21호라는 온라인 스토어를 알게 된 이후 해당 스토어를 들락날락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나 같은 사람도 시시때때로 꽃 살 궁리를 하게 되었으니, "꽃의 일상화"를 목표로 사업을 하신다는 사장님의 사업 목표가 거의 정확하게 달성되신 것 같다.


2022년의 시작과 동시에 꽃값이 치솟았다고 한다. '-고 한다.'라고 쓴 이유는 사실 적정한 꽃값에 대한 개념이 나에게 없었던 지라, 연말 연휴와 졸업시즌이 겹쳐 폭등했다는 꽃값이 잘 체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서님의 생일 선물로 예쁜 꽃을 보내고 싶어 꽃을 골라보다, 어떻게 생긴 꽃들이 선물로 갈지 모른다는 궁금함에 내가 먼저 사보기로 결정하고 그렇게 홀린듯이 2022. 1. 5. 꽃을 구매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2022. 1. 5. 꽃값이 제일 비쌌다고 한다. 그후에 떨어진 꽃값을 보고 살짝 아쉬운 마음이 있었지만, 아무런 날도 아님에도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나에게 꽃을 선물했다는 데 의미를 두기로 했다. 육아를 하는 주된 공간인 거실에 꽃을 두고, 세인이를 보면서 슬쩍슬쩍 꽃도 한 번씩 보고 킁킁 향기도 맡고 눈호강 코호강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나를 위한 아름다운 사치가 아닐 수 없다.


장미를 오래보고자 매일 차가운 물로 갈아주고, 밤에는 난방을 안 트는 추운 방으로 옮겨서 아침에 거실로 들여다놓는 꽃시중을 열심히 들었지만, 아모르젠 장미를 제외하고 나머지 장미는 채 일주일이 되지 않아 저버렸다.


"장미장미는 화사하게 피고, 장미장미는 순결하게 지네"라는 베르사유 장미의 주제가 가사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장미는 화사하게 피지만, 결코 순결하게 지지는 않는 것 같다. 장미 꽃잎이 아래로 축축 처지며 시드는 모습을 보면 뭉크의 절규가 떠오르고, 차마 두고볼 수 없어 화병에서 얼른 뽑아내고 싶어지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미들이 자아내는 분홍빛 윤슬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마를린먼로 장미, 이름처럼 풍미넘치는 향긋한 향기가 일품
아모르젠 장미, 국내에서 개발한 겹잎이 아름다운 장미
줄리에타 장미, 스프레이 장미임에도 화형이 크고 잘 피는 장미
프리지아가 이렇게 이뻤나? 향긋한 후추향이 은은하게 아름다운
아이두 장미, 화형과 색감이 예쁜
캄파눌라 장미, 몸값이 제일 비쌌던 코랄빛 장미였으나 활짝 피지 않아 아쉬웠던


** 꽃 목록 **

- 마를린먼로 장미

- 줄리에타 스프레이 장미

- 아모르젠 스프레이 장미

- 아이두 장미

- 캄파눌라 장미

- 화이트 프리지아

- 유칼립투스 구니

- 화이트 스프레이 카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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