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의 부재

무명 연주자의 상념들 1

by 손안의 우주

관점이 없는 사람과 일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 관점의 부재는 클라이언트나 작편곡자가 시키는대로 잘 해보겠다는 소위 ‘서비스’ 마인드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예술이라는 분야에서 서비스란 시키는대로 잘 하는게 아니라 내 관점을 제공하는 것이다.


많은 연주자들이 자신의 해석이 클라이언트의 의도에 부합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하지만 대개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상황은 그 연주자의 해석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보다 그 연주자 고유의 해석이 보이지 않을 때 발생한다. ‘어떻게 할까요?‘는 녹음이나 합주 상황에서 해서는 안될 말이다. 그 말은 서비스가 아니라 대충 묻어가려는 시도로 비춰지고 무능력하다는 인상까지도 줄 수 있다. 먼저 나의 해석을 보여주고 ’어떠세요?‘,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요?‘와 같은 말을 하는 것이 훨씬 신뢰를 얻는다. 어차피 클라이언트에게 좋든 안 좋든 한 소리 듣는게 협업의 생리인데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줘서 한 소리를 듣는게 무능해서 듣는것보다 낫다. 클라이언트는 비용을 들여 사람을 쓰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고, 무엇보다 상호간 해석의 주체성을 확보함으로써 더 창조적인 작업으로 나아갈 수 있다. 설령 해석의 갭이 좁혀지지 않아 그 작업에서 낙마했다 하더라도 내 무능 때문이 아니니 좌절할 필요도 없다.


프로의 세계에서 협업이란 관점이 충돌하는 장이다. 프로듀서와 작편곡자들은 관점들의 조율자다. 때론 그 충돌들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시너지를 내기도 한다. 그 역동적 우연성이 음악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작가의 이전글악기 연주로 보는 관상과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