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연주로 보는 관상과 수상

타블라를 연주하며 알게 된 것들 27

by 손안의 우주

정통 관상가는 수상을 반드시 함께 본다. 어떤 연주자의 타고난 손의 형태가 연주 과정에서 어떻게 변하는지를 관찰하면, 소리를 듣지 않아도 그 사람의 톤을 짐작할 수 있다. 아울러 무대 위로 올라갈 때의 걸음걸이, 연주 중 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입모양과 시선의 각도를 살펴보면(연출로도 숨길 수 없는 요소들이다.) 그 사람의 성향 또한 대략적으로 유추할 수 있다. 허풍쟁이인지, 완벽주의자인지, 과도하게 자기검열에 익숙한 사람인지도 드러난다. 이러한 감은 ‘용하다’고 알려진 관상서를 공부하며 얻은 것이 아니다. 나는 톨스토이와 밀란 쿤데라, 오르한 파묵의 소설을 읽으며 이 감각에 확신을 얻었다.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용한 관상가들이었고 그들이 나의 스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