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라를 연주하며 알게 된 것들 26
우주는 인간 신체에 대한 은유이다. 우리는 현대 과학기술의 발전 덕분에 우주여행이 가능해졌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인류는 이미 오래전부터 우주를 여행해왔다. 스페이스X의 로켓을 타지 않아도 우리의 내면에는 이미 우주가 펼쳐져 있다.
루돌프 슈타이너는 인간을 ‘소우주(Microcosmos)’라 불렀다. 그는 인간의 신체와 감각, 사고와 의지가 거대한 우주의 질서와 상응한다고 보았다. 별과 행성의 움직임이 우연이 아니듯, 인간의 신경과 감각 또한 우주적 질서의 축소판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몸을 통해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은 곧 우주가 인간을 통해 스스로를 인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감각과 신경의 망이 형성될 때, 그 노드들의 조합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하다. 뇌 전체에는 약 150조 개의 시냅스가 있다. 이는 마치 셀 수 없이 많은 항성, 행성, 위성, 혜성들이 서로의 빛과 중력으로 질서를 이루는 모습과 닮아 있다. 인간의 신경계는 물질적 기관이기 이전에 어떤 초월적 질서가 반영된 구조다.
타블라를 연주할 때 손가락의 각도나 위치가 1~2도만 바뀌어도 전체의 균형이 무너진다. 검지에서 중지로 신경의 중심을 옮기거나, 심지어 연주와 무관해 보이는 발가락 끝이나 머리카락 끝으로 관측 지점을 이동시키기만 해도 감각과 신경의 네트워크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띤다. 의식이 머무는 자리가 하나만 바뀌어도 인간 내부의 힘의 배열은 재구성된다. 이는 마치 태양계에서 행성의 궤도나 각도가 아주 조금만 달라져도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거나 생명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 손끝의 미세한 각도 차이 하나가 내 안의 우주 질서를 흔드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악기에서 자유자재로 소리를 다루는 숙련자는 신경 노드들의 연결망이 견고한 거미줄처럼 정밀하고 넓게 퍼져 있다. 슈타이너는 훈련된 예술가의 신체를 ‘조율된 악기’라 불렀다. 태양계의 행성들이 정교한 질서를 이루어 충돌 없이 공존하고, 그 안에서 지구에 생명이 가능해지듯, 연주자는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자신의 감각과 신경, 의식의 배열을 조정하고 재배치하며 자기만의 우주적 질서를 만들어간다.
이 과정은 기술의 축적이 아니라 의식의 진화다. 예술은 표현이 아니라 인식의 방식이다. 악기 연습은 단순 반복이 아니라 인간 내부의 우주를 정돈하는 수행이다. 우리가 악기를 연주하며 탐험하는 것은 바깥의 우주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안에 숨겨진 우주이며 그 무한한 질서를 감각으로 만져보는 일이다. 우주는 언제나 멀리 있지 않다. 악기를 두드리는 손끝에서, 감각이 깨어나는 순간마다, 나는 이미 하나의 우주를 건너고 있다.
“우리는 별의 물질로 이루어져 있고, 우주는 우리 안에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다.”
— Carl Sagan, Cosm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