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해상도를 높이는 법

무명 연주자의 상념들 2

by 손안의 우주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할 때 현재의 해상도는 낮아진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과거의 경험에 비추고 미래 계획의 재료로 판단한다. 감동적인 음악을 듣고 장엄한 자연 현상을 볼 때조차 현대인은 오감으로 그 순간에 흠뻑 젖기보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그것을 담아가려는 것에 더 관심있어 보인다. 과거를 미래에 불러오려는 시도, 과거와 미래에 대한 집착은 지금 이 순간의 해상도를 현저히 떨어뜨린다. 성능이 형편없는 카메라로 기록하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카메라를 스스로 버리는 꼴이다. 현재는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유보되고, 우리는 마치 저화질 카메라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지금을 희미하게 통과할 수밖에 없다. 진정한 비극이다.


과거도 미래도 결국은 기억이다. 앨런 왓츠는 기억을 “생기가 빠져나간 경험의 시체”라고 말했다. 이 시체들로부터 탈출해 현재를 얻는 방법은 지금 내게 주어진 '물성'들에 집중하는 것이다. 물성이란 나와 외부 세계의 물질이 맞닿으며 하나가 되는 감각이다. 악기와 씨름할 때,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산을 오를 때, 요가원에서 머리서기가 될 듯 말 듯한 순간을 떠올려보자. 그때 우리에게 과거와 미래는 없다. 오직 지금 이 순간, 몸을 감싸는 현재만이 또렷하게 인식된다. 단, 중요한 조건이 하나 있다. 그 실천은 반드시 나에게 벅차야 한다. 쉽게 해낼 수 있는 일은 다시 과거와 미래의 먹잇감이 될 뿐이다. 지금 당장 내 몸에 벅찬 무언가를 해보자. 그 순간, 당신의 눈은 이 세상에서 가장 선명한 고화질 카메라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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