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비벼.“

타블라를 연주하면 알게 된 것들 32

by 손안의 우주
감각 수리.

고장난 감각을 수리하는 중이다. 늘 되던 연주가 갑자기 안되니 스트레스가 크다. 몸의 전체적인 흐름에 나를 내맡겨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게 쉽지 않다. 자꾸 특정 부위에 의식이 쏠려 감각의 전체성이 무너진다.


나 같은 하수들은 힘이 들어가는 신체 특정 부위를 찾고 싶어한다. 그러나 한 곳을 찾아서 힘을 빼내면 곧바로 다른 곳에 새로운 긴장이 생겨난다. 감각의 풍선효과다.


느린 템포의 연습에서는 그나마 통제가 가능하다. 손가락의 각도와 접촉면, 힘의 분포를 하나씩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속도가 올라가면 이 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빠른 템포에서는 신경계가 개별제어를 내려놓고 하나의 패턴과 시스템으로 묶인다. 컨트롤 기반에서 반사 기반으로 전환되는 바로 이 타이밍에 특정 부위와 감각을 붙잡으려는 시도는 오히려 흐름을 끊는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일단 비벼”라는 말이 빠른 템포 연습에 딱 맞는다. 그 말은 잘 치려고 하지도 말고, 정확하게 하려고 하지도 말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도 말고 일단 전체 흐름 안으로 들어가라는 의미다. 완성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완성에 대한 ‘집착’을 포기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