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싫어질 때 읽는 책
책을 읽는 행위가 인간의 본능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자를 인식 기관을 통해 받아들이고, 이를 기존의 기억들과 조합하여 이해하기 위해 인간의 뇌는 새로운 시냅스(Synapse)를 활성화하며, 기억을 공고히 하기 위해 연결고리인 미엘린(Myelin)을 강화하기도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생각보다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인간이 독서에 대해 거부반응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생존을 최우선 과제로 진화한 인간은 먹고, 자고, 쉬는 기본적인 욕구를 해결하는 것에 익숙하고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 알다시피 본능을 극복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독서를 통해 얻는 만족감이 본능 추구할 때 얻는 만족감을 능가할 때 지속적인 독서가 가능하다.
자기 최면을 적절히 이용하면 인간의 본능을 극복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뇌에게 독서를 적은 노력을 통해 엄청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활동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준다면, 흥미를 느끼고 책을 집어 들 수 있다. 뇌에게 독서를 통한 만족이 어떠한 충족보다 가장 즐겁다고 착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또한 호모 사피엔스 뇌의 구조상 외피질을 활성화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것이 바로 독서이다. 행위의 동기를 끊임없이 제공해서 이러한 상황이 누적되면 독서습관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렇다면 우리의 뇌가 독서를 본능보다 우월하다고 인식하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인간은 선망과 존경의 대상을 따라 하려는 경향이 있다.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처럼 행동하며, 꿈꾸던 사람과 비슷해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희망을 키워나간다. 자신이 도달할 명확한 목표가 존재한다면 인간의 뇌는 본능에 앞서 에너지를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자신이 존경하는 명사가 독서를 강조한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이다.
친구는 오랜 세월 좋은 일은 함께 즐기고 아픔은 서로 나누며 자주 어울려야 친구다운 친구다. 어떤 책과 친구가 되려면 한 번 읽고 말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읽어야 한다.
-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책은 씨앗과 같다. 수세기 동안 싹을 틔우지 않은 채 동면하다가 어느 날 가장 척박한 토양에서도 갑자기 찬란한 꽃을 피워 내는 씨앗과 같은 존재가 책인 것이다.
- 칼 세이건, 『코스모스』
유시민과 칼 세이건은 자신의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둔 명사로서 손색이 없다. 누구나 존경할 만한 인물이다. 그리고 로망의 대상들은 대부분 독서를 통해 성장했다. 이렇게 독서를 강조한 존경할 만한 명사가 자신의 내면에 거주할 수 있다면, 꾸준히 독서를 이어나가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리의 뇌를 독서와 친근하게 할 또 한 가지 방법은 독서나 책과 관련된 책을 읽는 것이다. 책을 위한 책이라면 거창할지 모르겠지만, 책에 관한 책을 읽으면 독서습관을 형성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 즉 책까지 출판했다는 사실은 독서에 관해서는 내공이 충분히 쌓인 고수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독서를 잘하는 전문가가 쓴 독서에 관한 글을 읽다 보면 게으른 자신을 반성하기도 하고, 처음 독서계획을 세우면서 가졌던 마음가짐도 되새겨보게 된다. 하기 싫은 일을 어떻게든 해보려는 눈물겨운 투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다잡은 마음으로 책을 또다시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다음 읽을 책을 찾게 된다. 필자도 책이 읽기 귀찮고 싫을 때면 자주 쓰는 방법이다. 투박하긴 하지만 나름 괜찮은 해결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독서가 숙제 같고, 왜 읽어야 하는지 의문이 불쑥불쑥 올라올 때 읽는 책들을 소개한다. 다시 말해 독서의 유용성에 관한 책들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1. 『어떻게 읽을 것인가』·고영성(스마트북스, 2015)
책을 재미있게 읽는 방법들, 책을 잘 읽고 싶은 독서 초보자들을 위한 독서 안내서.
2. 『나는 매일 책을 읽기로 했다』·김범준(비즈니스북스, 2018)
독서를 통해 성공적인 인생을 사는 저자의 독서 방법론. 특히 저자가 제시한 ‘책 선택 방법’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책 선택이 어려울 때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책 선정 핵심 키워드
저자는 어떤 분야의 전문가일까
저자는 왜 이 책을 쓰게 된 걸까
저자가 집중한 부분은 무엇일까
저자가 연구를 통해 알아낸 부분은 무엇일까
저자의 개선방안은 어떤 효과를 가져왔을까
책의 머리말을 읽을 때도 위의 다섯 가지 항목이 어떻게 정리되어 있는지 살펴보는 게 좋다.
3.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사이토 다카시(걷는 나무, 2015)
인생에서 독서를 즐기게 해 줄 안내서. 일본의 저명한 지식인이 쓴 초보 독자들을 위한 ‘독서 입문서’. 저자는 기억에 남는 유용한 독서 방법을 제안한다.
완독이 어려운 책을 효과적으로 읽는 방법
취사선택 독서법
역산 독서법
2할 독서법
책의 내용을 오래 기억하고, 독서의 재미를 늘리는 방법
인용구 베스트 3 노트: 핵심을 내 것으로 만드는 기록법
도서 10자 평 노트: 간결하지만 핵심을 찌르는 정리법
책을 읽을 때 해볼 수 있는 질문
저자가 잘 모르는 부분이 어디인가?
저자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 틀린 부분은 무엇인가?
저자가 주장하는 논리에 오류는 없는가?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는 점, 동의할 수 없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저자와 내 생각이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가?
이 책으로 인해 내 생각이 달라졌다면 어디가 어떻게 달라졌는가?
다른 책에서는 동일한 주제에 대해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4. 『책은 도끼다』·박웅현(북하우스, 2011)
독서의 세계로 한 발 더 다가가다. 인간의 인식의 범위는 생각보다 매우 작고 협소하다. 그러나 시의 세계는 알 수 없는 미시적 세계 같다. 산수유도 인간처럼 고민하고 번민하겠지? 깊이 공감하는 바이다.
5. 『책 먹는 법』·김이경(유유, 2015)
올바른 독자의 자세.『책 먹는 법』은 독서의 효과와 결과만을 다루는 여타의 책들과는 다르게 책을 대하는 독자의 자세와 독서의 목적 그리고 독서 과정의 중요함을 강조한다. 즉 바른 독서법, 책과 저자를 대하는 올바른 독자의 자세는 무엇인지 설명하고 이를 충실히 실천하여 독서의 진정한 의미를 전하는 것이 책의 목적이다. 읽기 시작하는 법, 질문하면서 읽는 법, 있는 그대로 읽는 법, 다독 법, 정독 법, 여럿이 함께 읽는 법, 어려운 책 읽는 법, 쓰면서 읽는 법, 소리 내어 읽는 법, 아이와 함께 읽는 법, 문학 읽는 법, 고전 읽는 법 등 여러 가지 상황에 맞는 독서 방법을 저자 자신의 인생에서 겪은 생생하고 흥미로운 경험과 함께 소개한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제대로 책 읽는 데 유용한 지식을 얻을 수 있으며,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한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친근하고 솔직한 저자의 문체는 아직 책 읽기에 익숙지 않은 독자도 편안히 책과 접할 수 있도록 쓰였다고 생각한다. 외유내강(外柔內剛)을 실천하는데 독서만 한 게 있을까? 독서를 제대로 하는 기초를 익히는 책을 만나고 싶다면 추천.
6. 『메모 독서법』·신정철(위즈덤하우스, 2019)
메모 독서법을 활용하여 독서 생활에 더욱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독서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나의 삶 또한 확장해 줄 수 있는 좋은 독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메모 독서법
메모(핵심 내용, 중요한 발췌문, 불편한 점)
독서 노트, 마인드 맵(한 챕터, 기사 등을 작성해 보자)
글쓰기(나를 위한 서평, 개요 작성을 이용한 글쓰기)
메모 독서의 습관화
독서 도우미 활용
글의 설계도 만드는 방법
진짜 하고 싶은 말 파악하기(핵심 문장 써보기)
문제를 잘게 쪼개기(단락으로 나누기)
하나씩 해결하기(단락 하나씩 내용 전개하기)
일단 쓰고 분류하기
여러 가지 순서로 조합해보기
7. 『공부머리 독서법』·최승필(책구루, 2018)
본래의 책의 목적은 자녀의 ‘독서 교육’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좀 더 효과적인 독서법을 고민하면서 읽게 된 책이다. 현재의 입시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지식’이 아니라 ‘정보 전달’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정보를 습득할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지식’으로 교육의 목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식 형성에 가장 중요한 것이 ‘읽기 능력’이며 이를 심화할 수 있는 방법이 ‘공부머리 독서법’이다.
8.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모티머 애들러, 찰스 밴 도렌(멘토, 2012)
책을 잘 읽기 위한 원칙. 책을 좀 더 ‘잘 읽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을 위한 책. 저자는 이러한 독서법을 4단계 (기초 읽기 > 살펴보기 > 분석적 읽기 > 통합적 읽기)로 제안하면서 단계별 원칙과 원리, 구체적인 적용 방법을 설명해 나간다. 다시 말해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은 ‘독서법에 관한 실용서’라고 정의할 수 있다. 독서에 관한 자기만의 방법이나 원칙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그래서 답보 상태에 있는 자신의 독서법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기제를 찾고 있는 사람에게 추천.
능동적인 읽기: 네 가지 질문, 책 읽는 사람의 의무
전반적으로 무엇에 관한 글인가?: 글의 주제를 찾아내고, 저자가 어떻게 더 세분한 주제와 내용으로 전개해 나가고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자세하게 다루고 있는가?: 글에 나타난 저자의 주요 사상, 주장, 논점들을 찾아보아야 한다.
전반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볼 때 그 글은 맞는 이야기인가?: 저자의 생각을 아는 것을 넘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의의는 무엇인가?: 글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9. 『다산의 독서 전략』·권영식(글라이더, 2020)
날마다 좋은 책을 읽는 것은 날마다 세 가지 일에 성공하는 것이다. 결정적인 만남, 후회 없는 선택, 품위 있는 인생. 그리고 정약용의 삼박자 독서법이란 정독(精讀), 질서(疾書), 초서(鈔書)다. 시대를 앞서간 지식인에게 독서의 본질을 듣는다.
10. 『책 읽는 뇌』·매리언 울프(살림, 2009)
독서란 인류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 저자인 울프 교수는 책 읽는 뇌의 역사와 (저자의 자녀도 겪고 있는) 난독증의 이해를 통해 과연 ‘독서’가 인류에게 미친 영향력은 무엇이고, 다가올 미래에 ‘독서’의 의미는 어떻게 변할 것인지 그리고 독서와 인류의 관계는 어떻게 변해야만 하는지도 함께 고민해보자고 제안한다. 단어 하나에도 문화적, 정치적, 학문적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묵음’의 의미도 단순히 우리를 괴롭히는 불협화음으로만 이해하기보다는 처절한 문명의 여정을 담고 있다고 인식한다면 관용적인 마음으로 독서에 임할 수 있지 않을까.
11. 『본능 독서』·이태화(카시오페아, 2018)
자신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선택한 책을 읽을 때는 상투적이고 표면적인 이해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저 ‘책 한 권을 읽었다’는 의미가 전부인 독서, 피해의 화살은 결국 그 책을 읽은 자신에게 돌아온다. 독서를 여타의 개인적인 욕망의 실현을 위한 도구로 여기게 되면, 독서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12. 『책 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이권우(한겨레출판, 2015)
읽기와 쓰기. 책 읽기는 그 목적을 글쓰기로 할 때 가장 효과적이다. 시간이 남아서, 유행하는 책이니 호기심에서, 궁금한 부분을 해결하려고 등 책을 읽게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책 읽기의 목적을 서평이나 독후감(학창 시절 숙제와는 다른 의미)처럼 능동적인 활동을 목적으로 하게 되면 그것이 바로 ‘의미의 창조’라고 할 수 있다. 책 읽기와 글쓰기가 이처럼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순환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 읽기는 글쓰기로 완성되며, 글쓰기는 또 다른 책을 읽어나가는 자양분이 된다.
고전의 의미. 책의 구성은 ‘글쓰기 강좌’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1부는 우선 책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고전의 가치는 답을 찾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언제나 답이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익숙한 우리에게 고전은 어렵고 지겨운 것일 수 있다. 『논어』, 『삼국유사』, 『국가』에는 질문과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이 담겨있다. 고전을 통해 질문하는 법을 배우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익히는 것이 고전을 읽는 참된 의미라고 생각한다.
테마 독서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