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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MO Oct 12. 2022

늦은 변명

2022년 9월의 독서 기록


2022년 9월에 읽은 책들을 소개합니다.


9월의 마지막과 10월의 시작은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바빴습니다. 특별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딴에는 열심히 했습니다. [월 말 결 산]을 미루면서까지 해야 했던 일은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 응모’였습니다. 응모 마감이 10월 23일인데, 10월 중순이 넘어가면 바쁜 일이 생길 것 같아 『독서의 품격』 브런치북을 이번 연휴 기간에 몰아서 마무리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달콤한 결과만 바라볼 뿐 과정의 엄중함을 예상할 줄 모르는 것이 인간,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저도 인간인가 봅니다. 결과적으로 ‘사서 고생한다’는 말을 적나라하게 실천한 셈입니다.


여유 있게 마칠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다르게 저녁이면 노트북 앞에 앉아서 무섭게 깜박이는 커서를 바라보거나, 펜대를 굴리며 노트에 글감을 끄적거리는 시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스스로 결정한 일이라 후회는 없습니다. 하지만 본인의 능력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것은 잘못입니다. 겸손은 격언이 아니라 현실입니다(다신 브런치 글쓰기를 무시하지 말자).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건지 아직도 미스터리입니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으신 작가님들에게 무례한 말인  알지만, 나름 간접 체험을 해봤습니다. 하여 한동안 독서에 전념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 우리 모두 마음의 양식으로 10월을 채웁시다…  :D



독서 기록


#9월독서 #독서기록 #독서달력 #리더스


『파리대왕』·윌리엄 골딩(민음사, 2002)


#모험 #인간의본성 #상징과풍자


외딴섬에 고립된 소년들의 지루하고 섬뜩한 모험 이야기. 『파리대왕』을 다시 읽기 전에는 딱 이 정도의 책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문명의 가장 발전된 사회체제로서의 민주주의, 과연 가장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제도라는 평가가 올바른 판단인지 상당히 의심스러운 요즘 꼭 읽을 필요가 있는 고전이라고 생각한다.


고립되고 제한된 환경에 솔직한 인간의 본능은 어떻게 표출될 것인지 궁금하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단순한 ‘살인'을 넘어 ‘학대’에 가까운 행위를 서슴없이 저지른다. 더욱 소름 끼치는 사실은 살인의 근거가 단지 무섭다는 이유라는 사실이다. 모두 그 살인에 동참했음에도 애써 외면하는 모습은 현실과 그다지 동떨어지지 않아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책 읽는 삶』·C. S. 루이스(두란노, 2021)


#독서 #문학 #책


우리가 책을 대하는 자세, 독서하는 이유에 대해 시처럼 말해주는 책이다. 순전한 크리스천이자 작가 그리고 독서광인 C.S. 루이스는 평생 문인으로 살아오면서 느꼈던 책과 독서에 대해 이 책을 통해 담담하게 풀어낸다. 특히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한 그의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우리는 내 생각, 관점, 가치관뿐만이 아니라 타인의 것을 통해 세상을 관찰하고 느끼고 싶어 한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책을 통해 경험을 넓히는 이유도 동일하다. 이런 독서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다.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헤르만 헤세(뜨인돌, 2022)


#독서 #작가 #책


『데미안』으로 익숙한 독일의 지성 헤르만 헤세. 그의 차분하지만, 내면을 파고드는 잔잔한 문체는 소설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작가가 그렇듯이 작품 속 문체는 작가의 정신세계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작가이기 이전에 독서가이자 철학자였던 헤세의 현실적인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독서, 책, 작가라는 주제로 헤세의 철학과 가치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불순한 의도(독서와 관련된 참조할 만한 책을 찾고 있었다)로 집어 든 책이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조금은 냉철한 혹은 조금은 비관적인 ‘독일 문학'에 대한 그의 평가는 『데미안』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책과 독서에 대한 그의 지독한 사랑이 느껴지는 문장에서 더욱 인간적인 친밀감을 느꼈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피에르 바야르(여름언덕, 2008)


#독서 #읽지않은책 #창작


우리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책을 다 읽을 수 없다. 그리고 간단한 계산만으로도 알 수 있는 명확한 이 진실을 애써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기저에 있는 이유는 대부분 우울한 것들이다. 책을 통해 알게 된 교양이 삶의 어느 정도 안정감을 준다는 느낌에서 벗어나기 싫은 것은 아닐까? 책은 도구라고 말하면서 책을 읽지 않는 것을 ‘무지'와 동일하다고 말하는 역설, 저자는 이런 금기를 과감하게 벗어나야 진정한 ‘창작'의 길로 나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책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것이 독서의 전부는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나'이다. 나의 내면보다 책의 내용이 우선인 사회가 과연 바람직한 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까? 비독서는 오히려 책과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창의적인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떡여졌다. 책도 정보처럼 넘쳐나는 세상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 독서를 지혜롭게 할 수 있는 방법, 삶과 독서를 균형 있게 조율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제안하는 책이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방법은 창작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깔끔하게 정리된 논문 한 편을 읽는 기분으로 끝까지 읽었다. 기존의 여러 독서법을 탐독해도 자신에게 어울리는 독서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책을 싫어하는 당신에게』·최성진, 엄지(도서출판현정, 2021)


#책 #북리뷰 #서평


초독자(초보 독서가)를 위한 독서 안내서. 책 읽기를 싫어했던 저자가 독서가 부인을 만나, 애독자가 되는 과정을 솔직하고 쉽게 전달하는 책이다.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됐는데, 1장은 책과 친해지는 법이며 2장과 3장은 초보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을 소개한다. 말 그대로 독서 입문자를 위한 책이다. 책과 친해지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30일 완독 책방』·조미정(블랙피쉬, 2022)


#책 #독서 #완독


완독을 습관으로 만드는 방법을 저자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특히, 저자가 권유한 이미지 독서법은 독서와 관련된 글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책벌레와 메모광』·정민(문학동네, 2015)


#책 #메모 #다산


고서를 연구하는 저자는 고서에서 책 읽는 것을 삶 자체로 여기는 책벌레와 메모에 진심인 사람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적어 나간다.




이달의 책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헤르만 헤세(뜨인돌, 2022)
지식/정보 : ★☆☆☆☆
감동/의미 : ★★★☆☆
재미/흥미 : ★★☆☆☆



이달의 문장


책은 진지하고 고요히 음미하고 아껴야 할 존재다. 그럴 때에야 비로소 책은 그 내면의 아름다움과 힘을 활짝 열어 보여준다.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 [1 p]

헤르만 헤세에게 책이란. 『데미안』을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청소년 교양을 함양하기 위한 추천 도서라는 명목으로 숙제처럼 읽었던 그 책은 나에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한 그저 그런 책이었다. 하지만 수능을 앞둔 고3 시절에 만난 『데미안』은 조금 달랐다. 무엇인가 부족함에 항상 갑갑했던 시절. 정작 정확히 무엇이 부족한지 자신의 어설픈 지식과 능력으로 알지 못했다.


청소년 추천 도서에 항상 보이던 헤르만 헤세라는 낯선 이름. 질풍노도의 시절,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에밀 싱클레어의 발견은 나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공부가 하기 싫어 반항의 의미로 읽었던 그 책은 이상하게도 나에게 위로를 건넸다. 싱클레어의 고민이 남 일 같지 않았고, '껍질의 파괴'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방황하는 주인공을 보며 막연하게나마 나와 비슷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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