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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MO Oct 08. 2023

내 안에 또 다른 세상

⟪바디⟫•빌 브라이슨

1.

(필자를 포함하여) 당연하고 슬프게도 우리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 설득력 있는 사례를 어렵게 가지고 올 필요도 없다. 퇴근 후에 정말 할 일이 없다면 아주 잠깐만 짬을 내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보면 자신의 무지함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동네 서점이나 작은 도서관이면 충분하다). 과연 그 많은 책 중에 내가 알고 있는 책이 얼마나 될까? 정확한 통계자료가 필요하겠지만, 모르는 책이 대부분이라는 판단에 이견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본다. 한편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게 많아진다.'라는 말은 진리에 가깝다. 반대로 모르기 때문에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오히려 많다. 기원전부터 소크라테스가 평생을 바쳐 경고했지만, 아직도 우리는 자기 자신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런데 이러한 상식적인 생각에 불만이라도 있는지 모든 것을 낱낱이 알려주겠다는 책이 있다. 단, 그 범위가 우리 '몸'에 한정된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로 잘 알려진 이 책의 저자 빌 브라이슨은 『바디』에서 외부(세계)가 아니라 내부(몸)에 집중한다. 그는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피부에서 형이상학적인 의미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모든 것을 샅샅이 설명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에 많은 곳에서 '아직 모른다'라는 말이 이곳저곳에서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실제로 인간은 자기 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게 거의 없다. 단순하지만 중요한 이 진실을 알려주기 위해 빌 브라이슨은 『바디』를 썼는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자기 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고 ('모른다'라는 말이 너무 많이 나와서) 『바디』가 책장 구석에 처박혀 있거나 라면 받침대 정도로 활용될 책이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인문학이 제일 부러워하는 과학의 매력은 언제든지 자신의 의견이 잘못될 수 있음을 인정 혹은 준비하고 있는 태도라고 생각한다(인문학만의 고유한 장점도 분명 있지만). 일례로 과학자에게 질문을 던지면 100% 확실하다는 대답을 듣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도리어 과학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참인 명제는 '영원히 참인 가설은 없다.'라고 말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빌 브라이슨은 이 책을 저술하면서 단지 그러한 태도를 취했을 뿐이다. 아울러 그의 선택은 독자를 설득하는 데 효과적이었고, '우리 몸 안내서'란 책의 부제와도 잘 어울린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우리 몸도 여타의 지식처럼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게 많아지는 신기한 시스템이다. 책에 의하면 인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1시간에 무려 100만 개가 넘는 피부 조각을 떨군다.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도 1년에 약 500그램의 피부가 먼지로 변한다는 말이다. 이는 세포의 생성과 소멸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작용으로 호모 사피엔스가 활기차고 건강한 일상을 누리는 데 필요한 현상이다. 이 밖에도 눈, 허파, 위, 간을 비롯한 거시적 기관들과 적혈구, 백혈구, 기생 바이러스, 호르몬, 유전자  등의 미시적 요소들의 생명 연장을 위한 대응과 조치 과정을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동시에 이렇게 복잡한 일을 거리낌 없이 해낸다는 생각에 스스로 대견하기까지 하다.


한 걸음 더 들어가, 책의 중반부 이상을 읽다 보면 이제는 내 몸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의미 없고 무기력한 하루가 일상인 나에게 어떻게든 생(生)을 이어 나가려는 내 몸은 조용히 그리고 묵직하게 위로를 건넨다. '넌 그렇게 의미 없는 사람이 아니야'라고. 빠르게 달리는 차에서 보는 꽃은 지나가는 풍경일 뿐이지만, 차분한 산책에서 만나는 꽃은 또 하나의 아름다움이다. 우리 몸도 보면 볼수록 아름답고, 알면 알수록 사랑스럽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몸을 우리는 그동안 너무 모르고 있었다. 최재천 교수도 그의 책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에서 정확히 말했다. 알면 사랑한다고. 나를 제대로 사랑하려면 내 몸부터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빌 브라이슨의 책은 내 몸을 제대로 알려준다.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우리 몸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동안 자기 몸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는 깨닫게 된다. 특히 이 책의 눈에 띄는 장점 중의 하나는 상당히 쉽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전문적이고 어려운 의학용어가 범람할 것이란 불길한 추측은 편안하게 접어도 된다. 용어의 정의와 의미의 해석보다는 원리를 쉽고 간단하게 이해시키는 데 집중했다. 저자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의학적, 해부학적 지식이 전무한 필자가 읽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저자가 준비한 '우리 몸 안내서'를 차분히 따라가다 보면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확증편향에 찌들어 우리 몸에 대해 가졌던 편견을 바로잡을 기회를 놓치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2.

"그 얼마나 신과 같은가!"
    — 윌리엄 셰익스피어, 『햄릿(Hamlet)』


▶︎ 신도 결국 인간 상상력의 결과가 아닐까? 그 증거로 인간과 너무나도 닮았다. 하지만 인간이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 무엇인지조차 우리는 모른다. 이제 겨우 DNA의 존재 여부를 확인했을 뿐이다.



시각 입력이 시신경을 통해서 이를 처리하고 해석할 뇌로 전달되는 데에는 미미하지만,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시간 - 5분의 1초, 즉 약 200밀리 초이다 - 이 걸린다.


▶︎ 외부 세계를 뇌가 인식하는 데에는 빛이라는 마중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연(200밀리 초)’이 있을 수밖에 없다. 놀랍게도 뇌는 이 지연된 세계를 예측하는 일을 우리 생애 내내 해낸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항상 상상하는 세계, 혹은 예측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후각의 한 가지 흥미로우면서 중요한 특징은 후각이 5가지 기본 감각 중에서 유일하게 시상하부를 거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 후각이 어떤 감각보다 기억과 강하게 연계됐다고 느끼는 이유는 어쩌면 기본 감각 중에 유일하게 시상하부를 거치지 않고 뇌(후각 겉질)로 직접 향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일본과 독일은 전쟁이 끝났을 때, 나머지 세계보다 미생물, 영양, 동상, 무기에 따른 부상, 무엇보다도 신경가스, 독극물, 감염병의 영향에 대해서 훨씬 더 많이 알게 되었다.


▶︎ 비인간적인 실험으로 얻은 성과는 결국 전쟁에서 승리를 차지한 국가의 이익으로 환수되었다. 미국은 윤리적으로 그리고 정당성까지 확보하면서 그 이득을 자연스럽게 취득해 많은 이익을 누릴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일본에 임상적인 핵실험까지 했으니 그야말로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은 다 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로 이전까지 일본은 그 이익을 자신들의 것으로 생각했겠지만 말이다.


3.


친절한 내 몸 안내서


이런 분께 추천드려요!

내 몸을 알고 싶은 분

'나'를 사랑하고 싶은 분

쉽지만 읽을 만한 책을 찾는 분


바디

저자 : 빌 브라이슨
번역 : 이한음
출판 : 까치(2020)

지식/정보 : ★★★★☆
감동/의미 : ★★★☆☆
재미/흥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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