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금이 입금되었습니다

브런치가 내게 돌려준 다섯 가지

by COSMO

사람들이 묻는다. 퇴근하고 녹초가 된 몸으로 모니터 앞에 앉아 글을 쓰는 이유가 뭐냐고. 그럴 때면 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대답한다.


이건 내 인생에서 가장 수익률이 높은 투자니까


엔지니어로 14년을 살면서 깨달은 게 있다. 회사에서 하는 일은 대부분 휘발된다. 월급이라는 교환 가치만 남기고 사라지는 비용에 가깝다. 하지만 이곳에 쌓아온 글은 다르다. 조금씩, 천천히, 나를 증명하는 자산이 된다.


주식 차트는 매일 오르내리며 마음을 흔들지만, 브런치라는 포트폴리오는 완만하게 우상향 하며 내 삶을 조용히 받쳐 주었다.


돌아보니 나는 이곳에서 돈으로 바꿀 수 없는 다섯 가지 배당금을 받았다.


기회.

어느 날 예상치 못한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출판사였다. 그 순간 나는 책을 사는 사람에서 책을 쓰는 사람으로 건너갔다.


확장.

글 하나가 강연 제안으로 돌아왔다. 또 다른 글은 기고 요청으로 이어졌다. 씨앗 하나가 예상 못 한 방향으로 가지를 뻗었다.


공명.

"새 글 언제 올라오나요?" 어느 날 댓글 하나가 달렸다. 혼자 울리던 주파수가 누군가의 주파수와 포개지는 순간이었다.


복원.

무너질 것 같은 날이 있었다. 치명적 오류 같은 상실 앞에서 글이 나를 붙잡았다.


선명함.

누군가 나를 '작가님'이라 불렀다. 반복에 무뎌졌던 일상이 그 호칭 하나로 다시 또렷해졌다.


이 정도면 충분히 받은 셈인데, 브런치가 작은 선물을 하나 더 건넸다. <오늘만 무료> 프로모션에 내 글이 선정됐다는 소식이다. '독자와의 연결을 확대하는 혜택' 이 문구가 참 근사하게 다가왔다.


덕분에 멤버십 가입자만 볼 수 있었던 <고성능의 함정: 스펙과 결과물>이 오늘 하루 무료!

스크린샷 2026-01-12 오전 12.17.42.png 감사합니다


이 글은 우리가 왜 그토록 '스펙'이라는 숫자에 매달리는지, 왜 고스펙인 우리가 정작 결정적인 순간엔 멈춰 있는지를 다룬다. 최신형 노트북을 사놓고 유튜브만 틀어놓던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멈춰 있는 고성능보다 느리게라도 돌아가는 것이 왜 더 많은 걸 남기는지, 그 질문을 따라간 기록이다.


스펙을 쌓다 지쳐버린 사람에게, 달리는데 왜 제자리인지 모르겠는 사람에게, 이 글이 닿으면 좋겠다.


P.S.

이게 다~ 여러분 덕분이라는 거 잘 알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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