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과 완성
글을 쓰는 내내 키보드의 백스페이스 키가 닳도록 눌렀다. 한 문장을 겨우 쓰고는 마음에 들지 않아 지우고, 적당한 단어를 고르지 못해 커서만 하염없이 깜빡이는 화면을 노려본다. 이 표현은 너무 진부한가? 이 논리는 빈약해 보이지 않을까? 독자가 읽다가 지루해서 덮어버리면 어쩌지? 모니터 속의 커서는 일정한 박자로 깜빡이며 나를 재촉하는데, 내 손가락은 허공을 맴돌 뿐 내려앉지 못한다. (커서는 나보다 부지런하다. 쉬지 않고 깜빡이니까.)
완벽하고 매끄러운 문장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역설적이게도 단 한 줄도 못 쓰게 만든다. 마비다. 작가들은 이를 '블랭크 공포'라고 부르고, 엔지니어들은 '분석 마비'라고 부른다. 너무 많은 생각과 완벽에 대한 강박이 실행 자체를 가로막는 현상이다.
비단 글쓰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늘 완벽을 꿈꾼다. 흠결 없는 외모, 실수 없는 발표, 후회 없는 선택, 티 없이 맑은 인간관계. 최근 우리 사회를 강타한 '육각형 인간'이라는 유행어는 이런 강박의 정점을 보여준다. 외모, 성격, 학력, 자산, 집안, 직업. 모든 꼭짓점이 꽉 차야 한다는 압박감이다. 이 중 하나라도 찌그러지면 마치 불량품이 된 것 같은 패배감에 젖는다.
그래서 우리는 자꾸만 시작을 미룬다. 영어가 완벽해질 때까지 여행을 미루고, 돈이 완벽하게 모일 때까지 독립을 미루고, 내 마음이 완벽하게 평온해질 때까지 사랑을 미룬다. 준비만 하다가, 리허설만 하다가 무대 뒤에서 늙어가는 배우처럼, 우리는 완벽이라는 환상에 갇혀 자신의 삶을 시작조차 못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인생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단 한 번의 오류도 없이 출시하려는 불가능한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꿈이 악몽이 되어 나의 오늘을 갉아먹고 있는 줄도 모른 채.
먼저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는 완벽의 실체를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냉정하게 해부해 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공학의 세계에서 완벽은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완벽은 비용이 무한대로 수렴하는 비효율의 극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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