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수목금금금

출근을 안 하니 퇴근도 없더라

by COSMO

사표를 던지고 방구석으로 유배를 온 뒤, 제가 얻은 수확 중 하나는 월요병의 완치입니다.


직장인 시절, 일요일 밤 9시가 넘어가면 개그 프로그램의 엔딩 시그널은 장송곡 같았습니다. 내일 아침 지옥철에 몸을 싣고 사무실로 끌려가야 한다는 공포감. 전형적인 주말 말기 증상이었죠. 월요일 아침에 눈을 뜨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때려치우고 프리랜서가 된 지금, 일요일 밤의 우울함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월요일 아침 9시가 되어도 나갈 출근지가 없으니, 일요일 밤이라고 불안할 이유가 없어진 겁니다. 직장인의 고질병을 퇴사라는 극약 처방으로 치료해 버린 셈입니다.


처음 몇 달간은 이 완벽한 쾌유가 달콤했습니다. 남들이 지옥철에서 서로의 어깨를 밀치며 시달릴 시간에 느지막이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늘어난 곰돌이 수면 바지를 입은 채로 옵시디언 화면을 엽니다. 이것이야말로 자본주의의 굴레를 벗어난 주체적인 일상이라고 자부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월요병이 완치된 제게 부작용이 찾아왔습니다.


일요일의 우울함이 사라진 대신, 금요일 저녁의 도파민마저 증발해 버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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