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곽재식(위즈덤하우스, 2018)
제일 쓰고 싶은 것부터 쓰기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라는 상당히 긴 제목의 특별한 책을 발견했다(소제목의 글자 제한으로 줄임표를 넣을 수밖에 없었다). 글쓰기를 잘하고 싶어 하는 많은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지 자신의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통해서 풀어나간다. 스스로 작가를 꿈꾸며 살아온 저자의 경험담 속에 글의 소재 찾기, 글을 쓰는 실전 기술, 글을 오랫동안 쓰는 방법, 글쓰기에 대한 철학 등을 담아낸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저자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잘 풀어낸 문장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래서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읽게 된다. 책에서 제시한 좋은 글쓰기의 방법으로 등장하기도 하는데 ‘간결하지만, 이해하기 쉬운’ 문장은 글쓰기에 중요한 요소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다양한 경험이 곧 실력의 척도이다. 『하버드 글쓰기 강의』에서 바버라 베이그는 "진정한 작가란 실제로 글을 쓰는 사람이지 글에 관해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꾸준한 글쓰기는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요건이다. 운동과 음악의 경우 최선을 향한 꾸준한 연습이 실력 향상에 중요한 요건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지속해서 글을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결국 '동기부여'가 중요하며 이를 위해 저자는 평소에 관심 있게 지켜본 글감과 흥미를 느끼는 소재로 글을 쓸 것을 권장한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스스로 재미를 느껴야 제대로 몰입할 수 있다. 따라서 꾸준히 글을 쓰고 싶다면 지금 제일 쓰고 싶은 것부터 쓰라는 저자의 주장은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이제 책의 전체 구성을 살펴보자. 앞부분은 글쓰기 전에 필요한 요소를 설명하고 뒷부분은 글쓰기 실전 기술과 저자의 노하우를 소개한다.
책의 구성
상상: 좋은 글감을 찾는 법
경험과 변주 : 재미있게 이야기를 꾸리는 법
연마 : 아름답게 글을 꾸미는 법
생존 : 꾸준히 쓰는 힘을 기르는 법
곽재식 작가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이자 소설가이다. 부산외고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KAIST에 진학하여 2002년에 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대학원에 진학해 화학을 전공하여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최종 학력은 연세대학교 공학박사다. 이후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소설가를 겸업하고 있다.
이 책은 소설을 쓰려고 하는 작가들을 위한 글이지만, 필자처럼 서평을 위주로 글을 쓰는 사람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특히 글이 안 써질 때 저자가 추천했던 ‘어떻게든 글을 쓰는 방법’들은 유용하게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쟁이를 꿈꾸고 있기는 하지만 워낙 소소하고 짧은 식견의 글을 위주로 쓰고 있어서 필자 자신도 이런 책을 읽는 것이 사실 우습기도 하다. 그렇지만 브런치와 개인 블로그에 글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모습이 뿌듯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쓸수록 부담되고 막막할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 저자의 방법들을 꼭 실천해보고 싶다. 글쓰기에 다섯 시간만 투자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는 저자의 설명에 용기를 얻었다. 좋은 글감을 찾는 방법부터 스토리를 재미있게 만들어 가는 방법, 작가들이 처한 현실 및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가져야 하는 태도까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유용한 팁과 따뜻한 조언들이 담겨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글쓰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창작 전체에 도움이 되는 책이다. 앞에서 한번 언급했지만 1, 2 챕터는 '스토리와 소재'에 대해 다루고 3, 4 챕터는 '글쓰기'에 대해 설명한다. 특히 후반 챕터는 글 외에 창작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법한 팁들이 많이 있다. 사실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 자체는 다른 작법서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 책만의 매력은 내용을 풀어가는 방식에 있다. 많은 작법서를 읽어보았지만 3부작 구성이나 스토리텔링의 원칙 같은 이론에 기대어 딱딱하게 설명하지도 않고, 어떤 상황이나 인물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써보라는 등의 기계적인 과정을 강요하지도 않으면서,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도록 변화를 이끌어 내는 책은 이 책이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이 책은 '이야기를 끝까지 써본 적이 없는 혹은 쓰는 법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철저히 실용 위주로 작성된 책이기 때문에 저자가 책에서 언급한 내용을 이미 실천하고 있거나, 학술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독자들의 경우에 이 책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전업 작가가 아닌 겸업 작가가 지녀야 할 자잘한 팁들이 생생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저자는 책을 사고 글을 읽는 사람들 사이에서 고양이는 한동안 꾸준히 인기일 듯하니, 온갖 고민을 해봤는데도 정 이야기를 풀어나가지 못하고 있다면 적당한 핑계를 대고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는 방법을 추천한다. 과연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필자도 꼭 실천해 보려고 한다.
의외의 발견이 하나 더 있었다. 책 리뷰를 살펴보다 알게 된 것인데, 필자처럼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이 정말 많다는 사실이었다. 목표가 무엇이 되었든 글을 잘 쓰는 능력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정말 많은 것 같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이유는 모두 다르겠지만, 내가 가진 생각을 남들에게 이해받거나 나와 다른 생각이 있는 사람을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혹은 주변에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뛰어난 이야기꾼이 되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책의 제목만 봤을 땐, 또 제목만 흥미를 자극하게 써놓고 그저 그런 책인 거 아닌가 싶어 별로 기대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저자의 경험을 담아 솔직 담백하게 저술한 책이기 때문에 지금의 필자에게 꼭 필요했던 책이었다.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아 유능한 작가의 글 쓰는 요령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곽재식(위즈덤하우스, 2018)
지식/정보 : ★★★☆☆
감동/의미 : ★★☆☆☆
재미/흥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