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의 힘•팀 마샬 | 책리뷰
21세기는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국가 간, 지역 간 교역이 자유로운 시대이다. 그리고 ‘정보’ 또한 무한대에 가깝게 유통, 소비되고 있다. 다시 말해 정보의 과잉이 문제지 결코 결핍이 문제는 아닌 시대이다. 즉, 이곳저곳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이 어떠한 이유로 발생하고 발전하는지 제대로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넘쳐나는 정보 중에 가치 있는 것을 가려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가치 있는 정보가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는 관점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리의 힘』은 결국 세상을 지리적 관점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책의 저자는 현재 국제적 영향력이 커다란 국가를 비롯한 여러 지역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하여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파악하며, 미래를 예측한다. 지리는 그 나라의 역사는 물론 민족성, 국가 이념, 정치체계, 주변국과의 관계, 경제 규모 등 다양한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다. 다시 말해 지리적 특성을 제외하고 어떠한 나라를 정확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책에서 다루는 지역
전 세계를 10개의 지역으로 나누고 지리에서 비롯된 경제전쟁, 세계의 분열, 영유권 분쟁, 빈부 격차 등에 대해 살펴본다.
4천 년 만에 대륙의 나라에서 해양 강국을 꿈꾸는, 중국
지리적 축복과 전략적 영토 구입으로 세계 최강국이 된, 미국
이념적 분열과 지리적 분열이 함께 감지되고 있는, 서유럽
가장 넓은 나라지만 지리적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는, 러시아
지리적 특성 때문에 강대국들의 경유지가 된, 한국
최대 고민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는, 일본
내륙이 텅 빈 거대한 지리의 감옥에 갇힌, 라틴 아메리카
유럽인이 만들어 놓은 지정학의 피해자가 된, 아프리카
인위적인 국경선이 분쟁의 씨앗이 되는, 중동
지리적으로 출발부터 서로 달랐던, 인도와 파키스탄
21세기 경제 및 외교의 각축장이 된, 북극
식민지를 건설했던 유럽의 자본과 권력은 그 지역의 지리적 현실과는 동떨어진 국경선을 긋는 데 잉크를 썼고, 이 과정에서 역사상 유례없이 인위적인 국경선들이 탄생했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선을 다시 그으려는 시도가 오늘날 중동 지역의 유혈 사태를 불러오고 있다.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적폐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중동(명칭 자체에 유럽인들의 선입견이 담겨있다)은 앞으로의 개선 방향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현존하는 역사적 문제 중 가장 난도가 높은 과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은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지형학적 특성을 무시하고 유럽 식민주의자들이 인위적으로 그은 국경선들과 그와 같은 조건에서 지리적 문화들이 서로 반목과 충돌을 거치면서 현재 상황까지 발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책에서는 중국의 해양강국으로 팽창하는 이유, 인도와 파키스탄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 미국이 세계 패권을 거머쥘 수 있었던 이유, 러시아 팽창의 최대 난제, 영국이 EU를 탈퇴하게 된 배경 등을 저자는 지리적 관점에서 세세하고 설득력 있게 책을 전개해 나간다. 저자의 이러한 지리적 관점에 의한 분석이 분명 ‘세계사’에 모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역별 지리적 특성은 분명히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는 저자의 의견에는 동의한다.
정확하게 세상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중요한 요소 중
‘지리’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지리의 힘』 에서도 저자 팀 마샬은 '지리를 알지 못하면 세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에서 기인하고 있는 주요한 세계사적 문제(경제전쟁, 세계의 분열, 영유권 분쟁, 빈부 격차)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또한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면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에서 보도되는 분쟁, 국가적 공식 발언, 협력, 소요사태, 테러 등과 관련된 뉴스를 볼 때 ‘지리적 관점’에서 파악함으로써 보다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지리의 힘∙팀 마샬 | 사이
지식/정보 : ★★★☆☆
감동/의미 : ★★☆☆☆
재미/흥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