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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삿헌 Oct 07. 2018

Manhattan의 요리학교 NGI의 두 번째 주말

김은영의 뉴욕의 시간 기록



학교는 맨해튼 21번가에 있었다. 와보니 골목을 나가면 1906년인가에 지어져다는 플랫아이언과 깎아지른 현대의 건물들 그리고 몇 블록 올라가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있는 중심가였다. 처음 이 학교를 소개해준 이는 이탈리아에 미식과학학교를 유학했고 지금은 사찰음식연구원에 있는 보람 씨였다... 내가 좀 슬럼프인 것 같아 지친 거 같기도 하고 너무 이런 시간을 길게 가져가면 음식 하는 게 싫어질까 조심스러워... 대화 끝에 추천을 받았다. 커리큘럼을 보고 바로 관심을 가졌고 구체적으로 유학 준비를 한 게 두 달이었다.

NGIHCA -Natural Gourmet Institute for Health and culinary Art 의 커리큘럼

딱히 채식 식당을 지향하는 건 아니지만 건강한 음식, 자연주의 요리라는 말로 불린 코삿헌의 정체성은 딱히 내가 붙인 것도 아니었고, 그간 자연스럽게 해나가던 나의 음식들이 그렇다고 명명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구조를 알고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직관적으로 재료를 만지면서 그러나 거의 이론에는 무지한 채로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장르인 것처럼 창조해내듯 요리를 했으니 지치기도 했겠다는 생각은 여기 와서 교육을 받으며 정리된 생각이다. 여기 셰프들의 교육은 과학적이고 세밀하다.. 는 느낌이다. 서양인들 특유의 이론 정립이.

앞으로 더 두고 보아야 그리고 잘 쫒아 가보면 더 알게 되겠지만~~

Chef Elliott이 ' 15명인데 6명이랑 수업하는 거 같다'라고 칭찬하는 #288 반의 친구들이다.


Cossat~. 내가 노트를 공유해줄게요~!     Cossat? 시험 요점 정리됐어요? 내가 도와줄까요? 물었던 샬롯과 팔로마... Paloma는 미국에 이민 왔을 때 영어를 한마디도 못했던 경험이, Charllot 은 불어를 한마디도 모르는데 프랑스로 베이킹을 배우러 간 적이 있다고 했다..  둘 다 영민하고 착한 친구들이다.  첫 주 수업 시작을 하루 앞둔 9월 23일에야 집을 구했다. 다음날 오리엔테이션에 이어진 오후 수업부터 어떻게 한 주가 지났는지 모르게 허둥댔고, 지하철에서 표를 충전하다가 어느 흑인이 접근해 내 데빗카드에서 돈을 빼가는데도 넋 놓고 서 있다 정신을 차릴 정도로 혼이나가 , 스스로 내 머리가 어찌 된 거 아닐까... 이렇게 많은 실수들을 연발하다니.. 필시 뇌에 무슨 부하가 걸리거나 치매상태 아닐까.. 이런 상태로 공부는 가능할까.. 10월에 시작하는 반으로 옮겨달라고 하고 시간을 좀 벌까... 그러다 한주가 지나 주말이 되자. 조금 나아졌고 두 번째 주말이 되니 좀 더 낫지만 다시 오늘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면서도 내가 여기 와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싶다.

주 5일의 꽉 찬 영어로 듣는 수업, 들리는 수업내용은 다 이해를 하지만 다른 언어로 머릿속에 정리를 해야 하고, (시험이 있으니까..) 안 들리는 내용은 다시 복습이나 예습을 하며 챙겨두어야 한다. 계속 새로운 내용의 교육이 진행이 되니 안 그러면 점점 흐름을 잡아내기 어려워질 거다.   학교 규정에 따라 협업을 해야 하고. 


24시간 창밖으로 기차소리가 들리는 우드 빌리지 하얀 낡은 집을 리노베이션 한 2층 내 숙소 책상 앞에서  2주 동안의 시간을 정리해보니, 내가 공부하러 간다고 결정할 때쯤 만난 몇 사람들과 나누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래요. 너무 애쓰지는 않는 삶.. 그게 현명할 거 같아요.. 근데, 유학이라는 게 애쓰지 않는 일일까요? 되물었다. 그때 그녀도 다니던 직장의 좋은 자리를 버리고 영국으로 하던 일과 아무 상관이 없는 필라테스를 배우러 떠났다. 서로 파이팅~! 하며.  


 너~무 애쓰며 소모되지는 말자... 생각해본다.

얼굴이 홀쭉해졌다..

Ps.친구 임형묵 감독이 늙어서 공부하는 설움 나중에 즐겁게 이야기 나누자 했다.즐겁게!

그 날을 기다리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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