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제주로부터 현재 너머로의 fusion 그리고 음식
무슨 이야기를 하던 끝인지, 제주 신화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한진오씨(모든 것의 처음, 신화의 저자)와 이야기나누다 고리동반이야기를 들었다.
보여주는 사진을 보고 독특한 모양새 눈이 번쩍 했다. 심연의 바닷속에서 무언가 건져 올려지는 느낌!
제주사람인 내가 제주의 문화에 대해 참 모르는 것이 많구나. 기회가 되면 만들어 보리라 생각하던 중에 마침 매주 열리는 농부장터가 100회를 맞았다는 소식을 듣고 기념으로 축원의 고리동반을 만들어보기로 맘을 먹었다.
고리동반은 쌀로 만든 방울모양의 방울떡 7개와 넓은 방석 떡 1개, 댓섭[대나무잎]으로 엮어 이를 ‘고리동반 너울지’라 하는 백지로 싸고, 위쪽 한가운데 중앙에 동백꽃을 꽂은 형태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이 음식을 이루고 있는 중요한 부분인 기메, 고리동반 너울을 본 적도 없고 만들 줄을 모르니 그것부터 해결을 해야했다. 이럴 때 앞뒤 안 가리고 용감해지는 나... 그렇게 해서 별로 실패한 일이 없으니 여전히 그렇게 살아지고 있을 텐데, 불쑥 찾아간 곳에서 국가 무형문화재 김윤수 심방님을 만났다. 그러니 다음번에도 어디서 필요한 무언가 또 기다리고 있을 것을 의심하지 않겠다!
찾아온 까닭을 말씀드리고 만약을 위해 준비해 간 종이를 내밀었더니 손수 만들어 주시고 촬영하는 것을 허락해 주셨다.
고리동반이란 전생의 업을 없애주는 기원을 담은 전상떡이며 굿의 제일 중요한 위치에 올려 두었다가 굿에의 막바지 심방은 너울지와 방석떡을, 본주가 일곱 방울떡을 나누어 가진다.
제주의 신화는 의례와 더불어 현존한다. 굿의 사설은 다 신화이다. 구체적인 신앙의 주체가 있고 이야기가 있다. 스토리가 있는 신화의 주체에게 심방이 복을 빈다. 그래서 전설이나 민담이 아닌 살아 있는 제주 신화가 되는 것이다.
고리동반도 하나의 神話구조를 가졌다.
제주 신화의 세가지 분류, 초공본풀이 이공본풀이 삼공본풀이 중에 이공본풀이 내용중에
서천 꽃밭을 관리하는 이공신 사라대왕이 있다.
그의 부인인 원광아미가 제인장자에게 죽임을 당해 뒤뜰 동백나무 아래 푸른 대나무에 목을 매어져 버려진 것을 아들 할락궁이가 서천 꽃밭을 관리하는 주화신이 된 아버지 사라도령의 도움으로 환생시킨 이야기가 담긴 떡이다.
고리동반 제일 아래에는 방석같이 넓은 떡이 있고, 그 위에 놓인 일곱개의 방울떡에는 어머니의 목이 메어졌던 대나무 잎을 꽂고 그 위에 다시 큰 동그란 떡이 올라가는데, 방석떡은 어머니가 앉은 채 돌아가신 자리의 흙을 파서 방석을 만들었다는 의미에서 놓이고, 아들을 상징하는 방울떡 일곱 개는
자손의 번성을 의미한다. 그 고리동반을 싼 너울지는 원광아미가 앉은 채로 죽은 시신 위에 가득 덮여 있었다는 거미줄의 형상을 상징하는 기메이다.
가운데 원광아미를 상징하는 큰 떡에 꼽아두는 동백이 서천 꽃밭에서
아버지에게 얻어다 어머니를 살린 환생의 꽃이다.
굿의 마지막인 공시풀이 때에 심방은
청너울도 걷어 막고, 백너울도 걷어 막고, 흑 너울도 걷어 막고!
외치며 본주의 치마를 펼치게 하고는 자손의 번성을 상징하는 일곱 개의 떡을 던져주며
비념을 한다.
아덜은 팔도 장원 나게 해 줍서!
딸은 정절부인,숙절부인,도대부인 나게 해 줍서~~!
고리동반 이야기 신화의 시작은 언제부터일까! 자손의 앞날을 축원하는 비념의 말속의 단어는 비록 조선의 것이지만 내용만은 지금과 다르지 않아. 300~400년이라는 시간은 다른 것으로 분리되기에는 짧은 시간인 거겠지. 그럼, 지금 우리의 시간은 언제쯤에, 어떻게, 신화가 되긴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