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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삿헌 Aug 06. 2016

파초잎에  떡을 찌다.

동네빵집 주인이 막 도정을 한 검은 보리쌀과 가루를 가지고 왔다. 

남자친구가 약도 안치고 키워 내었단다.

제 계절에 막 나온 곡식을 받으니, 참 행복하다..

조용히 앉아 빗소리를 듣고 있는데 어린 시절 기억을 타고  계절이 엄습한다. 

햇빛의 색깔과 흙냄새 물 냄새 바람과 밥상 앞에서 나누었던 말소리

그 밥상을 비추던 노란 백열등 빛깔 아래로 나를 끌고 간다.

보리는 백미처럼 잘 익지 않아서 엄마는 항상 미리 한번 삶아  한양 푼을 찬장에 두었다 백미와 섞어 

밥을 지으셨다.

입안에 돌돌 굴러가던 보리 쌀알은 달 큰 짭짤하고 쫄깃하였다.


그 맛있던  계절의 곡식을 다시 만난 것처럼 반가워 무엇을 해볼까 상기된다..

이 가루는 생보리 가루라  바로 물에 타 먹을 수 있는 개역과는 다르다.

떡을 해 보기로 했다.


전에 살던 함덕 마을 안에는 오래된 기와집이 몇 채 남아있다.

그중 한 집 올레 어귀에 파초가  있다.

파초 또한 어린 시절 아름다운 몇 개 장면 주인공 중 하나여서 가끔 지나다니며 이 골목을 쳐다보곤 했는데...

그 잎사귀가 아름다워서 중학교 국어 교과서 엔가 실린 파초라는 시도 참 좋아했었다.

                                     

파초

조국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남국을 향한 불타는 향수
너의 넋은 수녀보다도 더욱 외롭구나.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의 여인
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붇는다.
이제 밤이 차다.
나는 또 너를 내 머리맡에 있게 하마.
나는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리니
너의 그 부드러운 치맛자락으로
                    우리의 겨울을 가리우자.           

             

             김동명.1938.        


파초 그 잎사귀는 먹을거리가 없던 제주사람들에게 드물게 장아찌의 재료로 

연 한 잎은 냉국의 재료로도 쓰였다는 기록이 있다.

 댓잎이나 양하 잎을 깔아 쪄내기도 했었다는 제주의 떡들. 오늘은 파초의 잎을 깔며 그 시대는 정말 아름다운 시간들이었다..

모든 물건들을 마트에서 사다 쓰는 시대에

나는 참 호사롭다...생각이 들다가.

이것이 호사로움이 된 시대가 참 당황스럽다.

하긴 그랬던 어른들도 새마을 운동에 다 물들어

갔으니. 더 할 말이 뭐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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