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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를 지켜라

고양잇과 동물 보전을 위한 지역사회 협력

8 8일은 2002년에 세계동물복지기금(IFAW) 동물 관련 단체가 모여 제정한 '세계 고양이의 '이다. 반려동물로 오랜 역사를 지닌 고양이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고양이를 기념하기 위한 이다. 한편 지난 7 29일은 호랑이가 서식하는  세계 13 국가가 모여 제정한 '세계 호랑이의 '이었다. 현존하는 고양잇과 동물 중에서 가장  크기를 자랑하는 호랑이가 멸종 위기에 처하자 사람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정한 날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의 고양이와 야생의 호랑이 사이에는 사실 다양한 고양잇과 동물들이 있다. 누구나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한 번쯤은 봤을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의 치타도, 흔히 '동물의 왕'이라고 불리는 사자도, 우리에게는 브랜드로 더 익숙하지만 아메리카 대륙에서 실제로 살아가고 있는 재규어와 퓨마도 모두 고양잇과의 동물들이다.


활동 영역이 넓고 육식성인 고양잇과 동물은 종종 멸종 위기에 처하며 실제로 멸종한 사례도 많다. 우리나라만 해도 호랑이와 아무르표범, 스라소니가 자취를 감추었다. 오직 삵만이 현재까지 남아 있는 유일한 고양잇과 동물로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전 세계 어디든 고양잇과 동물들의 존속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서식지 질 저하와 파괴, 인간에 의한 무분별한 포획이다. 많은 고양잇과 동물들이 고기만 섭취하도록 진화하여 탄수화물 소화나 식물 독소 해독과 관련된 유전자가 퇴화되었다는 점도 이들을 멸종에 취약하게 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위기에 처한 야생의 고양잇과 동물의 보전을 위한 노력이 국내외에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범보전기금에서 한국호랑이와 한국표범(아무르표범)을 복원하고 보전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호랑이 보전에 대한 인식을 증진하기 위해 어린이 호랑이 그리기 대회와 같은 캠페인도 개최한다. 네팔에서는 밀렵 단속, 국립공원 확대 등을 포함하는 야생 호랑이 복원 사업을 통해 호랑이 개체수를 거의 3배나 늘리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에서 특히 호랑이의 보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처럼, 지구 반대편의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재규어를 보전하는 데 관심이 많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라면, 재규어 보전을 위해 재규어가 실제로 서식하는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재규어 보전을 위한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사진] 코스타리카의 암컷 재규어. | Photo by Omar Mena on Unsplash.



멕시코의 게레로 재규어 프로젝트 


멕시코 남부에서는 재규어뿐만 아니라 퓨마, 재규어런디, 오셀롯, 마게이와 같은 고양잇과 동물들의 서식지를 개선하기 위한 지역사회 협력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름하여 '게레로 재규어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페르난도 루이스 구티에레스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멕시코 남부 코스타 그란데 데 게레로 지역의 삼림이 고양잇과 동물의 개체군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서식지 보전을 위해서는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필수적임을 강조한다.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중요한 이유는 지역 주민이 바로 재규어 보전과 관련된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재규어는 목축업을 하는 주민들과 공간을 두고 경쟁한다. 또한 집 주변에 출현하는 재규어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재규어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의 이해와 참여가 필요하다. 과학자들이 재규어 보전을 위한 서식지 연결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지역사회의 참여를 이끌어내기까지는 수년이 걸렸다.


멕시코에는 '에히도(ejido)'라고 하는 토지를 공동으로 소유하고 관리하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코스타 그란데 데 게레로에 있는 세 곳의 에히도(코르돈 그란데, 플라타니요, 라스 우메다데스) 주민들이 재규어 보전을 위해 서식지를 개선하고 연결하는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이 세 곳의 에히도를 합치면 3만 2천 헥타르의 삼림이 된다.


지역 주민은 재규어의 존재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과학자들에게 제공하고 지역 삼림의 이용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제한한다. 과학자들은 지역 주민이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카메라를 설치하여 재규어와 다른 야생동물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를 문서화한다. 지역사회는 야생동물을 돌봄으로써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프로젝트와 자원에 접근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지역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 과학자들과 NGO의 회원들 또한 목초지 개선을 위한 씨앗을 제공하고 닭 농장과 소규모 채소밭 만들기와 같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지역사회 지원에 나선다.


세 에히도 중 한 곳인 코르돈 그란데는 멕시코 국가삼림위원회(CONAFOR)로부터 기금을 받아 커뮤니티 임업 회사와 같은 생산적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다른 두 곳의 에히도도 조만간 자발적인 보전지역(ADVC)으로 인증받아 자연자원의 지속가능한 사용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코스타리카의 재규어 보전 프로젝트                     

[동영상] 나마 콘저베이션 소개 영상. | 출처: YouTube.


재규어는 생태계의 핵심종으로 포식자와 먹이 동물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나마 콘저베이션은 중앙아메리카에 있는 국가인 코스타리카의 NGO로 고양잇과 동물과 그 먹이가 되는 동물의 보전뿐만 아니라 서식지의 보전과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마 콘저베이션의 설립자이자 코스타리카의 오사 반도(Osa Peninsula)를 중심으로 재규어를 연구하고 있는 생물학자인 후안 카를로스 크루스에 따르면 재규어의 먹이(특히 흰입술페커리)에 대한 지나친 사냥, 재규어와 인간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 이 지역의 재규어 개체수가 감소해왔다고 우려한다. 그는 카메라 트랩 조사와 GPS 원격 측정을 사용하여 재규어와 그 먹이 생물의 생활 패턴과 개체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사진] 재규어 모니터링을 수행하는 후안 카를로스 크루스(왼쪽)와 동료들. | Photo Courtsey of Juan Carlos Cruz.


[사진] 코스타리카의 재규어 보전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한 교육 활동. | Photo Courtesy of Juan Carlos Cruz.  


그 과정에서 크루스와 같은 과학자들은 지역 주민들이 자신들의 지역사회에서 재규어와 페커리를 비롯한 포유류를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이를 위한 카메라 트랩 등의 장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해석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재규어의 먹이가 되는 생물에 대한 사냥과 불법적인 자원 채취는 재규어 개체군의 보전에 걸림돌이 되는데, 지역 주민들이 이러한 자원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되면 이는 재규어 개체군의 보전에도 도움이 된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페르난도 루이스 구티에레스는 재규어와 그 서식지를 보전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빠르게 취하지 않으면 10년 안에 재규어 개체군의 대부분을 잃을 수 있다고 말한다. 재규어 보전을 위한 멕시코와 코스타리카의 사례는 정부나 과학자의 힘만으로는 야생동물의 멸종 위기를 극복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재규어가 살고 있는 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살아가는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라져버릴지도 모르는 존재의 소중함을 기억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다른 나라가 여러 고양잇과 동물을 이미 잃어버린 우리나라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 가지 방법은 현지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있는 NGO에 직접 기부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 소개된 나마 콘저베이션의 경우 웹페이지에 기부 관련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활발하게 활동하는 또 다른 단체들도 눈에 띌 것이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시급한 보전이 필요한 많은 지역이 개발 압력이 거센 소위 '개발도상국'에 속해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오늘도 재규어 그리고 다른 수많은 생명의 보전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지역의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Castro M. and Durán, T. G. (2022, June 29). Room to roam: Biologists and communities create corridors for jaguars in Mexico. Mongabay. Retrieved on August 5, 2022 from: https://news.mongabay.com/2022/06/room-to-roam-biologists-and-communities-create-corridors-for-jaguars-in-mexico/

조홍섭 (2016. 11. 01.) 표범은 범보다 사자에 가깝다... 게놈 해독. 한겨레 물바람숲. Retrieved August 5, 2022 from: http://ecotopia.hani.co.kr/36953  




※ 본 기사는 2022년 8월 11일 플래닛타임즈에 실린 제 기사를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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