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무서워하던 아이
학창 시절.
체력장이나 운동회 때 달리기를 하면 나는 항상 꼴찌를 하는 아이였다.
그런데 나는 지는 건 또 죽어도 싫어하는 아이였다.
오죽하면 체력장이 있는 날이면 꾀병을 부리고 싶었으니까.
행동이 느릿느릿하고 순발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아이.
앉아서 공부하기를 좋아하고 누워있는 걸 좋아하던 아이.
그런 내가 달리기에 빠졌다.
군대를 전역하고 첫 달리기는 30대의 어느 봄날.
당시 기안 84가 도화선이 되어 이미 러닝열풍이 불고 있었다.
나는 달리기도 느리지만 유행에도 느린 편이기에 당시에도 큰 관심은 없었다.
유행을 좇지 않던 내가 러닝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뛰고 나면 무려 수육을 준다는 '수육런'이라는 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도 한번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달리기를 평생 못하던 사람이 아닌가?
공원산책을 하던 중에 1km만 뛰어보기로 했다.
내가 최선을 다해 뛴다면 1km를 달리는데 얼마나 걸릴까?
결과는 5분 59초.
아니? 이 페이스로 10번을 뛰어야 10km를 1시간에 뛸 수 있다고?
지금 상태론 절대 도달할 수 없는 기록이구나.
지금 페이스로 3km, 5km, 8km, 점점 거리를 늘려나가면
10km를 1시간 내로 뛸 수 있는 날이 올까?
그래도 1km를 6분 내로 뛰었으니까 완전 불가능한 건 아니잖아?
그렇게 나의 첫 달리기는 끝이 났다.
그리고 나의 달리기 여정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