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여행가:에피소드 1 목적지를 정해야 출발할 수 있다

행동하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_브라이언 트레이시

by 남매부자

요즘 나는 퇴직을 생각하면서 조금 나태(?)해졌다.

특히, 내 나이 50세가 되니 내 마음속 "편안이"가 이렇게 속삭인다.

"이 정도로 열심히 직장 생활한 사람이 어디 있어? 이제 좀 쉬어도 돼. 주위를 봐. 너처럼 열심히 살지 않아도 다들 너보다 더 잘살고 행복하잖아. 이제 드라마도 보고, 여행도 더 많이 다니고, 너를 위해서 돈도 써. 너무 애쓰지 마..."

그래, 맞는 말이야. 나도 이제 내 시간을 갖고, 아이들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지.

그래서 미뤄뒀던 여행을 아들이 군대 가기 전에 함께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부산, 제주, 대만, 일본까지 부지런히 다녔다.

그 순간들은 행복했고 즐거웠다. 하지만 아이들은 잠시뿐이었고, 곧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다.

뭔가 허전했다. 이게 아닌 것 같았다. 아이들은 우리와의 여행이 즐거운 게 아니라, 비싼 여행을 공짜로 할 수 있어서 따라온 게 아닐까 하는 씁쓸한 생각도 들었다.

살아보니 친구도, 자식도 항상 함께할 수 없고 매일 함께한다고 행복한 것이 아님을, 결국 부부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서로 양보하면서 노년을 함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이제 남편과 둘만 다니는 자유 여행을 계획해보려 한다. "쪼잔이"가 맞장구친다.

"애들 입맛에 맞출 필요도 없고, 고마워하지도 않는데! 그래, 이제 우리끼리 다니자."


돈을 쓰는 건 즐겁다. 하지만 지나고 나면 후회가 밀려온다. 그때 내 안의 "불안이"가 묻는다.

"너, 노후 준비는 다 한 거야? 일하지 않아도 네가 살고 싶은 수준으로?"

앞으로 10년만 더 연금 저축을 최대치로 투자하면 65세 이후에는 걱정 없을 것 같았다.

물론 인생이 시뮬레이션대로 흘러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마음 편한 투자를 하고 있으니 안심이었다.

그리고 꼭 필요한 곳에 비용을 쓰고 있고 가족과 함께 할 때만 큰돈을 쓰고 있으니 괜찮다.

"불안이"와 "결심이"가 동시에 나에게 묻는다.

"그런데 너무 큰돈을 쓰는 거 아냐? 저축하기로 해놓고 자꾸 계획을 깨면 어떡해? 또 5년 전처럼 후회하고 싶어? 남들 자산 상승할 때 나는 가족들과 즐거운 경험 했다고 위로하면서 속으로 한 달 동안 힘들어했잖아? 작심 3년이야? 다시 마음을 다잡고 저축 50%, 여유자금은 모두 투자! 투자! 투자! 할 수 있지?"

혼란스럽다. 나는 언제까지 일하고, 돈을 모으고, 투자해야 할까?

심난한 나에게 친구이자 동반자, 하지만 경제관념이 너무 다른 "남편"이 한마디 던진다.

"당신은 언제까지 돈을 모으고 투자할 거야? 계속 투자만 할 거야? 그러다 우리가 일찍 죽으면 다 소용없어."

갑자기 딜레마에 빠진다.

열심히 모았는데 일찍 죽으면 어떡하지?

일찍 죽을 줄 알고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즐기자고 썼더니 돈 없이 너무 오래 살면 어떡하지?

갑자기 내가 그렸던 미래가 혼란스럽다. 남편은 나에게 왜 이러는 걸까?


부부가 목적지가 다르면 여행길이 힘들다.

나는 유럽을 가고 싶은데, 남편은 제주도로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너무 욕심부리는 거 아니야?"라는 그의 말에 내 안의 "쪼잔이"와 "삐침이"가 동시에 튀어나온다. 또 시작이다. 그리고 내가 짜증 날 확률 100%.

나만 열심히 사는 것 같아 억울하고 화도 난다. 그때 등장하는 "폭발이".

"폭발이"가 등장하면 그동안 참아냈던 모든 일들이 화산 터지듯 뿜어져 나온다.

그런 상황이 오면 나는 더욱 씩씩해진다. 모든 것을 혼자 다 할 수 있는 사람처럼..

수년째 반복된 이 대화가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결혼 15년 차에 확실히 깨달았다.

이제부터는 목적지를 함께 정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서로 잘할 수 있는 일은 나누고, 함께 고민하며 미래에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했다. 결혼 20년 만에.. 우선 내가 꿈꾸는 미래를 비전보드로 정성스럽게 만들어 공유했다.

그런데 남편은 내 비전보드에 대해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나의 미래에 관심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무관심한 척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유럽으로 당장 갈 수 없다면, 우선 제주도부터 가고, 그다음 유럽 여행을 갈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

남편을 설득해 보자. 나는 부부 여행가이지, 50대 솔로 여행가가 되고 싶은 건 아니니까.

(혼자도 왠지 멋질 것 같은데.. 가끔은 재밌겠지만 여행은 함께 해야 제맛이지. 정신 차리자!)


그런데 이 여정이 순탄할까? 남편이 정말 내 계획을 따라올까?

이제 시작이다. 우리의 여행은 어디로 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