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돌아온다

초단편 소설 04

by 코태

“앞뒤 따지지 말고, 그럼 다 돌아온다.”


*


공석이었던 팀장 자리에 새 사람이 왔다. 사 팀장이었다.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입사 환영 회식 자리에서 그는 연신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몇 잔을 주고받다 보니 얼굴이 금세 붉어졌고, 말투는 부드러웠다.
옆자리에서 누군가 낮게 말했다.

“괜찮은 사람 같은데?”
“응, 그렇게 보이긴 하네.”


그는 술을 좋아했다.
나는 출장으로 자리에 없었지만, 그는 다른 직원들과 따로 술자리를 가진 모양이었다.

한 과장이 웃으며 얘기해 줬다.

“그 형 웃기더라. 택시에서 토했는데 기사랑 싸웠어.”
“얼마 달라던데요?”
“20만 원 부르길래 경찰 불러서 7만 원으로 깎았대.”
“잘했네요.”
“근데 다음 날 보니까 나한테 7만 원, 팀장한테 8만 원 나눠서 받았더라.”
“……”
“그래서 민원 넣었다는데, 팀장이 그러더라.”

잠시 웃음을 참더니 덧붙였다.

“너무 닦달하지 말래. 베풀면 다 돌아온다고.”


*


입사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팀장은 빙모상을 당했다.
나는 출장 중이라 장례식에 가지 못했다. 한 과장에게 조의금을 부탁했다.


“얼마나 하실거에요?”
“5만 원.”
“제가 출장 중이라 조문도 못 가는데, 조금 더 넣어주세요.”
“팀장 온 지 얼마 안 됐잖아. 5만 원이면 돼.”

그러면서 한 과장은 자신과 나의 조의금을 그렇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일주일쯤 지났을까. 팀장에게 전화가 왔다.
취기가 묻은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향후에도 누군가 경조사가 있으면 10만 원 이상은 해야지.
앞뒤 따지지 말고, 그럼 다 돌아온다.
형으로서 하는 이야기야.
내가 너 좋아서 그러는 말이야. 우리 길게 보자.”

“네……, 죄송합니다.”

“네가 인생 살다 보면 더 배워야 할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
나한테 금액이 뭐가 중요하겠니.
형으로서 알려주는 거야.
돌아가신 분에 대해 진심으로 기도드리고 그런 거지, 알겠지?
누군가가 아니라, 너의 생각과 의지로.”

전화를 끊고 나서도 한동안 화면을 보고 있었다.


그는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회사를 떠났다.
더 좋은 곳으로 간다고 했다.
다시 팀장은 공석이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인어른이 돌아가셨다.
부고 소식을 지인들에게 전하다가, 저장해 둔 사 팀장의 번호가 눈에 들어왔다.

잠시 망설이다가 메시지를 보냈다.

답장은 길지 않았다.


곧바로 5만 원이 입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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