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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FNE Nov 17. 2020

오랑제뜨 'Orangette'를 소개합니다.

Lemon or Orange? its up to you

 1.   서양에 ‘네 인생에서 레몬을 만나면 그것을 레모네이드로 만들어라(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 는 말이 있다. 이는 고난을 만나도 그것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라는 의미이자, 레몬의 시고 쓴 맛을 에이드로 달콤하고 시원하게 녹여내라는 가르침이다. 가끔 사람들이 '나만 왜 힘들까?'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고난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므로, 어른스럽게 받아들이고 그 레몬을 시원하게 마실 필요가 있다.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감동하고 있던 중에 갑자기, 오렌지는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놀랍게도 오렌지는 행운 그 자체를 뜻했다. 인생에 대하여 '역시 삶은 레몬이야, 고난 그 자체이고 레모네이드로 만들자!' 하며 언제나 파이팅을 외치고 있었는데, 오렌지는 그 자체로 손안에 들어온 행운이라니 약간 아이러니한 기분이 들었다. 피곤에 절어있는 아침에 밖에 나갔을 때 매우 따사로운 볕이 얼굴에 부드럽게 내렸을 때 느끼는 감촉을 느꼈을 때의 아이러니함이랄까. 어쨌든 삶이자 '레몬'은 의지와 상관없이 내 손안에 있고 그것을 레모네이드로 만들어 마실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만약 그것이 오렌지이자 행운이라면 어떨까?  그리고 그것을 더 달콤하게 하면 어떨까? 하며 오렌지를 설탕에 졸여서 초콜릿을 바른 오랑제뜨를 만드는 상상을 했다. 언제나 의지와 상관없이 쥐어진(given) 내 생명(레몬)은 그 자체로 고난이라고 여겼지만 그 생각을 바꿔  '오렌지의 삶'을 주제로 곡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오랑제뜨'에는 기존 발매한 곡들보다 가사를 많이 넣고 싶었다. 짧고 함축적인 가사와 역동적인 악곡 구성이 이전 음악들의 특징이었다면, 오랑제뜨는 동요나 성가의 느낌을 주는 보컬과 천천히 클라이맥스로 나아가는 거대한 함선을 떠올리며 사운드를 설계하였다. 물론 가사가 기존곡들보다 많아졌다고 해서 일반적인 가창 위주의 음악처럼 말이 많아진 것은 아니다. '살아있는 생각을 하다 보면'이나 '손을 들여' 같이 반복되는 부분들이 많다. 특히 중반부에는 ‘손을 들여’라는 가사가 작게 반복되는 구간이 있다. 이는 삶의 한 중간에 ‘손을 들여다보는’ 행위이자, 한국어로 발음이 비슷한 ‘손을 들어’ 같은 뉘앙스를 준다.(개인적으로 손을 잘 들여다보곤 한다.) ‘손을 들어’에 담긴 의미는 하늘로 ‘손을 들어’ 기도하는 장면을 연상케 하려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이 매우 어려울 때 신에게 기도를 올리곤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특히 '성가' 같은 부분은 '진리의 문'이 가사로 나오는 부분이다. '진리의 문에 이르른 사람은 지극한 평범함을 말하고, 살아간다.' 부분은 살아오면서 계속 고민해오던 것에 대해 깨닫는 어떠한 순간을 묘사했다. 이 곡의 화자는 내면으로 매몰되어 있었지만, 자신만을 향한 시선을 거두고 다른 인간들의 세계와 자아도 세상에는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 사람이다. 왜 힘든가? 혹은 왜 이럴까? 나만 이럴까? 에 사로잡혀 살아오다 세상에는 수십억의 자아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나 자신의 특별함과 희소함이 주는 고통을 넘어, 모든 인간들은 각자 자신만큼 특별하고, 모두가 특별한 사람이 모인 이 사회 속에서(자신 또한 특별하기에) 보편적인 한 인간이라는 깨달음(진리)을 얻는다. 곡의 장면적 흐름은 손바닥을 들여다보는 것, 두 손을 들어 기도하는 것, 그리고 진리의 문을 마주하는 씬으로 이어진다. 주어진 삶 = 오렌지(행운)를 오랑제뜨로 만들어가는 노력들과 그에 따른 복합적 감정을 표현하려 하였다. 리스너들에게 호기심과 재미를 드리기 위하여, 'given' 보다 명확하고, 오렌지의 가장 달콤한 형태인 ‘오랑제뜨’로 변경하였다.


 2.   '날씨의 이름'에서 일상과 삶의 치열함을 다루었지만 이번엔 생의 기쁨과 슬픔, 간절함이 담긴 곡을 만들고 싶었다. 또한 행운의 상징인 오렌지를 모티브로 한 '오랑제뜨'로 희망적인 가능성을 표현하였다.

기존 발매곡과 다른 4/4로 박자를 설정하여 드럼의 다이내믹을 구상하였다. 베이스는 묵직하게 자리하여 드럼과 기타 사이의 균형을 적절히 맞추면서 악곡을 진행시키도록 연주하였고, 일렉기타는 필요한 만큼의 mathrock & emo 스타일 아르페지오와 섹션을 첨가하였다. 후반부 기타는 많은 양의 공간계, 퍼즈와 디스토션 톤을 이용한 연주, 노래하는 듯한 기타 라인을 통해 듣는 이의 감정의 울림을 가져올 수 있도록 구상하였다. 성가나 동요처럼 정직한 발음으로 노래하여 넘치지 않는 감정선을 유지하려 노력하였다.


삶이 쥐어준 열매를 레몬(고난)이나 오렌지(행운)로 결정하고 살아가는 것은 오랑제뜨를 듣고 이 글을 읽으시는 각자의 손에 맡긴다.


다프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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