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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FNE Jun 28. 2021

세상은 곧 끝나니까

기후위기와 cotoba의 신보


진리는 인식됨으로써 소멸된다

알베르 까뮈







시간은 빠르게 2021년도 4월을 지나고 있다. ‘2020 원더 키디’가 나온 것이 1989년, 그 2020년 하고도 1년이 지났다. 지금은 어딘가로 향하는 아침 9시경, 이 봄 날씨를 언제까지 느낄 수 있을까. 다음 세대의 친구들이 청년이 되었을 때도 이 아름다운 빛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빛이 이어졌으면 하고 바란다.


2015년 12월 12일,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 협약 제21차 당사국총회에서 ‘파리협정’이 채택되었다. 195개 국가와 유럽연합이 만장일치로 서명, 1997년의 ‘교토의정서’에 이어 2021년부터 신기후체제가 출범한다.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담했던 교토의정서와 달리 파리협정에는 모든 나라가 참가한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대비 2도씨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도씨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전 지구적 장기 목표 하에 각국이 저마다 목표치를 설정하고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참여하도록 한 것이다.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위기는 해수면 상승, 극단적 가뭄과 호우 등으로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있다.



그래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산업 구조로 가는 것이 기후위기 완화에 도움이 되지만, 이는 GDP의 하락, 즉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미래 인간 스쿨 특임교수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2021.4.18)에서 ‘1998 IMF 환란 때 우리나라는 GDP가 5% 떨어지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15% 떨어졌어요. 다시 말해 배출량을 연간 15% 줄인다는 것은 IMF 환란과 같은 일종의 전시 상황으로 사회적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고 말했다.


이는 현재 우리가 석탄연료를 사용한 산업화로 이룬 것들이 환경문제로 다시 총구를 겨누었다는 의미이자, 음악과 같은 예술분야가 융성할 경제적 기반도 좁아진다는 의미이다. (물론 문화가 자본주의 하의 산업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문화는 산업이 아니라 유기체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최선을 다하는 분야의 입지가 좁아지고,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잘 보이지 않는다. 물론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고 세수 물을 받아 청소에 사용하는 등으로 물을 아끼려 노력 중이지만, 이러다 그냥 세상이 끝나버리는 것은 아닌지. 한 개인 그리고 시민이자 음악가는 거대한 생태적 흐름에 무력하게 휩쓸린다. 이런 걱정들조차 세계의 공기와 물이 오염되는 것으로 사라진다. 그리곤 생각한다. 그래, 세상은 곧 끝나니까.



cotoba new EP ‘세상은 곧 끝나니까’
new EP [Mockup] image




cotoba의 새 EP 준비하면서 기후위기와 자연적인 재앙은 인간을 위협하고 있으며, 그 원인 또한 인간이라는 것에서 오는 괴리는 큰 괴로움으로 다가왔다. 제조업의 물질들로 존재를 증명하는 피조물을 만들어 내다니 ‘Karma police’의 ‘This is what you get’이 계속 맴돈다. 모두 인간이 자초한 일이다.


cotoba의 언어는 ‘언어의 형태’ 에서 발생하여 세상 속에서의 자신에 대해 고찰하였다. 알아듣기 어려운 것들이었지만 그것이 그 언어의 형태였다. 언어자체의 가능성을 탐색하였으며, 존재를 어루만졌다. 내면의 상실을 다룬 첫 싱글 ‘Loss’ 를 지나, EP ‘날씨의 이름’ 에서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 존재들을 향해 시선을 돌려 교류하고자 했다.


 하이데거는 『철학에의 기여』 에서 ‘상호공속적 진동’ 에 대해 이야기한다. ‘존재는 인간을 통해 성립될 수 있고, 비록 존재가 새롭게 도래한들, 인간이 존재를 존재로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존재의 진리는 실현되지 않는다’고 한다.


싱글 ‘Orangette’는 인간과 존재 사이의 소통과 그 안의 진리를 현성하는 것에 대한 음악이다. 이러한 관점의 연장선으로, 이번 EP ‘이제 곧 세상은 끝나니까’는 존재와 인간을 밀접하게 마주하게 하며, 그것으로 오는 마찰과 고통에 대한 감상을 담으려 하였다. 그래, 아무리 애써도 세상은 곧 끝나니까 라며, 세상의 미래를 비관하고 있는지 모른다. 사명을 가지고 있더라도 인간 각자는 욕망과 자본 앞에 나약해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인간들을 믿는다. 믿고 싶다. 끝으로 다가서는 세상에도 생은 살아 움직이며 탐구한다. 존재를 향해 손을 뻗으며 의미를 찾는다. 이번 앨범은 존재의 의미는 무엇이며, 이 음악들은 어느 곳을 향해 있는가에 대한 고찰이다.



set list


1. melon


2. 찾고 있는 것은(things we looking for)


3. 살아남은(rescapé)


4. good night Lilith


5. Lost orb(EP ver CD only)




MELON


melon은 cotoba 비교적 초기에 만들어진 곡으로 온오프라인으로 크게 사랑받아온 곡이다. 초기의 제목은 ‘yubari melon’으로 광산촌으로 융성하였던 ‘홋카이도 유바리’에 대한 감정이 주요한 것이었다. 유바리는 석탄산업으로 60년대엔 인구가 12만에 달했지만, 국가 에너지 정책이 ‘석유 중심’이 되면서 급격히 쇠퇴했다. 현재 인구는 1만이 되지 않는다. ‘융성했던 도시의 쇠락’ 자체에서 발생한 침울한 감정과 현재 유바리의 유일한 특산품 ‘melon’이 근원적인 요소이다. melon이란 단어는 곡의 제목이 되었고, 쇠락함에서 오는 어두운 감정과 허무는 가사를 아우르는 근간이 되었다. 침울하고 어두운 밤에 자신과의 투쟁을 벌이는 화자는 존재에 대해 강한 의문을 품는다. 그러면서 화자는 자신과 함께할 존재를 찾는 수많은 밤을 지나왔고 마침내 새벽을 맞이한다. 그러한 과정은 파멸과 소생 그 자체이며, 다소 과격하고 리드미컬한 악곡 전개로 표현된다.


찾고 있는 것은(things we looking for)


계속해서 찾고 있다. 무엇을 찾는가? 생이다. 살아있음이다. melon에서 찾고 있는 것은 존재와 생의 합치이다. 기타 아르페지오들 사이로 셰이커, 차임들의 소리가 날아다니고 드럼과 베이스는 서서히 존재감을 확장한다. 각 악기들은 최선을 다해 소리 없이 말하며 손을 뻗는다. 그리고 생에 대해 구체적으로 입 밖으로 발음을 내뱉는다. 정신이 깃든 육체가 숨을 쉬기 위해선 ‘자신이 살아있다’는 자각이 가장 필요하다. 당신은 태어난 순간을 기억하는가? 노래의 시작에서 화자는 그것을 묻고 있다. 그리고 생에 집착한다. 이 또한 기원에 대한 탐구이며, 깊이 묻힌 오랜 유적에 새겨진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고 싶은 강력한 열망이다.



살아남은(rescapé)


내면의 강력한 열망은 자신을 쉽게 태우며, 이는 자신이 태양 같은 적색의 별이 되어 그것을 스스로 가까이 들이대는 행위 같다. 그리 거대하게 다가오는 자아는 본래 자기를 쉽사리 지워버리지만, 살아남기 위해선 그 항성을 스스로 꺼버릴 정도의 힘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서야 온전히 두 발로 설 수 있다. 원치 않게 살아남는다는 결과는 없다. 절실히 바라더라도 쉽게 해피엔딩은 오지 않는다. 당신의 숨에는 그렇게 타버린 수많은 생명의 재들이 섞여있다.

또한, 내면의 열망과 외부의 태양으로 묘사되는 또 다른 자신과의 충돌을 견디지 못하여 맞이하게 되는 종말에서, 끝을 함께 할 어떤 존재를 갈구하는 나약한 화자의 모습도 투영되어 있다.



good night Lilith


혹시나 이 과정들에서 살아남았든 그렇지 못했든, 손안에 생의 깃털을 쥐었다면 조용히 쉴 수 있기를 깊이 바란다. 생을 쥐었다고 당신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는 없다. 답은 스스로 찾길 바라며, 당신은 언제든 지워질 수 있음을 잊지 말길. 생을 손에 넣은 다음 당신이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존재이고 싶은가?



Lost orb(EP ver CD only)


베이스 유페미아가 곡의 토대를 만들고 다프네가 함께 가사를 붙이고 편곡한 곡이다. 제목은 ‘잃어버린 지구’라고 해야 할까, 여러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orb라는 단어 자체가 구체라는 뜻이 있으므로, 지구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앨범 커버에서 보이는 구멍일 수도 있다. 화자는 ‘멀리 보이는 빛’을 따라 기어오른다. 분명 쥐고 싶다거나 혹은 추구하거나, 지키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orb는 잡으려는 손을 오히려 가져가 버린다. 내 손은 어디 갔을까,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 물음과 탐구이다.


new release tour info



글을 마무리하며


벌써 cotoba의 3번째 EP 발매입니다. 시간이 참 빠르네요. 요즘은 세월 빠르다고만 말하며 지냅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살아갈 수 있을까요? 오늘 동영상 플랫폼에서 뇌에 혈류를 공급하자, 뇌가 살아나서 작동을 하더라는 내용의 영상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영상을 눌러보진 않았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는 살아있음의 범위가 변경되거나 확장될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언젠가 우리는 데이터로 클라우드 상에서 자유롭게 접촉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생에 대한 탐구와 고뇌는 인간이 육체에 담겨있어서 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손과 몸으로 정신을 담아 행하는 연주는 종종 지리멸렬하게 느껴질 정도로 치열하네요. 손끝으로 악기에 담는 연주, 그것에 반발하는 진동은 뇌와 손으로 이어진 신경의 존재를 자각하게 됩니다. 그 자체가 생의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자기 자신의 자각이겠지요. 가끔은 자기 자신의 존재 밖으로 셀 수 없는 존재들이 함께 있다는 것이 무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들과 사회를 이루고 있다는 점도 말입니다. 그들에게도 음악이 있겠지요, 우리는 우리 밖의 음악들과도 만나고 싶습니다. 그리고 환경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굿즈 생산 기획 같은, 저희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해 나갈 것입니다. 이젠 글을 마무리해야겠지요, 다음 작업은 저희의 행보를 크게 아우르는 타이틀을 가지고 찾아뵐 것 같습니다. 미래에 이 시기를 떠올리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매우 궁금해서 좀 더 살아보고 싶네요. 함께한 cotoba 멤버들 고맙습니다. 그리고 기대하고 기다려주시는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하고 사랑을 전합니다.


/프로듀서 다프네 드림/




영향을 준 음악들


TK from 凛として時雨(Ling tosite sigure)

『White Noise』 2016


凛として時雨(Ling tosite sigure)

『still a Sigure virgin?』 2012


한희정

『공간반응』 2020


Radiohead

『 Ok computer』 1997

『Kid A』 2000

『The Bends』1995

『Amnesiac』 2001

『Hail to the Thief』 2003


Kinoko teikoku

『Eureka』 2013


Plot scraps

『Fawless Youth』 2019

 『Invoke』 2020


Yeti let you notice

『Ori, Kodomotati』 2016

『The Window, Bouquet, and Old Chair』 2019


Tricot

『爆裂トリコ さん(Bakuretsu tricot San)』 2018


Billie Eilish

『All the good girls go to hell』 2019


Roselia

『Anfang』 2018



영향을 준 도서


『라디오헤드로 철학하기』

by 브랜든 포브스, 조지 A. 레이시, 마크 그레프, 제르 오닐 서버, 미카 로트 /한빛비즈 2012



인용


하이데거 『철학에의 기여』

from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http://philinst.snu.ac.kr/

http://naver.me/xqf0zoso



“기후위기 남은 시간 7년… 인간의 능력을 믿는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2104180827001#csidxf4a9b1f92f692ed90ab36522bee6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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