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구소M Jan 08. 2024

백 년 뒤 당신들께,

모든 부싹을 대표해서 인사드립니다


백 년 뒤, 당신들께,

  여러분 안녕하세요. 엘리자베스 부싹(Elisabeth Boussac)이 인사드립니다.


 태양이 높게 걸리던 한 여름의 7월 4일, 파리 알레지아 길에서 제가 태어났습니다.  

 아버지 이름은 자크, 어머니 이름은 마리-조세프, 우리 가족은 전쟁 전에는 제분소를 경영했습니다.

 제분소는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지만, 우리 집보다는 앙드레 삼촌과 기트 고모가 사는 파리 할머니댁에서 훨씬 가까웠습니다.

 할머니는 파리 근교 도시인 팔레소에도 커다란 집이 있는데, 거기에는 루이즈 고모 가족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고모는 건강이 좋지 못하셨기에, 할머니가 전쟁 내 팔레소와 파리를 왔다 갔다 하시며 흩어져 있는 삼촌, 고모들을 돌보셨습니다.


 막내 삼촌인 앙드레 삼촌은 아버지가 전장으로 떠난 뒤, 제분소를 포함한 아버지 사업 전부를 맡았습니다. 장교였던 삼촌은 전쟁 초반에 부상을 당해 후방으로 이송되었고, 이후에는 후방근무자로 파리에 남았습니다. 삼촌이 파리에 남았기에 유일한 남자어른으로 가족들과 사업을 돌볼 수 있었습니다.

 기트 고모는 대학에서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자세한 내용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고모는 다재다능하고, 조금 괴팍하긴 하지만 식견이 높고 안목이 높아서 대화를 다채롭게 이끌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고모의 화법은 직설적이어서 때로는 감성적인 어머니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어머니는 입버릇처럼 앙드레 삼촌과 기트 고모의 깐깐한 성격은 결혼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하시고는 했습니다.


 우리 어머니, 마리-조세프는 어두운 머리색에 반짝이는 예쁜 눈을 가진 강한 사람입니다. 전쟁이 시작되고, 외갓집 식구들이 있는 오스트르보스크 농장으로 갔습니다. 이제 태어난지 갓 한 달이 되는 저를 잘 돌보기 위해서 였습니다. 농장은 이모부들의 가족이 소유한 곳으로 마들렌 이모와 젠비에브 이모, 외할머니 그리고 사촌인 키키와 파크레트가 살고 있었습니다.

 외할머니는 파리와 피에르피트라는 파리근교에도 집이 있었으며 무척 부지런하고 활동적인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외할머니댁 어디든 안전하고 관리가 잘 되어 있어서 파리에 머물 때면, 오랫동안 비어있던 우리 집 대신 외갓집으로 가고는 했습니다.

 

 이 편지는 제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되어가던 1914년 8월 시작됩니다.


 어느 날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갓 태어난 아기로 아직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고, 어머니도 해산으로 침대에서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아버지는 소집명령을 받았고 곧 떠나셔야 했습니다.

 외갓집 식구들은 파리 서쪽 외르지역의 농장으로 피난을 확정했지만, 아버지를 배웅하고 어머니 혼자 길을 떠나기는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8월 소집 직전인 어느 주말, 아버지가 직접 우리를 농장으로 데려다주셨습니다. 어머니는 하루라도 더 아버지가 있는 파리에 있으려 하셨지만, 피난민들로 온 파리가 난리법석이었기에 아버지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가족이 흩어지던 1914년 8월의 여름,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