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한 개비

une clope, svp

by zincsparis


엄마는 조신한 여성은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 말 뒤에는 때가 되면 늦기 전에 좋은 남자를 만나서 가정을 꾸려야 한다고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하지만 대학에 진학한다고 선언했을 때, 별말 없이 학비를 내주기도 하셨다.


소르본 거리는 기묘하다.

천 년 넘은 학교는 도시의 번화가와 맞닿아있다. 상점과 나들이 인파가 한데 뒤섞여 번잡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곳은 학교 앞보다는 관광지와 닮아있다.

나는 점심시간이 되면 공원으로 간다.

함께 식사를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많지만, 내 점심은 먹는 게 아니라 마시는 거니까. 언제나 혼자만의 시간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한 개비 주세요"

"10성 팀"


공원 입구 잡화상은 언제나 담배를 개피로 판다.

한 개비 가격은 동전 하나로 상점보다 배는 비싸지만 괜찮다.

다른 부분에서 엄마 말은 듣는 시늉도 안 할 수 있지만, 담배만은 냄새 때문이라도 쉽지 않다. 비싼 가격에도 개비 담배를 살 수밖에 없는 것은 나 혼자 만은 아닐 것이다.


"어머, 여자가 담배라니"


유모차를 끌고 지나가는 여자 하나가 수군거렸다. 평소라면 대거리라도 할 텐데, 왠지 귀찮아졌다.

필통에 숨기듯 수납한 담배 홀더를 꺼내 담배를 꽂고 불을 붙였다.


나는 어쩌면 현대 사회가 발전시킨 상술의 피해자일지도 모른다.

전쟁이 시작되고 참호에서의 교전이 길어지자, 군은 전쟁을 끝낼 생각보다, 어떻게 하면 쉽게 병사들을 달랠 수 있을까 고심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이 공장 담배다. 그전에는 파이프에 담뱃잎을 넣어서 불을 붙이는 그래, 바로 앞에 저 할아버지가 뻐끔거리던 그런 종류의 담배만 있었다.

파이프 담배는 투박하게 뭉툭한 데다가 뿜어내는 연기도 짙다. 그래서 숨어하는 전쟁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공장에서 생산된 담배는 매끈하고 작다. 빠르게 불이 붙고 또 빠르게 태울 수 있다. 무엇보다 훨씬 농도가 짙다.

전쟁이 끝나고 파이프 담배와 경쟁이 다시 시작되자 미꾸라지 같은 담배회사들은 소위 신여성들을 앞세워 세련된 이미지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빛 좋은 개살구.

마치 지금 사회처럼.


연기가 몸 안에 들어오자 비로소 다시 깨어나는 기분이다.

나도 안다.

평생 이렇게 지낼 수 없다.

언젠가는 저기 저 여자들처럼 유모차를 끌고 담배든 여성에게 손가락질을 하겠지.

모르고 택하면 속는 거지만, 알고도 선택한다면 그건 뭘까.


하지만 오늘도 내 하루를 보냈고,

나는 또 하나의 개비 담배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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