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청소년들은 슈프림을 입는다

최신 파리 생활

by zincsparis


쇼 프로그램보다 다큐멘터리 보는 걸 좋아한다. 특히, 르포 형식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편이다.


2010년 초반 어느 날, 프랑스 티브이에선 프랑스에서 캐나다 구스 (cannada goose)를 입는 청소년 사회현상을 다루고 있었다. 겨울 기온이 온화한 파리지역에서, 당시 가격으로 600~800유로 정도 하는 고가의 거위 털 패딩을 왜 입는지에 대한 분석이었다.
한 엄마는 극에 가까운 캐나다에서나 입는 옷인데 왜 이 옷이 필요하냐고 딸에게 물었다.


-몰라, 친구들도 다 입는단 말이야.


그리고 그 딸은 이렇게 답했다.


한 겨울, 귤 까먹으면서 봤던 <추적 60분>내지, <시사보도 2580> 같은 프로그램에, <요즘 청소년들은 왜 비싼 아우터를 원하는가?> 같은 기획에서 저 장면, 저 대사를 본 것 같다.


어느 시대나 자신이 속한 사회에 맞는 옷차림과 행동이 있다.
그게 아직 미숙한 청소년 집단이라도 마찬가지다. 한창 자립심이 형성되고 있는 청소년기에는 특히, 차림새나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곤 한다. 속하고 싶은 집단의 코드를 따르며, 소속감을 높이고 자아 정체성을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집단간의 차이를 옷 차림으로 분석하는 이론은 2010년대 들어서 진행된 급격한 세계화로 모호해졌다. 일테면,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의 보급으로 유행이 대중화돼버렸다. 고가 제품으로만 살 수 있던 디자인들을 zara나 h&m 같은 spa 브랜드들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공급하기 때문이다.

20유로짜리 정장 자켓도 있는 반면, 점퍼 하나가 수 백, 수 천 유로다. 격식있는 차림새냐 아니냐로 판단하기엔, 계층을 구분하기 불가능 하다.



그럼, 요즘 프랑스 애들은 어떻게 입을까?

주로, 대중적인 기사를 다루는 일간지 le parisien에 흥미로운 인터뷰 기사가 있어 요약해봤다. 2018년 파리 명문고등학교 청소년 사이에서는 8,90년대 옷차림이 유행했다. 바스켓 운동화나 로고가 크게 그려진 티셔츠와 스웨터처럼 엄마, 아빠 세대가 입을 법한 옷차림이으로, 오버사이즈에 성별에 상관없는 특징도 있다. 그런 한 편, 여전히 계층 간의 차이가 남아 있는데, 일테면 가격의 차이다.

예를 들면, 뉴욕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슈프림의 인기인데, 이 브랜드의 특징은 캐주얼한 거리 패션이다. 인터뷰에 참여한 한 소년은 슈프림을 소개하며, 요즘 파리 훈남(BG, beau gosse)이라면 트랜드에 맞게 예쁘게 입어야 한다고 답했다.

복고풍으로 입어도, 가격으로 다른 집단과 거리를 둔다. 300유로가 넘는 농구화나 고가의 스마트폰을 사는 이유도 여기서 찾아 볼 수 있다.



최근 프랑스 사회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른 문화권과 교류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특히 영미 문화권에서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데, 정규방송에 미국 드라마 시리즈 더빙판이 방송되는 것만 봐도, 흐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비교적 정체성이 확고한 어른들의 세계도 다르지 않다.


프랑스에도 힙스터 문화가 열풍인데, 미국식 수제 햄버거집의 인기와 더불어 스트릿 패션이나 바버샵 같은 영미권 문화가 어느새 파리 거리를 장악했다.




한 때는, 프랑스 대학생은 화장을 안 하거나 옅게 하고, 꾸미지 않는 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분야를 바꾸니, 다른 것도 보인다. 프랑스에도 오전 7시에 풀메이크업으로 등장하는게 당연한 분야도 있다.


그리고 이런 상반된 현상들 어딘가에 프랑스의 취향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무리해서라도 값비싼 물건을 가져도 괜찮은 사회와 무리하는 게 바보로 여겨지는 사회 중 어느 게 더 맞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