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넌 살며 언제 가장 행복했니?'라는 질문을 받았고 "지금이요"라는 대답이 단박에 나와 놀랐다.
'지금, 여기에서 삶을 영위하자' 던 나의 다짐은 현실과 괴리가 있었다. 내가 존재하는 현실보다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한국이, 또 그들과의 과거가 그리웠다. 육신만 싱가포르에 존재하는 듯 홀로 불완전했다.
영민이를 만나고 감사한 일 중 하나는, 내가 지금 여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 이상 무언가를 갈망하지 않으며 과거와 추억에서 자유롭다. 그저 오늘이 너와의 지금이 그리고 여기, 싱가포르가 행복하다.
크리스마스 내내 영민이가 아팠다. 아파서 미안하다고 신경 쓰게 해 미안하다고 재차 말하였지만
너랑 같이 있는 나는 매일이 크리스마스 같아서,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그냥 행복하기만 하다.
닮은 듯 비슷한 우리는 엄연히 다르다. 그렇기에 매력적이며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다.
둘 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나는 많이 가 본 유럽에 밝은 반면 영민이는 미국이 익숙하다. 시간과 체력을 아끼기 위해 여행 시 호텔 조식을 선호한다는 내 의견에 '더 다양한 경험을 위해 밖으로 나가는 편'이라고 영민이는 대답했다. 난 미술관에 미치고 영민이는 박물관을 좋아한다. 심플한 나에 비해 더 디테일하고 배려심이 깊다. 갈고닦아 온 취향은 비슷하지만 다른 존재이기에 그 다름을 알아가는 중이다.
감각을 곤두세우고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이 행복하다.
그래서일까 너를 만나러 가는 길 위에서 자꾸 웃게 된다.
SoojinLee_with_YoungminKim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