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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튼 Sep 29. 2019

먼 망원, 가까운 망원

회사와 나, 밥벌이와 시발비용 사이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저지르는 일 중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소중한 월급을 실컷 쓸 궁리를 할 때다. 이른 아침마다 눈을 뜨게 해주는 건 책임감이 아니라 돈이다. 고작 졸리다는 이유로 아침에 돌연 연차를 쓰면 하루치 연가보상비가 사라지기 때문에 벌떡 몸을 일으키게 된다. 보건휴가도 마찬가지다. 보건휴가는 무급휴가라 그 달 월급에서 바로 하루치 일급이 깎인다. 10분 더 자고 싶어도 나를 깨우는 것은 지금도 충분히 작고 귀여운 내 월급이 그보다 더 귀여워질 수도 있다는 코 앞의 두려움이다. 돈 앞에서 주위의 평판이나 업무 담당자로서의 책임감 따위는 그다음 문제가 된다.

매달 고정 수입을 창출하기 위해서 나는 외거노비와 같은 마음가짐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외거노비의 마음가짐이란 성실한 주 5일 출근을 기본으로, 태풍이나 폭설 같은 자연재해 친구들이 온다거나 회사 창립 10주년 행사가 있다거나, 비상 중의 비상이 걸린다고 하면 내키지 않아도 주말을 내주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런데 평탄한 주 5일 근무의 나날들보다 갑작스러운 주말 근무의 나날들이 훨씬 더 더럽고 치사하게 돈을 번 것이 분명한 것 같은데도 돈을 버는 방식이 치사하면 치사할수록 월급을 탕진하고 싶어진다. 공들여 내 주머니 속에 겨우 들어온 밥값들을 얼른 내쫓아버리고 싶은 기분이랄까. 고생해서 벌었으니까 미래를 위해 저축하자는 건설적인 결론보다는 내가 이만큼 고생했는데 이 정도도 못 써?하는 삐뚤어진 마음이다.



망원동에 간 것은 바로 그즈음이었다. 작고 귀엽지만 고정적인 월급 친구를 위해 매달 노력한 나에게 참 괜찮은 한 끼를 선물하고 싶던 어느 날이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외거노비 신분의 친구 넷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리의 첫 번째 결심은 [연차쓰고 하루 종일 놀자!]였다. 이 결심은 다섯 명 중 두 명이 같은 팀이기 때문에 반려되었다. 두 번째 제안은 [그러면 반차 정도면 괜찮지 않냐!]가 되었다. 이 제안은 다섯 명 중 한 명이 사실은 연차를 쓸 상황이 안 되니 퇴근하고 합류하겠다고 해서 모두의 소속감을 위해 반려되었다. 세 번째 제안은 [반차의 반차, 반반차 정도면 넷이 미리 만나도 되지 않겠냐!]로 좁혀졌다. 그러나 이것 또한 다섯 명 중 두 명이 휴가 고백 타이밍을 놓쳐 끝내 폐기되었다.


결국 수많은 연차와 반차와 반반차를 거쳐 빵차(노연차)에 이르는 좌절의 순서로 약속시간은 밀리고 밀려 18시 이후로 정해졌다. 한눈파는 사이 약속시간이 계속해서 미뤄진 탓에 약속 당일까지도 장소와 메뉴를 하나도 정하지 못했다. 직장인에게 업무외적 효율성이 가장 높다는 월요일 출근길 아침 8시. 우리는 오늘 무엇을 먹을 지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했다. 우리의 노동을 헛되이 하지 않을, 가격이 비싸도 그이상의 값어치를 할 곳이 필요했다. 그리고 절대 가서는 안 되는 곳은 영등포다. 왜냐하면 다섯 명 중 네 명이 영등포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힙생힙사.. 그놈의 힙이 뭔지


영등포는 아니면서 영등포에서 가깝고 힙스러우며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막걸리를 먹으러 종종 갔던 여의도는 벌써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러던 와중 듣게 된 그 이름 망원. 망원이란 두 글자를 보자마자 한 번도 망원이란 곳에 놀러 가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랑에 빠져버렸다. 이슬아 작가가 살았다던 그곳 망원. 망원동에 다녀오면 글 한 편은 쓸 수 있을 것 같은 이상한 효능감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망원이라는 글자는 몹시 먼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어감 때문일 수도 있었지만 실제로 우리에게 망원은 먼 곳이었다. 사실 멀다는 표현보다는 영등포에서 가기엔 애매한 곳이었다. 지하철종결자 앱에 따르면 망원에 가려면 무조건 환승을 2번 해야 한다고 했다.


여기까지 고민하는 도중 다섯 명 중 세 명 이상이 사무실에 도착했기 때문에 잠시 우리는 외거노비로서의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그러나 우리의 출근과는 별개로 약속시간은 전속력으로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내 마음은 점점 초조해졌다. 망원 경험자에 의하면 망원동의 가게들은 대개 월요일에 쉰다. 우리는 하필 망원의 가게 주인들이 가게 문을 닫고 늦잠을 자는 월요일에 만나기로 했다. 아무도 쉬지 않는 100%의 망원보다 선택지가 더 좁은 상황에서 근사한 한 끼를 먹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됐지만 그렇다고 다른 요일에 만날걸 하는 후회는 하지 않았다. 10월에는 비상사태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망원의 월요일은 일요일과도 같다....


10월이 되면 우리 외거노비들은 섣불리 선약을 잡을 수 없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10월은 정말이지 외거노비로서의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 달이기도 하다. 다가 올 비상사태를 견뎌 낼 예방주사와도 같은 든든하고 자랑스러운 한 끼가 필요했다. 네이버에 '망원동 맛집'으로 검색해서 월요일 휴무인 가게를 제외하고 망원동이 아닌 어디에서나 갈 수 있는 체인점을 제외하고 나니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그중에서 가장 망원스러운 가게를 골라 카톡방에 올렸더니 찬성 릴레이가 줄을 이었다. 하하하 바로 여기다. 가장 망원스러운 가게를 고르는 기준은 이름이다. 그 레스토랑의 이름에는 망원이 들어가 있었다. 주력 메뉴는 스테이크와 뇨끼, 파스타 등등. 오랜 막내 생활로 생겨난 만석에 대한 두려움으로 부랴부랴 네이버 예약을 했다.


십 만원 준비했지만 오 만원 밖에 못 썼다


그러나 식당 선정의 기쁨도 잠시, 영등포에서 신도림 2호선, 신도림에서 합정 6호선을 갈아타라는 지하철종결자 어플의 경로 추천을 보면서 바로 다음 문제에 봉착했다. 아아 즐거운 식사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5명이 함께 재미있고 효율적으로 망원동에 갈 것인가. 마치 대단한 프로젝트라도 맡은 듯, 책임감에 고통스러워하는 나를 보며 옆자리 대리 언니가 단번에 해결책을 내놓았다.


"택시 타자."


역시. 저 언니는 참 선배다워. 마치 우리 연봉이 7000이라도 되는 것처럼 사치스럽게 계획을 짰다. 어쩐지 스테이크에 지하철 2번은 안 어울려. 택시는 어쩌면 교통수단계의 스테이크. 그렇다면 스테이크엔 무조건 택시다. 그다음 문제는 '택시에서 길 설명을 잘할 수 있는가'였는데, 우리 다섯 명 중 운전을 할 줄 아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택시를 적절히 나눠 타기 위해 우리는 택시 노답과 택시 유답을 적절히 걸러내야만 했다. 택시 노답이란 길 설명에 소질이 없는 자들, 그러니까 같은 길을 걸어도 매일같이 그 길이 새로운 길치들을 통칭한다. 택시 유답이란 길 설명에 능통한 자들, 또는 길을 몰라도 "네비대로 가주세요"하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강심장들, 갔던 길로 다시 되돌아올 수 있는 길 찾기 천재들을 말한다. 불행히도 나는 택시노답이었고, 영등포에서 7년을 일하고도 매번 지하상가에서 길을 잃는 옆 자리 언니도 마찬가지였다.


택시 노답인 우리 둘은 꼭 다른 택시를 타자며 굳은 결심을 하며 일과 시간을 보냈다. <스테이크 먹기 n시간 전>같은 이상한 방법으로 시계를 보면서. 18시가 되자 오늘 유일한 휴무인 망원1을 포함하여 영등포에서 근무를 마친 망원 2,3,4,5가 한 자리에 모였다. 우리 망원파이브 중 망원3과 망원4는 택시유답이었다. 택시유답 망원3이 앞자리에 자신 있게 타는 모습을 보고 택시노답 망원5는 그녀를 따라 얼른 뒷자리에 올라탔다. 그리고 누군가 올라타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그 짧은 시간에 망원5의 들뜬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망원1,2,4는 깔깔대며 셋이서 택시를 타러 가버렸다. 택시를 둘이 탔는데도 앞자리와 뒷자리에 따로 앉아버린 망원3과 5. 어쩐지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 셀카도 찍고 카톡도 보내봤지만 망원1,2,4는 안읽씹 상태.


노답 택시 vs 유답 택시


타인의 완전한 행복에 좌절감을 맛본 망원5는 급기야 택시에서 택시로 영상통화를 걸고, 결국은 택시 안에서 라이브 방송까지 하며 우여곡절 끝에 망원동에 도착했다. 돈의 힘을 빌린 덕분에 더 이상 망원은 멀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망원은 너무 가까웠다. 너무 일찍 왔는지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마치 이 가게를 전세라도 낸 양 의기양양하게 사진을 찍어댔다. 선발대로 도착한 나는 후발대의 입장 모습을 담을 스노우 필터를 열심히 골라 그들이 입장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근사한 식사에서 중요한 것은 증빙자료. 지출결의서에 영수증이 필요하다면 근사한 식사에는 인증샷이 필요한 법. 미리 공부해온 메뉴 조합을 공표하고 모두의 동의를 거친 후 남은 순서는 와인 고르기. 레스토랑답게 와인 메뉴도 한 바닥 가까이 있었는데 알아볼 수 있는 단어는 거의 없었다.


주문을 기다리는 주인장의 존재를 의식하며 와인을 좀 아는 척 오래오래 고민하다가 만장일치로 고른 건 역시 제일 싼 스파클링 와인. 원래 이런데선 제일 싼 걸로 고르는 게 정석 아닌가요? 제일 싼 걸로 하자는 작은 속삭임에 분주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망원 파이브가 참 좋다. 와인 취향도 어쩜 이렇게 같은지.. 모든 메뉴를 복기한 뒤 경건하게 주문을 시작했다. 그러나 곧바로 시작된 고난. 우리가 주문하려던 티본스테이크 3인 세트용 고기는 숙성이 덜 돼서 주문이 안 된다고 했다. 왠지 모르게 양심적인 주인장의 추천으로 우리는 2인 세트를 두 개 먹게 되었다. 2인 세트를 두 개 시켰지만 사실은 5인인 우리에게 가게 주인장은 고기 숙성을 미리 하지 않은 죄로 1인 1수프와 1인 1빵을 제공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1인 1식전 메뉴 앞에서 고기 숙성의 아픔은 금방 잊혀졌다.


단호박 수프는 여기 들어간 단호박이 사실은 전생에 질긴 고기였는데 모두에게 외면받은 트라우마가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빨이 없는 자도 먹을 수 있는 정도의 부드러움을 자랑하는 고소한 맛이었다. 식전빵은 적당히 따뜻해서 대접받는 느낌을 주었다. 식전 메뉴부터 근사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와인 시음. 제일 싼 와인이지만 4만 원을 호가하기에 맥주처럼 마셔버릴 순 없었다. 인스타에 올릴 5인 건배샷을 여러 각도에서 찍고 나서야 겨우 한 모금 마실 수 있었달까. 그 와인은 마시자마자 두통이 몰려오는 맛이었다. 역시 좀 더 비싼 걸 먹었어야 했나. 감자 뇨끼와 오일 파스타도 속속들이 등장했다. 코딱지만한 양이었지만 실망한 티를 내면 촌스러워 보이기 때문에 의연한 척했다. 티본스테이크와 안심 스테이크도 금방 나왔다. 티본스테이크는 불맛이 났고 안심 스테이크는 블로그에서 보던 것처럼 입에서 살살 녹았다.


그냥 다 맛있는 곳 돈만 가져가면 되는 곳


음식 맛은 대체로 만족스러웠지만 망원의 레스토랑에는 한 가지 부족한 점이 있었다. 열심히 포크로 파스타를 꼬면서도, 스테이크를 썰으면서도 같은 행동을 반복해야만 했다. 우리 집에서는 멸종한 줄 알았던 모기가 망원에는 살아있었다. 근사한 한 끼를 위해 원피스를 입은 나는 모기의 주 영양 공급원이 되었다. 스테이크를 먹다가 다리를 벅벅 긁어대는 건 왠지 쑥스러운 일이다. 파스타를 먹을 때나 뇨끼를 집을 때도 마찬가지다. 바지를 입은 자들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다. 친구들을 만난다고 설레서 덜컥 원피스를 입고 온 내가 촌스럽게 느껴졌다. 이국적인 인테리어에 어울리진 않지만 홈매트를 처방하고 싶었다. 그러나 모기 여부와 관계없이 주인장은 참 친절한 나머지 우리 망원파이브의 인증샷을 두 번이나 찍어주었다. 두 번 찍어준 사진 모두가 인스타용으로는 탈락했다는 게 함정이지만 우리의 성가신 부탁도 흔쾌히 들어주는 그 모습에 감동받아 네이버 예약 리뷰에도 사진을 잘 찍어주신다고 적었다.


망원동의 레스토랑에서 벗어나 미리 알아둔 카페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그 카페를 줄여서 말하자면 망원동 캐릭터 카페다. 각종 인형과 피규어가 전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스누피나 찰리, 쿠키몬스터나 알린 같은 캐릭터 라떼를 마실 수 있다. 덕후 중의 덕후인 나는 이 카페를 발견하고 만장일치로 장소를 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은 채 미리 메뉴를 고르며 기쁨에 빠졌다. 다행히 나머지 네 명도 나랑 비슷한 수준으로 캐릭터를 골랐다. 택시 노답인 나는 지도를 보고 카페를 찾아갈 수 있다며 스테이크를 먹는 순간부터 레스토랑에서 카페까지의 길을 미리 시뮬레이션했고 당당히 앞장섰다. 도보 유답이 되기 위한 간절한 몸부림. 다행히 길은 별로 어렵지 않았고 카페까지는 10분 정도밖에 안 걸렸다.


어쨋든 만장일치로 결정됨


막상 카페에 가니 생각보다 캐릭터 라떼가 너무 귀여워서 혼절할 지경이었다. 흥분한 우리는 아이스도 되냐, 초코로 바꿀 수도 있냐며 카페 언니를 채근했다. 카페 언니는 생각보다 더 지친 목소리로 아이스나 핫 다 똑같고 초코로 다 바꿀 수 있다고 대답했다. 차가운 그녀의 반응에 약간 상처 받았는데 집에 와서 오늘의 만남을 복기하며 찍은 사진들을 보다가 카페 메뉴판 사진을 보니 Hot/Ice도 적혀있고 초코로 변경도 가능하다고 적혀있었다. 사진 찍느라 제대로 읽지 않은 채로 흥분한 덕후.. 나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하니 왠지 미안해졌다. 흥분한 덕후만큼 피곤한 게 없기 때문이다. 캐릭터 라떼는 예쁘기만 하고 맛이 1도 없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예쁘기도 하고 맛도 좋았다. 공부도 잘하고 예체능도 잘하는 전교 1등을 보는 기분이었다.

 

다시 보니 다 써있음.. ㅈㅅ합니다ㅠ
정말 하나같이 다 귀엽고 소중해....


9시를 기점으로 월요일 분량의 체력이 급격히 소진되어 우리는 자리를 나섰다. 집에 가는 길을 조사해본 결과 다섯 명 중에 한 명만 망원역에서 지하철을 타면 됐는데 그녀를 위해서 우리는 망원역까지 같이 걸어가 주기로 했다. 남은 네 명은 택시를 타면 그만이었지만 모두 그녀 혼자 쓸쓸하게 망원역까지 가는 것엔 동의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름다운 우정이 싹트는 밤이었으나 다섯 명 중 길치는 분명 있었고 속으로 망원역까지 가는 길을 걱정하고 있었다. 다행히 망원역 그녀가 택시 유답 출신이었기 때문에 도보 또한 유답이었다. 그녀는 망원역까지 가는 길은 자기만 따라오라며 다른 도보 노답들을 안심시켰다. 망원은 힙한 카페거리와 정겨운 시장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그렇게 망원역까지 걷지 않았더라면 보지 못했을 거리들을 친구들과 천천히 구경하며 걸었다. 갑자기 수입 과자점으로 샌다거나 각자의 핫도그 경험담을 나누는 등의 예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스테이크를 썰면서 물린 종아리는 여전히 가려웠지만 망원에서의 저녁은 충분히 근사했다. 멀게만 느껴지던 망원과도 조금은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이 모든 게 호사스럽게도 1일 2택시를 한 덕분인 것 같아서 택시 탈 월급도 주고, 소박한 와인취향도 같고 너나 할 것 없이 셀카를 누구보다 많이 찍는 게 참 잘 맞는 망원파이브 친구들을 점지해준 회사가 고마워졌다. 그러나 돈 버는 일이 조금만 더 기뻤더라면 애초부터 이런 식의 시발비용은 쓰지도 않았겠다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멀고도 가까운 망원까지의 거리가 회사와 나 사이, 밥벌이와 시발비용 간의 이상한 거리감처럼 느껴지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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