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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튼 Oct 20. 2019

이제는 추위를 알 수 없게 된 사람들

2018.10.22.

날씨가 추워질 때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미안하게도 그는 햇살이 내리쬐는 화창한 날에 떠오르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그가 추위를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은 채 무심코 이 날씨에 거기서 춥지는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가을이 온 것 같으면서도 한동안 한낮엔 여름처럼 더웠다가 밤이 되어서야 추워지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그렇게 10월이 열흘 정도 지나고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는 동안 나는 의미 없는 걱정을 반복하고 있었다. 춥지는 않을까. 혼자 외롭진 않을까. 이제 괜찮을까. 그의 죽음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힘든 일이 있으면 서로 의지하자, 오래도록 그를 기억하자는 작은 다짐밖엔 없었다. 그가 떠났다는 10월 어느 날은 낮에도 더위는 온데간데없고 바람만 야속하게 부는 날이었다.  

우리는 그의 직장동료도 아니었고 고작 전 직장동료일 뿐이었다. 빈소에도 가보지 못한 처지였다. 몇 달에 한 번은커녕, 누군가 결혼이라도 하면, 그래서 청첩장을 주기로 한 날 시간이 되면 만날까 말까 한 그런 사이였다. 마지막으로 그를 본 것도 그가 청첩장을 주기로 해서였다. 그런데도 계절이 바뀌는 날이면 우리는 그를 걱정한다. 이젠 매일 같은 자리에 있을 그의 모습을 어김없이 떠올리게 된다.

며칠 전 유명인의 부고가 유독 아프게 느껴진 것은 그가 떠난 10월이어서였을까. 그를 보내고 한 말을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이 되풀이해서였을까. 우리 힘들면 서로 이야기하자. 절대 혼자 끙끙대지 말자. 아무리 이렇게 다짐해도 스스로 떠나는 사람이 생기는 세상이 잔인하고 속상해서였을까. 이제는 남겨진 사람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가늠하게 되어서였을까.

성큼 그의 기일이 다가온다. 바람이 불 때마다, 눈송이를 볼 때마다, 비가 내릴 때마다 이제는 추위를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계절이다. 곁에 있지 않더라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는 약속으로 그들의 안녕을 비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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