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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튼 Dec 01. 2018

과소비 방지엔 레츠고피카츄!

쇼핑은 쇼핑으로 다스리는 법




회사를 다니면서 안 바쁜 날이 있겠냐만은, 요근래에는 난데없는 업무 한 가지가 추가되어 조금 바빴다. 2가지 업무를 같이 하다보니 기존 업무는 밀리고, 새 업무는 처음이란 이유로 서툴러 많이 헤맸다.  그나마 다행인건 2주 단위로 돌아가며 업무를 병행한다는 것.

기존 업무만 할 수 있는 2주 간의 달콤한 휴식기(?)가 끝나고 다시 투잡에 접어들 시기가 왔을 때, 나는 심각한 우울에 빠졌다. 회사 근처 백화점에 가도 기쁘지 않고, 만물상 올리브영에 가도 흥미가 없었다. 심지어 살 게 없었다.


나는 자칭+타칭 미래소비의 대명사. (미래)남친이 생길 것을 대비해 붓기 제거용 호박즙을 사서 마시고 (미래)남친과 싸운 날을 대비하여 눈부음 방지 쿨링 마사저마저 사들이는 나인데.. 이번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살 게 없다. 심각하다.




하지만 역시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다는 말이 맞다. 조상님들의 말은 틀린 적이 없다. 할 일 없이 웹서핑을 하다가 발견한 그 이름 세 글자. 피카츄. 아아 피카츄라니 정말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다. 요점은 레츠고피카츄라는 닌텐도스위치 게임이 새로 발매된다는 것이다. 그 때 바로 직감했다. 역시 우울할 땐 돈이야. 나는 이쯤에서 돈을 써야 한다.

나에게는 몇 주 전 대리가 되었다는 사실뿐 아니라 연말에 연봉인상분이 일괄 지급된다는 정보가 있었다. 하하하. 다행히도 이번해 연봉은 동결되지 않았다. 쥐꼬리만큼이지만 오르긴 했다. 운명일까?? 당연히 이건 피카츄를 사라는 소리다. 여기저기 뒤져보니 11월 중순 예약발매되며, 사전예약 시 사은품을 준다는 소식이 즐비했다.

게임 내용은 전혀 모르지만 일단 사은품을 준다는 소리에 또 다시 결심한다. 아니 이거 완전 거저네. 포켓몬 피규어, 포켓몬 담요, 미친 귀여움을 자랑하는 포켓몬 인형까지.. 이걸 보고도 사지 않는 사람은 내 기준 싸패나 다름없다. 하지만 귀신같은 11번가가 만든 민족의 명절 11절에 너무 낭비한 관계로 나는 사은품이 없는 제일 저렴한 옵션을 선택했다.




여름에 성과급을 받고 (실은 받기도 전에) 날 위한 선물 341번째로 닌텐도 스위치를 샀지만 늘 그렇듯 사고 한 달 정도 되면 방치되기 마련이다. 내 닌텐도 스위치는 형부네 집에 방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피카츄가 오자마자 나의 향락과 즐거움을 위해 곧 만삭이 되는 언니를 닦달해서 우리집에 오게 한 뒤 오리고기를 먹이고 닌텐도 스위치를 돌려받았다.

성격이 급한 난 바로 게임을 켰다. 잠시 플레이해본 첫 느낌은 역시 돈이 최고라는 것. 행복은 돈을 만들 수 없지만 돈은 행복을 만들 수 있다. 돈>>>>행복.난 급격히 행복해졌다. 먼 옛날 초등시절 느꼈던 피카츄에 대한 사랑이 되살아나며 피카츄라이츄파이리꼬부기 버터풀야도란피죤투또가스같은 포켓몬 친구들과 함께 한 추억 또한 선명해졌다.

우리집에 사는 노부부(62세, 동갑)는 굳이 TV화면으로 플레이하는 나의 모습을 마치 프로게이머처럼 바라보며 응원해주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피카츄가 뚜벅초, 구구, 꼬렛 등 저렙 포켓몬을 이길 때 마다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이제보니 레츠고피카츄란 게임.. 가족의 화합을 도모하는 게임이었다.


TV와 연결해서 플레이할 수 있다. 노부부의 관심은 덤.


분명 일이 바빠 시간이 많이 없는데도 그 시간을 쪼개고 쪼개 열심히 플레이했다. 안되면 되게 하라. 무언가에 꽂히면 미친듯이 파야하는 내 자신이 무섭다. 대학교 때도 메이플스토리를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어느날 접속해보니 내 캐릭터가 옷을 벗고 있고, 메소는 0이었다. 아아 해킹이었다. 그래서 관뒀다.

하지만 레츠고피카츄는 해킹의 위험도 없으며, 나같이 게임을 좋아하지만 실은 똥손인 나같은 사람에게 제격이다. 포켓몬만 잡아도 경험치를 쌓아주고. 여러번 잡으면 또 주고. 그래서 레벨업도 쉽다. 그리고 어떤 포켓몬이 출현할 지 3D로 미리 볼 수 있어 구구나 꼬렛같은 애들과 굳이 싸울 필요가 없다.

거기다가 끼워주는(?) 포켓볼은 또 어떠한가. 레츠고피카츄는 게임팩만 살 수도 있고 포켓볼 모양의 컨트롤러를 같이 살 수도 있다. 물론 난 푸짐한 걸로 선택. 음식도 게임도 돈아끼는 건 역시 질색이다. 그 포켓볼을 사용하면 실제로 트레이너가 된 것처럼 포켓볼을 던질 수 있다. 단점은 너무 자주 던지면 어깨가 아프다는 것. 오늘도 나는 어깨에 파스를 붙였다. 게임하다 어깨가 아작났다고 하면 너무 없어보이니 대외적으로는 격무에 시달린 탓인척 한다.




피카츄와 여러 포켓몬 아가들의 재롱으로 하루하루 살맛이 난다. 급기야 나는 포켓몬 이름까지 개명하기에 이르렀다. 이름마저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니 완벽해. 뚜벅초일 때 지어준 이름을 가지고 냄새꼬로 훌륭하게 성장하여 괴력몬같은 격투 포켓몬을 완벽하게 격파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전율을 느꼈다. 왠진 모르지만 격투 타입에는 흡수(메가드레인) 공격이 잘 먹는다. 고작 뚜벅거리는 풀떼기 주제에 돌덩어리를 격파하다니.. 흑흑 기특한 내 새끼..


찌리리공도 잠재우는 기특한 내 새끼. 그나저나 찌리리공은 잠들어도 표정이 짜증스럽다.


이 게임 주인공 피카츄는 어떤가. 내 품에 와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가끔씩 공격을 심하게 잘하기도, 공격을 심하게 잘 피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이런 멘트가 나온다. 아아 이맛에 피카츄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자라라 히카츄야
구호를 보낸 적은 없지만 훌륭한 내새끼 칭찬해


나의 히카츄는 어느덧 레벨 53이 되었고, 다른 것에 신경 쓸 새도 없이 나는 오늘도 열심히 포켓몬 아기들을 키운다. 스위치에선 포켓몬 상태를 조회할 수 있는데 그 곳에는 어버이 이름이 나온다. 어버이가 누구여. 하고 보니 내 이름이 뙇. 세상에. 스물아홉. 미혼. 남친없음의 대명사인 내가 어버이가 되다니! 막중한 책임감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


개구쟁이 같은 성격. 나랑 딱 잘 맞는 성격이다. 운명인가..?


그뿐만 아니라 포켓볼 컨트롤러를 이용하면 전설의 포켓몬 ‘뮤’마저 큰 힘 들이지 않고 받을 수 있다! 역시 역시. 푸짐하게 사길 잘했지. 아꼈다가 뮤 못 받을 뻔 했네. 귀찮게 두 번 주문할 뻔 했잖아?


나의 포켓몬 친구들. 포켓몬 자녀들. 포켓몬 아가들.

또 한 가지 자랑할 점은 (헉헉) 포켓몬을 데리고 다닐 수 있는데 어떤 포켓몬은 탈 수도 있다는 것! 파히리는 어느새 리자몽이 되었고, 마을에서 타고 다니면 새라서 그런지(?) 속도가 빨라서 좋다. 잉어킹이 낳은 기적 갸라도스는 주로 물가에서 이용한다.


백문이 불여일견.

노랑시티의 히자몽. 다소 비포켓몬적이지만 결투로 기절해도 탈 수는 있다.
물놀이엔 갸라도스!


무엇보다 레츠고피카츄의 가장 큰 장점은 돈이 샐 걱정이 없게 해준다는 것이다. 오랑캐는 오랑캐로 다스린다는 말처럼 쇼핑은 쇼핑으로 다스리는 법. 쇼핑계의 이이제이를 원한다면 레츠고피카츄를 사라. 정말 너무 재밌어서 다른 쇼핑할 시간이 없다. 회사생활에 지친 당신에게, 다음달 카드값 생각에 쇼핑을 줄여야 하는 당신에게 과소비 방지와 힐링 아이템으로 레츠고피카츄를 추천한다.


(자매품 : 레츠고이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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