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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튼 Nov 17. 2018

민족의 명절 11절을 보내며

안사면 0원이지만 사면 영원하다


이육사의 고장 칠월이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라면 내 고장 십일월은 11절이 열리는 계절이다.

11번가 VVIP로서 절대 놓칠 수 없는 명절이 왔다. 이름하야 11절. 11절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11번가와 11월의 11을 매칭시켜 11절이라는 할인데이를 만든 것이다. 매일같이 11번가를 들락거리며 베스트 상품의 동태를 살피는 나에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11절 행사는 11월 1일부터 시작되는데 11이 두 번 겹치는 11월 11일이 되면 그 열기가 최고조에 달한다. 평소에는 한 번 주는 쿠폰도 두 번주고, 초특가 타임딜도 한시간에 한번씩 한다.

이미 11월 1일부터 야금야금 베스트 상품 하나씩은 구매해가며 낭비해왔지만 11월 11일이 되면 그 모든 기억은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일단 꼭 사야하는 것들은 모바일상품권류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아웃백 11,000원 할인쿠폰을 1,500원에 파는 행사를 했는데 시작한 지 1시간도 안되어 모두 동날 만큼 아주 반응이 뜨겁다.

상품권을 살 때 주의할 점은 유효기간이다. 할인권의 경우 대개 한달 정도로 유효기간이 짧은 편이니 본인의 스케줄을 고려하여 구매하도록 하자. 이번 해 달라진 점은 아웃백 디지털상품권 50,000원권을 45,000원에 판매한 것이다. 물론 나는 이것도 샀다. 디지털상품권을 살 때는 잔액이 적립되어 다음 식사에도 쓸 수 있는지, 앞서 구매한 아웃백 할인쿠폰과 중복이 되는 지 꼼꼼히 체크하여야 한다.

아웃백 디지털상품권이 베스트 10에 들은 것은 아웃백 할인쿠폰과 중복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11절 덕분에 아웃백 디지털상품권과 할인쿠폰, 케이티 통신사 할인까지 총동원하여 5만원에 스테이크와 치킨샐러드 과일에이드 및 투움바파스타까지 셋이서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인당 17,000원에 흐르는 가성비. 왠지 회사를 다니다보면 돈을 벌지 않던 시절보다 더 가성비에 집착하게 된다.

그 외에도 커피빈 만원권 7,700원. 랄라블라(구:왓슨스) 만원권 7,500원 등이 내 통장을 스쳐지나갔다.

11절에서 구매품목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또 중요한 것은 쿠폰이다. 일단 쿠폰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운받아야 한다. 특히 중복할인 쿠폰과 장바구니 쿠폰이 아주 유용하다. 이번 행사에서는 5만원이상 7천원 할인쿠폰을 1일 1회 지급했는데 나는 매일 출첵을 하듯 쿠폰을 낚아채어 수많은 재화를 아주 저렴하게 구매했다.

내가 사고싶은 왕자행거의 가격은 4만9천원. 다분히 의도적이다. 장바구니 쿠폰의 적용가는 5만원이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바지걸이를 하나 더 담아본다. 7천원 할인 받으면 바지걸이는 공짜나 다름없다. 하하하. 오늘도 쇼핑에서만큼은 전자두뇌같았어. 바지걸이를 샀으니 한파를 대비해서 기모 청바지를 하나 더 구매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음날도 장바구니 쿠폰이 생길테니!

마지막으로 조금 구차하지만 미래의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팁이 하나 더 있다. 바로 T멤버십. 우리 가족들은 모두 KT멤버십으로 결합할인을 받고 있는 탓에 티멤버십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언니가 결혼한 후 우리에겐 희망이 생겼다. 우리 형부는 에스케이텔레콤 우수회원이다. 그리고 쇼핑엔 전혀 관심이 없다. 정말이지 최고의 형부.

티멤버십 할인을 받으려면 본인 명의의 아이디로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언니와 나는 형부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언제부턴가 공유하기 시작했다. 형부만 모르는 우리 자매의 은밀한 쇼핑생활. 물론 모두 형부의 동의를 받고 구매한 것이니 걱정은 마시라. 형부 덕분에 덴티스테 치약과 기모 트레이닝복, 겨울 패딩을 5천원에서 만원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었다. 심지어 덴티스테 치약은 면세점보다 쌌다. 이거 완전 거저아니냐.

이렇게 민족의 명절 11절은 나에게 많은 번뇌를 안겨주고 내 곁을 떠났다. 쇼핑중독자인 나에겐 너무나 혹독한 주말이었다. 낮잠을 잘 수도, 책을 볼 수도, 티비를 볼 수도 없는 강제 쇼핑주간. 말그대로 소처럼 쇼핑만 했다는 말이 딱 맞다. 쇼핑이 아니라 소핑인가. 11/11일이 마침 일요일인 탓에 돌아오는 화요일, 우리집은 무척이나 북적였다.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택배, 우체국택배 등 내로라하는 택배사들이 모두 총출동하여 1일 10택배의 기염을 토한 것이다. 안사면 0원이지만 사면 영원하다. 11절 만세. 11번가 만세. 이 좋은 민족의 명절은 내년에도 계속 되어야 한다.


덧.

11번가 11월 11일 하루 매출이 1,020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1분에 7천만원 이상 거래된 셈으로, 지난해 640억원 대비 59% 상승했다나.

(출처 :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138&aid=0002067238&sid1=001)


그도 그럴 것이 나부터도 작년보다 올해 더 많이 썼다. 하하하 내가 바로 1,020억원의 산 증인! 이 역사의 현장에 내가 있었다는 게 몹시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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