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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튼 Jan 07. 2019

운명론

2013.06.24.


관계의 초입을 장식하던 촌스러운 운명론이 사위어간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과외 얘길 신나게 했던 어떤 애 그 애가 남몰래 손을 잡던 겨울밤도 당직실 수화기 속 목소리도 모두 사라졌다


색연필을 빌려줬던 1학년 5반 그 애는 나를 집으로 초대했었다 그 애의 집에서 우린 내가 좋아하는 라면을 먹었다 그리고 그 애는 전학가버렸다


날 보는 것처럼 사소한 걱정이 많던 친구 그 애와 나는 육개월을 친하게 지냈다 서로 걱정이 많았어도 각자의 걱정이 달랐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비관밖엔 없었다


비슷하게 개구리를 닮았던 아이 그녀의 곁엔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였다 나는 어쩐지 자리를 잡지 못했다 우리 집 위층에 살던 친구 그 애는 늘 필요이상으로 쿨했다 나는 자주 상처받았다


그렇게 나는 많은 사람들과 가까워지면서 멀어졌다 나와 취미가 같았던 어떤 사람은 더이상 그 취미를 즐기지 않게 되었다


내 인생의 운명론들은 애초에 운명이 아니었다로 판명되곤 했다 어떤 관계에서도 운명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눈물이 나진 않았다


그보다는 그런 걸 알면서도 운명을 또 다시 믿게 된다면 그 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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