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디하 비치 3일째
Feb 26 2026
오늘은 브런치를 먹기 전에 거북이 스팟을 찾아보고, 밤에는 마사지를 받아야겠다. 집에서 붙이고 온 젤 페디 스티커의 코팅이 다 벗겨져 발가락이 산호돌멩이 처럼 되었다.
집에서 제일 가까운 가판대스러운 스노클링샵으로 향했다. 오며 가며 인사한 아저씨가 맞아주었다. 바로 건너편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코리안 레이디 좋아한다며 내일 아침에 너 손 잡고 내가 거북이 보게 해 줄게~라며 찝적거리던 아재를 은근히 피해 다녔지만 오늘은 피할 수 없어서 대충 인사를 한 곳을 지나자마자 있는 곳이었다. 이 아저씨는 찝적거리지 않는 쿨맨인 것 같아 마음이 편했다.
다시 생각해 보면 그 찝적아재는 그냥 여기 잘 없는 한국여자를 만나 순수하게 너무나 신난 거였으려나. 하지만 마지막에 물어본 스노클 장비렌탈 가격을 내가 온 곳의 10배를 불렀었지 썩을 놈. 혹하고 제안을 받아주지 않아서 다행이다.
거북이들을 만나다.
고작 2500원을 주고 가이드와 함께 코앞 바다로 향했다. 숨이 꼴깍꼴깍 넘어갈 것만 같았다. 오랜만에 스노클링 장비를 쓰고 헤엄치려니 처음엔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았는데 하다 보니 익숙해졌다. 코가 아니라 입으로 숨을 쉬어야 하는 거였다.
거북이들에게 미끈한 미역줄기 같은 먹이를 주려니 솥뚜껑만 한 애들이 내 등 위로 포개질 정도로 거침없이 어울려 온다. 만지면 스트레스받는다고 본 것 같은데, 오히려 조심해야 할 것은 내쪽인 듯.
등딱지에 이끼가 가득하게 나이 든 것 같은 거북이들은 수면 바닥에서 올라오지 않는다. 나와 살깃이 스친 거북이들은 몇 년을 살았을까? ‘거북‘이 아니라 ’ 거북이‘라고 불리는 이름이 귀여웁다. 캔디에서 집어 들었다가 놓았던 거북이 인형이 아른거린다. 거며 들어버렸다.
집에 가면 마디하의 바다색으로 네일을 하고 싶다. 그것은 뽀얗고 투명한 민트색이다.
아침과 한낮에는 해가 쨍하다가 오후가 지나가며 바람이 거세진다. 서너 시가 되면 밝은 회색의 적운이 하늘을 가득히 뒤덮다가 기어이 짧은 소나기를 여러 번 퍼붓는다. 마지막 소나기가 힘없이 끝나고 나면 해가 누우러 가는 하늘 반대편 맑은 파랑을 배경으로 흰 구름이 노을을 머금어 따뜻한 색의 그림자 위에 둥둥 떠다닌다.
서쪽 하늘 위엔 아직 높이 해가 떠있지만 일기예보의 일몰 시간에 정확히 맞추어 지평선 너머로 빨간 점이 쏙 사라질 거라는 걸 안다.
뽀얗게 연한 청록색 바다 위로 부서지는 파도와 노르스름하게 떠가는 뭉게구름의 흰색이 위아래로 평행을 이루는 것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보면, 5시 즈음은 깊은 바다 위로 커다란 화물선이 지나가고 느지막이 수영하러 나온 가족들은 물기를 털어내고 하나둘 선베드가 정리되고 나는 해가 질 시간에 맞추어 뷰가 좋은 자리를 찾아 기다렸다가 어떤 저녁메뉴를 먹을지 고민할 것이라는 걸 안다.
그리고 작고 까만 날파리가 눈앞에 성가시면 바람이 잦아들었음을 안다.
파도를 보다가 하늘을 보다가 눈을 감고 눈꺼풀로 비치는 초록색을 관찰하다가 생각나는 글을 썼다가 사진을 찍다가 베이핑 한 모금 칵테일 한 모금 기지개 한번 폈다가 자세를 바꾸다 보면 한나절이 10분처럼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