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는 비행기 안에서
2024년 11월 25일
2박 3일 약 48시간의 다카마츠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는 비행기 안, 어스름한 하늘에 땅거미가 지고 조명은 없고 밖은 흐린 구름이 자욱하다.
노이즈 캔슬링 모드로 소음이 줄어든 헤드셋으로 linger를 듣는데 주변의 모습이 푸르스름한 초저녁 빛으로 아스라이 멀게 느껴진다. 전투적으로 먹고 쇼핑하고 한적한 시골 같던 마을을 이만보 넘게 걸었던 게 바로 어제라니 기억은 선명하지만 까마득히 먼 날처럼 느껴진다. 도통 비행기에서 잠을 못 잔다던 이술(동행1)마저 고개를 꾸벅꾸벅 졸고 왼쪽에선 넙치(동행2)가 폰에 다운 받아둔 나솔사계를 보고 있다.
내일 이 시간이면 수천번을 그래 왔던 익숙한 날대로 퇴근시간을 기다리며 닥친일들을 처리하고 있겠지. 가끔 이렇게 여행에서 일상을 떠올리거나 하면 수천번 겪어왔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득하지만, 내가 틀림없이 또 그 일상에 속해 그러고 있을 거란 확신은 현재의 돌발위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는 것이다.
사실 일본어 공부를 더 해서 여행 오려고 했는데, 듀오를 살리기 위한 스페인어만 하느라 일본어는 더 늘리지 못했다. 조금만 더 하면 잘할 것 같은데. 항상 아쉬운 일본어다. (듀오링고 앱을 유료로 쓰면 하루에 한 번 퀴즈를 풀기 전까지 시간이 늦어질때마다 죽어가는 듀오 캐릭터가 위젯에 보인다.)
벌써 곧 연말이고 휴가나 써버리고 싶은데 일을 생각하면 한숨이 푹푹 나온다.
역시 일본에서의 쇼핑은 즐거웠다.
음식들은 정말로 맛있었고 백엔샵들은 카와이하면서도 삶의 편리함을 올려주기에 충분한 공산품들로 가득했고 이 모든 것들이 백엔-약 900원이라는 사실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그들의 잃어버린 삼십 년...
귀에 가득한 jim james의 음악과 어둠, 맥주 때문인지 더 무거운 눈꺼풀이 몽롱하다. 이런 해 질 녘 시간에 하늘에 있는 것도 어색하다. 이 짧은 비행도 순식간에 지나가겠지. 손가락으로 적는 것이 귀찮지만 글을 쓴다.
친구들과 가볍게 떠나기 언제나 좋은 곳 일본… 항상 살쪄오는 일본…특별한 거라곤 우동학교 뿐이었지만 먹고 마시고 쇼핑만으로도 바쁘고 즐거운 가을 여행이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