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쓴 일기

24년 7월의 우붓

by 면자


휴직이 확정되자마자 화요일에 떠나는 발리행 티켓을 질렀다. 열흘 정도의 여행이었다. 화요일 출발이라니! 주말 빡빡히 껴서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출발하지 않으면 손해 보는 것 같던 지난날에 비해 이 사실부터 자유를 느낀다.

발리는 16년쯤 친구와 방문한 후 반해버린 곳이었다. 서양 사람들에겐 로망이라는 발리. 이젠 나에게도 언제나 로망이지만, 친숙해졌어도 또 가고 싶은 곳. 일주일 정도 머물렀을 때 쓴 메모를 옮겼다.



우붓 발리 하모니 호텔에서

우붓에서 삼사일인가 묵은 곳. 호텔이라기보단 가정주택과 연결된 펜션 같은 느낌. 위치와 저렴한 가격, 평점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나름 정글뷰 루프탑의 수영장이 있다.

@Bali Ubud Harmony, 옥상뷰. by 면자


춥지 않은 여름비가 듬성듬성 내리고 아래의 집에서는 아이가 뛰논다. 된장찌개를 끓이는 것 같은 고소한 집밥 냄새가 계속 올라온다. 좋아하는 그림 작가가 쓴 시집 같은 책을 읽는다. 다리에 모기물린 델 긁으면서도 빈땅 맥주가 꿀꺽꿀꺽 넘어간다. 앞집에 호텔 수영장 건물이 너무 예뻐 계속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비가 내리지만 맞아도 된다는 사실 만으로 편안한 이 느낌.


계단을 내려가면서 코앞에 지네를 발견해도 별로 놀라지 않는다. 아빠의 영월 세컨하우스로 인해 시골 생활에 자연스러워졌을까. 이곳에 절대 같이 올 수 없을 것 같은 도시파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꽤나 자연친화적인 숙소 구조가 약간 욱하는 부분이 있지만 조금만 더 마음을 편안히 가지면 충분히 만족스럽다.


방에서 내려다보이는 집과 발리 전통 가정식으로 나온 조식


식당의 나무도마 소리가 듣기 좋다.

탁닥닥닥닥딕닥

이곳은 서로 조심하라고 할 때 경적을 울린다. 깜빡이의 역할 대신하느라 거리가 자못 시끄럽다.

시종일관 경적을 울려대지만 멍멍이 하나가 길막하고 앉아있을 땐 조용히 기다려주는 곳.

발리의 평범한 도로. 잘보면 검둥개가 지나간다.
숙소 앞을 돌아다니던 멍뭉이



지도에 빼곡한 멋진 스테이들.

방안에 개미칭구칭긔 삼아도 숲에 녹아든 지붕 사이사이 조용하고 깊은 수영장이 속속 박힌 곳.

조금은 쑥스러운 멕시코 소수민족 라이브 공연에 열정적으로 환호하고, 마마 카카오 마마 발리 마마 earth를 노래하고 논알콜에 무아지경으로 춤출 수 있는 곳.

어딜 가나 찐한 커피와 예쁜 비건 디쉬가 있는 곳.

4성급 풀빌라 1박에 9만원 안 되는 곳.

고운 커피 원두에 뜨거운 물만 부어마셔도 맛 좋은

곳.

하늘엔 물이 쏟아지다가도 비가 멎으면 파랗게 해가 나는 곳.


예쁜 비건 브런치
비온 뒤 갠 여름 하늘
적운 가득한 여름하늘을 너무 사랑한다.

발리에 더 길게 오고 싶다.



이제는 가고 싶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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