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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바람 Sep 07. 2023

함께 성장하는 기분

글친구들, '오마이뉴스' 시민 기자 데뷔


 


함께하면 조금 더 쉬워지는 일이 있다. 혼자라면 미루거나 시도하지 않았을 일도 여럿이 뭉치면 곁에 있는 이들의 에너지에 이끌려 모르는 사이 진행되기도 한다. 그렇게 예기치 않은 곳에 당도할 때가 있는데 글쓰기 모임 친구들 덕분에 '오마이뉴스' 시민 기자로 (재)데뷔한 일도 그랬다. 원래도 종종 기고를 하곤 했지만 이전과 다른 성격의 글을 쓰게 되었으니 새로운 시도이자 도약인 셈이다.   



오마이뉴스라는 인터넷 매체에서 시민 기자 북클럽에 참여한 지 일 년이 넘었다. 한 달에 한 번 서평을 써서 기고하는데 관련하여 작년 연말에 편집 기자와 다른 기자들과 만나 새해 기사의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그때 근황과 함께 개인적으로 글쓰기 모임을 하게 된 소식을 전했는데 이와 관련하여 기사를 써 보고 싶다는 내 의견에 편집 기자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글친구들 사이에서 받았던 기분 좋은 에너지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던 기쁨을 기사로 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편집 기자님의 격려에 용기를 얻었고, 새해를 앞두고 시도할 프로젝트가 생겨 은근 기대가 되었다. 아무도 모르게 홀로 글을 쓰던 모임 친구들에게는 공식적인 플랫폼에 글을 노출시키는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도 인터넷 매체의 특성상 불특정 다수에게 글을 공개하는 건 은근히 부담스러운 일이기에 친구들의 반응이 어떨지 걱정도 되었다. 역시나 긍정적인 우리 멤버들은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환영했고 특별한 기회이자 도약으로 받아들였다.



우리는 이 주일에 한 번 같은 주제로 글을 써서 공유한다. 주제가 같아도 각자 풀어내는 이야기는 매번 각양각색으로 다양하고. 동일한 소재가 6명 안에서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가며 예측할 수 없었던 멋진 무늬를 만들어 낸다. 그 글들을 오마이뉴스에 기고하면 다른 사람들과도 공명할 수 있지 않을까. 애초 모임의 기조대로 20, 30, 40대 여자들의 글쓰기 모임, 생활 속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세대별 시선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으로 오마이뉴스에 기고할 꼭지의 방향을 정했다. 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각자 퇴고에 더욱 전념하기로 하고.



첫 기고를 위해 각자 글을 써서 모였다. 다른 멤버들에게는 기고를 한다는 게 자극제가 된 걸까? 이 주 사이 멤버들의 글이 일취월장해 있었다. 소재를 풀어내는 방식, 문체, 글의 짜임새, 완결성까지. 단순한 에피소드의 나열에 그치거나 결말 부분이 약해 미흡하게 느껴지던 부분이 싹 사라졌다. 그러면서 재미와 재치의 수준은 더 높아졌고. “그 사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예요!?”라고 물었던 내 말은 빈 말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갑작스러운 향상이 놀라웠다.  



그날 서로의 글을 읽고 감탄만 한 건 아니다. 어떻게 하면 글이 더 좋아질 수 있을지 성심성의껏 피드백을 주고받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성실히 퇴고해 지정일까지 사이트에 송고하기로 약속했다.



오마이 뉴스의 기사는 편집부 검토를 통해 등급이 나뉘고 등급에 따라 기사 배치 자리가 정해진다. 높은 등급을 받아야 화면 중심에 크게 걸리고 등급은 원고료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사의 등급과 배치는 글에 대한 평가이므로 여기에 무심해지기 어렵다. 하지만 지나치게 연연하면 신경이 쓰여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한두 해 기고를 지속하는 사이 등급에 연연하다 글을 쓰지 못했던 경험도 있는 나는 조금 무심해지는 편을 택했다.   


 

그런 탓인지 내 글뿐만 아니라, 멤버들 기사에 대해서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기대를 키웠다 실망한 적이 많고, 등급에 신경 쓰다 아무것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오히려 더 힘들어진다는 걸 아니까. 나와 하루님의 글이 먼저 게재되었고 예상대로 중간 정도의 등급을 받았다. 그래도 오랜만에 사적인 글을 기고했고 채택이 되었다는 것만으로 반가웠다.  



그런데 그다음 걸린 나무밑단풍님의 글이 첫 화면에 떴다. 단풍님 글의 도입부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좋고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끌고 나가는 태도도 인상적인 글. 모임에서 리뷰할 때도 시사성 있는 주제라 기사로 좋다고 생각했지만 단번에 눈에 띄는 좋은 자리에 뜰지는 예상도 못했다. 인터넷 화면에서 다시 보는 단풍님의 글은 시상식에 턱시도를 빼 입고 온 수상자 같았다. 공들여 퇴고한 흔적, 편집부에서 뽑은 제목, 거기에 글감과 어울리는 사진이 더해져 최고 등급에 걸맞은 기사로 변모해 있었다.



기쁜 소식을 재빨리 모임 단톡방에 전했다. “단풍님 기사가 메인에 떴어요! 우와, 축하해요!” 단풍님은 가문의 영광이라며 기뻐했고 모두들 신기해했다. 메시지 창으로도 들뜸과 신남이 느껴질 정도로. 이상하게도 단순히 단풍님만의 성취로 여겨지지 않았다. 우리가 무언가를 함께 이루어 낸 기분이 들었다.



예전의 나라면 내가 받은 낮은 등급이 마음에 걸려 단풍님이 받은 높은 등급에 온전히 기뻐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번엔 그런 옹졸한 마음 없이 단풍님의 결과가 내 것인 양 기쁘고 반가웠다. 글쓰기를 통해 타인의 재능을 부러워하지 않고 내게 집중할 수 있는 내면의 단단함이 쌓인 걸까. 어쩌면 모임에서 받은 에너지와 사랑이 나를 더 넉넉하게 키워 준 덕인지도 모르겠고.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쓸 수 있는 기회를 주선했다고 멤버들이 내게 무척 고마워했다. 하지만 나의 가교 역할로 모임 사람들이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나를 더 기분 좋게 해 주었다. 내가 이렇게 멋진 사람들의 멤버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워 어깨가 올라가는 느낌이었으니까. 도서관 수업이 끝났을 때 어떻게든 모임을 지속하고 싶었던 것도 한 명, 한 명, 사람들이 참 좋아서 놓치고 싶지 않았고 친구들의 글에서 힘과 매력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나의 생각과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인 같았다. 같이 글을 써 온 6개월여의 시간,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 사이 우리가 제자리걸음만 한 건 아니라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단풍님 글에서 끝났으면 모르겠는데, 이어서 게재된 섬하님의 글도 첫 화면에 실렸다. 우와, 멤버들 글이 연달아 최고 등급을 받다니! 물개 박수가 절로 나왔다. 내 기사가 첫 화면에 떴을 때보다 훨씬 더 기뻤다. 함께 기뻐하는 사이 기쁨은 무럭무럭 자랐고 우리에게 그만큼 가능성이 있다고 격려받는 기분이었다.



어떤 일이든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의 크기에 따라 그 일의 경중도가 달라진다. 내가 받았던 등급 때문에 속상했던 일이 많았고 그걸 생각하면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아 등급에 무심해지려 했다. 간혹 내 기사가 메인에 떴을 때도 기쁘면서도 ‘그럴 수 있지’,라는 식으로 덤덤하게 넘겼다. 남편에게만 조용히 소식을 전하는데 그쳤지, 단풍님처럼 “가문의 영광”이라고 까지 크게 받아들이진 않았다. 지인들에게 내 글을 읽어보라고 전송하지도 않았고 늘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으로 혼자 조용히 만족하고 말았다. 기뻐하기는 했던가? 다음에 메인 화면에 뜨지 못할 것을 미리 걱정하면서 당장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오마이뉴스 플랫폼의 메인 화면에 기사가 뜨는 일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얼마나 축하할 일인지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롭게 마주했다. 어떤 일을 대단하다고 여기고 충실히 기뻐할수록 그 기쁨이 온전히 나의 것이 되고 다음으로 나아가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즐거워하는 멤버들을 보며 이들이 앞으로 글쓰기에 더 열렬해지겠구나 생각했다. 오늘의 기쁨을 기억해 다음번 글도 최선을 다해 써 올 거라고 확신했다. 이번 기회가 모두에게 도약의 발판이 될 거라고. 모임이 한 단계가 업그레이드될 것 같아 마음이 둥실 부풀었다.



곁에 있는 이들의 기운을 받아 나도 으쌰으쌰 해본다. 다음엔 조금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혼자가 아니라서 좋다. 글쓰기에 관심이 없는 사람과는 나눌 수 없는 기쁨과 자극을 고스란히 나눠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기사에 뜨고 안 뜨고 라는 아주 작은 차이지만 그 미세한 간격이 얼마나 크고 넓을 수 있는지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글쓰기에 있어서 자극과 영감, 기쁨과 슬픔까지 열렬하고 투명하게 공감해 주는 사람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혼자서 빨리 가는 대신 함께 발을 맞추며 멀리 가고 싶다. 그러느라 익숙지 않은 속도로 스텝을 밟아보고 용기 내어 풀쩍 뛰어도 보겠지. 서로가 내어준 손을 놓지 않는다면 혼자 힘으로 닿을 수 없는 곳까지 가 보게 되지 않을까. 걸음을 맞춰 보려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 지치지 않고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스텝은 어떤 무늬를 그리게 될까. 언젠가 모두의 글이 한꺼번에 최고 등급을 받는 날도 올까. 그런 상상을 하다 보면 가슴에 보름달이 뜬 것 마냥 환해진다. 그 안에서 여섯 여자들이 화창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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