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흐는 한다, 그다음은 몰라요
아침마다 출근하는 남편 차에 함께 나선다.
첫째는 아빠가 학교에 데려다주고, 나는 중간에 내려 둘째를 어린이집(crèche)에 데려다준다.
아이들을 각자 흩어 보내고 나면, 그제야 비로소 ‘나만의 시간’이 시작된다.
운동복 차림, 손에는 최신 아이폰 16. 그리고 내 귀엔… 남편이 쓰다 버린 갤럭시 버즈.
이 조합, 간지일까… 눈물샘일까.
그래도 소리는 잘 들린다. 지금 내게 중요한 건 그거다.
음악을 들을 땐 괜히 “이 노래 몇 분 남았지?” 하며 곡 길이로 운동 시간을 재곤 했는데,
그게 은근히 피곤해서 요즘은 유튜브 콘텐츠를 듣는다.
유쾌함과 진지함 사이를 오가는 이야기들.
선 넘지 않는 유쾌함, 치우치지 않는 진중함.
그 적당한 밸런스가 좋다. 어쩌면, 그게 내 삶의 태도일지도 모르겠다.
필라테스도 해봤고, 요가도 했고, 피트니스도 나름 열심히 했었다.
하지만 프랑스에 와서, 연고 하나 없는 땅에서 맨몸으로 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동네 구경도 할 겸 하루에 5~6km 정도 달린다. 시간으로는 40분쯤.
그렇게 달리다 보면 잠깐이나마 이 동네의 주민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어딘가에 소속된 사람처럼 마음이 놓인다.
출근길 사람들 사이를 뛰다 보면, 마치 석촌호수 러너들처럼…
부자가 된 기분이랄까. 마음의 여유 말이다.
러닝 코스 3km쯤 되는 지점. 코너를 돌면 항상 사람들이 붐비는 빵집이 있다.
“언젠가 가야지…” 하고 몇 번이나 지나쳤던 그곳.
어느 날은 발목이 아파서 뛰지 못하고, 같은 길을 걷다가
문득 그 빵집 안으로 들어가 봤다.
“봉쥬ㅎ~” 어설픈 인사를 건넨다.
가게 안 왼쪽에선 젊은 남녀 제빵사가 분주히 반죽을 하고 있었고, 진열대엔 마치 모형처럼 예쁜 빵들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카운터에는 장인 포스 풍기는 한 므슈. 내 차례가 될 때까지 초집중하며 빵을 살펴본다.
첫째가 좋아하는 초코빵!
둘째가 좋아하는 브리오슈도!
그다음 빵은 욕심이다, 그러나 맛집으로 보이니 욕심 좀 내야겠다.
드디어 내 차례.
손짓과 함께 “봉쥬ㅎ~ 므슈. 쇼콜라 앙, 브리오슈 앙, 실 부 쁠레!” 쇼콜라 하나, 브리오슈 하나 부탁드려요.
(※ 프랑스어 배우기 전까진 R 발음은 ㄹ 인줄 알았다가, ㅎ 발음인데... 내가 아는 ㅎ가 아니다.
목구멍을 긁어 소리 내는 ㅎ 이랄까.)
그리고 맛있게 보이는 몇 가지의 빵까지 고르고
카드를 내민 나에게 카드 non, 현금을 말하는 거 같았다.
운동 나가는 길에 카드만 챙겼다. “노 캐시… 데졸레…”
허둥대는 나를 보며 므슈는 여유 있게 웃으며 말했다. “아프헤~” (après = 나중에)
난 카드를 보이며 들어갔기 때문에 현금이 없을 수도 있겠다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더니 봉투에 9유로 얼마를 적고, 그냥 빵을 건네는 거다?
“아 듀망! 메시보꾸! 메시보꾸! 본 죠흐네! 오흐부아!”
내일! 정말 감사합니다 두 번! 좋은 하루 보내세요! 또 만나요!
처음 본 외국인에게, 그것도 프랑스어도 영어도 어설픈 나에게 빵을 그냥 준다고? 난 적잖이 놀랐다.
진심이 묻어나는 태도에는 국경이 없는 모양이다.
단골 각이다. 무조건이다.
우리는 빨리빨리 민족 아닌가.
나는 바로 30분 걸어 집에 가서 현금을 챙기고, 30분 걸어 다시 빵집에 가서 계산하고, 또 30분 걸어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집에 와서야 알았다.
내 카드로 근처 ATM에서 현금을 뽑을 수 있다는 걸.
왜 나는 항상 ‘나와서야’ 이런 걸 알까.
‘그래도 동네 구경했잖아.’ 하며 스스로를 달래 본다.
총 1시간 반짜리 빵. 아이들이 더 맛있게 먹어줬으면 좋겠다.
메씨, 봉쥬흐네, 어흐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