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구경만? 하려다 집 샀습니다

넝쿨 담장 뒤에 숨은 7남매의 집

by 쿠쿠마담

휴가 갔다 돌아오자마자, 휴가 전에 슬쩍 보고 지나쳤던 1970년대 주택을 다시 보러 갔다.
처음엔 그랬다.

그전까지 우리가 본 집들은 대부분 최근에 지어졌거나 반짝반짝한 새 건물들이었다.
구조는 평범했고, 어쩐지 다 비슷했다. 그런데 이 집은 달랐다.
‘프로방스풍이라기엔 너무 고전적이네. 낡았다, 사진도 안 찍어야지.’

집 앞 정원은 넝쿨 담장이 마구 번져서, 집이 있는지 없는지도 안 보일 정도. 대문도 없었다.

벽지는 누렇게 바래 있었고,

차디찬 타일 바닥에 공간마다 문이 달려 주방도 거실도 답답한 구조였다.
마치 오래된 미로에 들어온 느낌? 그때만 해도 ‘아, 아니다’ 싶었다.

우리 부부는 그 집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그런데… 구조가 은근히 괜찮지 않아?”
휴가 동안, 언니네 부부와 식탁에 둘러앉아 사진과 기억을 토대로 조카의 아이패드에 도면을 그려봤다.
여긴 꼭 리모델링해야겠다 싶은 곳을 찾으며, 매일 밤 맥주잔을 부딪쳤다.

다행히 언니네 부부는 주택을 여러 채 지어본 경험이 있다.
언니네 부부는 목공이 직업이고, 형부는 직업학교에서 건축을 배운 ‘반 전문가’였다.

여기서 ‘반’이란, 속도가 조금 느리고 끝마무리 기한이 없어서…?
그래도 언니네 부부가 휴가 온 기간에 집을 같이 볼 수 있어서 믿음직한 건 사실이었다.

그렇게 머리를 맞대고 얘기하다 보니—이 집, 못 살 곳은 아니었다.

배우자 오빠는 시골 주택에서 자라서, 주택 관리가 얼마나 고된지 잘 안다.

나는 아파트에서 자라서, 주택 로망이 살짝 있다.
“주택 관리는 할 일 많아, 힘들어. 노년에 시간 많이 남으면 그때 주택 살자. ”
그렇게 말하던 배우자 오빠였지만, 홈스테이용으로 방·욕실·화장실 구성이 딱이라 이번엔 꼼꼼히 살폈다.

세월만큼 낡고 손볼 곳은 많았다.
하지만, 처음과 달리 안락하고 따뜻한 기운이 돌았다.
에이전시를 통해 집 이야기를 물으니, 7남매가 함께 자란 곳이란다.
아마도 거동이 불편했던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쓰시다가 떠나신 듯했다.

오래전 형성된 주택단지라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방마다 창문이 있어 햇살을 맞이할 수 있고, 방 크기도 쓸 만했고, 붙박이장도 있었다.
욕실은 다행히 바로 쓸 수 있을 만큼 리모델링이 되어 있었다.
유학생들에게 방을 내어줄 2층은, 계단을 오르자마자 공용 휴게 공간이 있고, 세 개의 방이 천장에서 햇살을 포근하게 쏟아내고 있었다.

결국 우리는 마음을 굳혔다.
오퍼를 넣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와 가격 네고를 고민했다.
이전에 2만 5천 유로를 깎아달라던 구매자는 오퍼 취소 되었다고 한다.
7남매 중 3명이 완강히 반대했기 때문이란다.

그때 배우자 오빠는 말했다.
“진심을 담은 편지를 써보자.”

나는 한국어로 쓰고, 번역기와 챗지피티를 거쳐 손글씨로 옮겼다.
수리비 이야기는 빼고, 햇살 좋은 거실, 평화로운 정원,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집이라는 장점만 꾹꾹 눌러 담았다.
틀리지 않으려고 집중해서 약 30분간 적었지만… 결국 틀려서 수정테이프를 한 번 썼다.
볼펜을 꼭 쥔 손가락이 땀에 미끄러울 정도로 긴장됐다.

에이전시에는 한국에서 챙겨 온 마스크팩 두 박스를 들고 갔다.
마스크팩을 건네니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결국 추천 네고 가격 1안, 2안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한국은 돈만 완불하면 다음 날이라도 입주할 수 있지만, 프랑스는 3~6개월이 걸린다.
살아보니… 이 나라는 뭐든 느리게, 천천히 간다. 납득이 안 돼도 적응하기로 했다.

며칠 후, ‘혹시 연락 왔어?’ 했더니 배우자 오빠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30분 후—
“여보 목소리 들었나 봐. 방금 메시지 왔어!”

우리는 같이 급한 볼 일을 마치고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배우자 오빠는 영어로 담당자와 이야기하며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나는 완벽히 알아듣진 못 했지만 그 웃음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전화를 끊자마자, 배우자 오빠는 말했다.
“1안으로 네고 받아들여졌대.”

프랑스에서도 진심은 통한다.
할 수 있는 걸 다 하면, 결국 해낸다.

오늘 우리는 화이트와인을 사서 집에서 파티를 할 거다.
비 오면 비 온다고 마시고, 안 오면 안 온다고 마시지만—
오늘은 진짜 이유 있는 축배다.


이제 또! 시작이다.
전문가의 손이 꼭 필요한 공사를 빼고는, 우리는 가능한 한 셀프로 고쳐보기로 했다.
넝쿨 담장을 정리하고, 햇살은 한가득 들이고, 정원엔 아이들이 껑충껑충 뛰어놀 트램펄린을 딱! 설치할 거다.

그리고 믿기 어렵지만—내년에 입주할 것이다.
여긴 프랑스니까.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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