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마트 6분 거리에서 경찰을 만나다
프랑스에 오자마자 시작한 건 운전이었다.
회사 다닐 때 지방 출장이 잦아 운전쯤은 문제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비 오는 날, 다섯 살 조카를 태우고 초행길 공단 삼거리에서 트럭과 크게 사고가 났었다.
다행히도 조카는 안전벨트 덕분에 몸은 튕겼지만 곤히 자던 잠에서 깨지도 않았다.
5살이었던 조카는 건강하고 이쁘게 자라 지금 고 2가 되었지만,
난 그때부터 운전은 ‘두려움’이 되었고, 특히 아이를 태우는 운전은 더 무서웠다.
가능하면 피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안 하고 살 수는 없는 노릇. 바쁜 배우자 오빠에게 모든 걸 맡길 수도 없으니 결국 내가 해야만 했다.
그날은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10분도 안 걸리는 까르푸 대형 매장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임시 신호등 앞에 조심스레 정차했는데, 내 뒤엔 오토바이 한 대. 두 명이 타고 있었다.
회전교차로에 진입해 빠져나가려던 순간, 그 오토바이가 내 차를 추월하더니 뒤에 탄 사람이 손짓했다.
“차를 세워라.”
경찰이었다.
심장은 쿵쾅거리고 손발은 떨리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뭘 잘 못 했지?"
그 순간, 둘째가 출발할 때 태웠던 카시트에 앉아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첫째인 제니에게 “카시트!!!”
제니는 번개처럼 동생 후니를 앉히고 안전벨트를 채웠다.
하필 그때 배우자 오빠에게 전화가 울렸다.
“오빠… 큰일 났어. 경찰이 나보고 차 세우래! 이따 얘기해!”
나는 급히 차에서 내려, 정중하다기보단 거의 두 손 모은 ‘굽신 모드’로 말했다.
“익스큐즈모아… 쥬 느 빠흘레 빠 프랑세… 데졸레…”
(실례합니다, 프랑스어를 못해요. 죄송합니다.)
경찰은 영어로 내 국적을 물었다.
“Where are you from?”
그리고는 프랑스어로 다시 되물었다.
“자뽀네? 치노아?” (일본인이냐, 중국인이냐?)
프랑스에도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물론 있지만, 대부분은 이 정도 수준이다. 그래서인지 나도 영어 좀 하면서 살아간다.
“꼬헤앙… 꼬헤엔.. 코리아입니다.”
“Have you driver’s license?”
나는 체류증, 한국 운전면허증, 번역 앱까지 꺼내며 말했다.
“죄송해요… 국제면허증은 집에 있어요.”
알고 보니 국제면허증이 없어도 한국 면허증과 체류증으로 확인이 가능했다. 평소에 이게 궁금했었다.
경찰은 남편 직장과 집 주소를 조회하여 확인한 뒤 손짓으로 회전을 그리며 말했다.
“작은 회전교차로에서 방향지시등 안 켰어. 벌금, 벌점, 그리고 면허 정지!”
나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데졸레… 플리즈… 케어풀리 드라이빙…”
잠시 후, 경찰은 웃으며 말했다.
“조심해! 오케이.”
벌금도, 벌점도 없이 끝났다.
- 프랑스의 회전교차로는 진입할 때도, 빠져나갈 때도 방향지시등을 넣어야 한다.
- 언어는 서툴러도 진심은 전해본다.
집에 도착하니 배우자 오빠는 믿기지 않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진짜였어? 난 장난인 줄 알았어.”
마트에서 집까지는 고작 6분 거리. 그 짧은 길에서 경찰을 만나다니, 나도 아직도 황당하다.
만 두 살인 둘째는 장난감 오토바이에 경찰관을 태우고
“우우~ 우웅~~” 하며 아빠에게 상황을 재연했다.
나는 옆에서 굽신굽신, “데졸레, 데졸레”를 연신 외치며 고개를 조아린다.
생동감 있는 상황극이 뭐라고, 이 상황에서 나는 연기까지 해낸다.
덕분에 그 이후로는 둘째가 스스로 카시트에 잘 앉는다.
그리고 나는 절대 방향지시등을 빼먹지 않는다.
왜냐… 경찰을 너무 가까이에서 만나봤으니까.
다시는 ‘잠깐이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프랑스 운전 TIP 3가지
회전교차로(Rond-point)에서는 방향지시등 2번!
진입할 때 → 우측 깜빡이
빠져나갈 때 → 진출 방향 깜빡이
국제면허증 없어도 한국 면허증으로 확인 가능
단, 번역 공증본이 필요할 수 있다. 국제면허증이 있으면 편리하지만, 필수는 아니다.
카시트 규정은 절대! 필수
만 10세 또는 키 135cm 미만 아동은 반드시 카시트/부스터에 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