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자라는 제니는 매일 웃기다
우리 제니는 9월에 만 10세가 된다.
쌍꺼풀 진 큰 눈, 길고 컬이 살아 있는 속눈썹 덕분에 어디서든 “눈이 참 예쁘다”, “속눈썹이 길다”는 칭찬을 받는다.
오른쪽 눈 아래 선명한 점도 있다. 거울을 보며 제니는 말한다.
“엄마, 이거 장원영이랑 같은 점 아니야? 나 이쁜 점인 것 같아!”
스스로 뿌듯해하는 모습이 참 귀엽다.
“저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코는 낮은 편이라 세워지길 바라고, 입술은 아빠를 닮아 도톰하다.
나는 “그래도 립스틱 바를 면적(?)은 나왔다, 다행이다.” 생각한다.
짧은 머리도 긴 머리도 잘 어울리지만, 단발의 애매한 ‘거지존’ 시기엔 꼭 고인돌 시대 소년 같다.
아빠는 시간이 날 때마다 “프랑스 평균 키는 따라가야지” 하며 다리를 주물러 준다. 그럼 제니는 거울 앞에서 묻는다.
“엄마, 나 아이유나 장원영 닮지 않았어?”
내 대답은 언제나 같다.
“울랄라~! 닮았지.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 똑같잖아~~~!”
제니는 공부보단 놀이가 먼저다.
수학은 여전히 어렵고, 책은 글밥 많은 것보다 만화로 된 책을 더 좋아한다.
특히 한국 수학은 문제 속 글이 너무 많다.
제니는 숫자를 만나기도 전에 글밥에 파묻혀 국어 시험을 치르듯 씨름한다.
글짓기, 일기도 힘들어하고, 보드게임은 배우기 전에는 싫어하지만 배우고 나면 누구보다 즐긴다.
즉, 배울 땐 힘들어도 익히면 누구보다 신나게 즐기는 스타일.
연산은 주 2회 정도하는 데 이마저도 안 하면 까먹기도 한다.
나는 그럴 때마다 놀라며 말한다.
“어머, 이게 뭐야?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은 기본 아닌가 했는데!”
제니는 아직도 역할놀이를 좋아한다. 두 살배기 동생 후니 장난감으로 놀 때면, 오히려 본인이 더 즐거워한다.
만 4세 때는 플로리스트 수업에 데려간 적이 있다. 꽃가위에 관심을 보이자 나는 직접 쥐어주며 말했다.
“조심해서 이 잎 잘라볼래?”
옆에서 다들 걱정스러운 말과 시선을 보냈지만, 나 역시 제니의 손을 눈여겨보며 지켜봤다. 제니는 집중해서 잘 해냈다.
“보호자와 함께라면, 새로운 시도도 가능하다.”
그림, 춤, 팔찌, 키링 만들기, 요리…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내는 걸 좋아한다. 특히 주방은 제니가 도운 날과 안 도운 날이 확연히 다르다. 종종 **“둘째처럼 키운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제니는 놀이터와 공원을 사랑한다. 점심을 집에서 먹고도 “도시락 싸서 나가자!” 한다. 먹는 데 진심인 아이.
공원에서 오리를 보고는 “왜 안 따라가? 우리 집 가자!” 하고 말을 건다.
남녀가 뽀뽀하는 걸 보고는 “엄마, 이런 데서 키스해도 돼? 몇 살부터 할 수 있어?” 하고 진지하게 묻는다.
사춘기는 언제 오는지, 가슴은 언제 큰지까지 묻는다.
우리 부부의 대답은 항상 같다.
“엄마 아빠는 아쉽게도 사춘기가 없었어. 제니도 없을 거야~!”
그러면 제니는 아쉬워한다. 마치 사춘기를 기다리는 아이처럼.
사춘기가 안 오면 사춘기인척 화를 내보고 싶은 걸까? 방문을 잠가보고 싶은 걸까? 제니와 이야기를 더 나눠봐야겠다.
또 어느 날은 머리카락을 한 올씩 모아 파일에 붙이고는, “빗겨주고 잘라서 앞머리 가발을 만들겠어!”라며 엉뚱한 실험을 한다. 우리 언니는 그런 제니에게 **“괴짜 과학자”**라는 별명을 붙였다.
제니는 아이돌이 되고 싶어 한다.
문제는… 우리 부부가 음치라는 것. (미안, 제니!) 지금은 잘 모르고 즐겁게 노래한다.
배우의 꿈도 있다. “엄마, 눈물이 안 나는데 안약 넣으면 안 돼?” 라며 내일 당장 오디션을 볼 기세다.
그 진지함에 난 웃음이 난다.
프랑스에 와서는 외국인 학생이 10명 이내인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다.
한국인은 제니 혼자. 아시아 학생도 손에 꼽는다.
처음엔 친구들이 영어, 불어, 바디랭귀지로 도와줬다. 언어 때문에 서운한 순간도 있었지만 금세 회복하고 즐겁게 어울린다.
외국인 전담 선생님은 제니를 **“수줍고 조용하다”**고 했다. 하지만 밖에서 뛰노는 모습을 보곤 놀라며 말했다.
“활발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어떤 모습이 제니인 거야?
나는 제니가 스스로 하고 싶은 걸 직접 해보며 배우길 원한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 그게 진짜 독립이라고 믿는다.
아빠는 의사나 변호사, 건축가 같은 전문직을 바란다.
제니는 자주 묻는다.
“엄마, 내가 뭘 좋아하는 것 같아? 나한테 맞는 직업은 뭐야?”
내 대답은 늘 같다.
“무엇이든, 네가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게 최고야.”
제니는 동생 후니를 무척 아낀다.
후니가 울면 달려가 안아주고, 가끔은 “후니 여자친구 못 만나게 할 거야!” 하며 질투도 한다. 나는 장난스럽게 말한다.
“후니 여자친구는 세미 있을 거야. 수세미~ 인정하고 받아들여!”
어릴 적 아빠와 떨어져 지낸 덕분인지, 제니는 내 기분을 잘 살핀다. 집안의 작은 해결사이자 중재자. 잘한 점과 못한 점을 솔직히 말하는 건, 매일 저녁 뉴스를 함께 본 덕분일지도 모른다.
프랑스로 이주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말했다.
“제니는 프랑스가 잘 어울릴 거야. 자유롭잖아.”
공부는 좋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못하지도 않는… 그 어중간한 어딘가에 있는 아이.
나는 믿는다. 언젠가 제니에게도 전환점이 찾아올 거라고.
무엇이든, 어디서든 야무지게 잘 해낼 아이.
곧 만 10세 소녀 제니.
속눈썹은 길고, 마음은 단순하며, 하루하루가 작은 모험으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