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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성의 불량이 Nov 06. 2023

나의 쓸모에 갈피를 꽂는 것.

글을 쓰기 시작하고 나의 시간에 갈피를 꽂고 있다.

 이런저런 내 생각들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이게 필요하면 이걸 하고 저게 필요하면 저걸 하고 심지어 누군가 필요하다면 그걸 했다. 내가 쓸모 있어 보이는 곳에서 찾아주거나 아니면 일부러 찾아가 최선을 다해주고 싶었으며, 그렇게 나의 쓸모를 찾으려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내가 뜻한 바와는 다르게 흘러가 방향을 잃거나 잘못되면 돌이켜보려, 극복하려 노력했다. 나는 물론 나와 함께한 이들 모두에게 힘든 과정을 겪게 하며 이겨내려 애썼다. 그러다가 큰 걸림턱에 부딪혀 넘어졌다. 

 오랜 나의 쓸모가 없어 보이는 때가 생겼다. 

 자책과 결핍은 스스로의 상처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게 한다. 상처 낸 곳에 소금을 뿌리고, 파스를 바르면서 더 큰 고통으로 밀어 넣고 오히려 덧나서 흉터를 만들기까지 한다. 

 걸림턱에 걸려 넘어진 순간,  날 넘어뜨린 걸림턱에 그리고 그 순간에 갈피를 꽂기로 했다. 일단 꽂아 놓고 다른 쓸모에 매진해 보거나, 꽂아 놓은 갈피를 외면하다가 멀찍이 떨어져 다시 쳐다보기로 했다. '내가 쓸모 있는 사람으로 보이기 위했던 것인가? 아니면 쓸모의 역할을 다하고자 한 것인가?' 쓸모의 역할을 하고자 했다면 그 역할은 내가 다시 결정하면 되는 것이고, 내가 하고자 할 때 쓸모 있으면 된다. 두려움과 걱정은 쓸모없어 보이는 사람이 될까 봐 생기는 것이다.

 이런 생각들을 정리하기 위해 잘 쓰지 못하지만 글을 써보기로 했다. 나의 생각과 행동 중간에 몇 개가 될지 모르겠지만 갈피를 꽂아보려 한다. 그러다 완독 하거나 완성하는 순간 갈피를 뺄 것이다. 그 완성이 하나가 될지 백개가 될지 아직 모르지만 아직 난 만나지 못했다.  넘어진 곳이나 너무 좋았던 곳에 갈피를 꽂자 그리고 글을 쓰자 그래서 비슷한 다른 곳에선 다신 넘어지지 않고 행복했던 곳은 상기하고 되풀이되도록 하자.

난 아직 쓸모라는 명사에 반의어를 찾지 못했다.


 오늘도 난 나의 쓸모에 갈피를 꽂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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