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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만은방랑자 May 08. 2017

가우디의 도시에서-3

바르셀로나 여행 Day3 - 가우디의 선물 

 가우디가 이 도시에 주고 떠난 선물은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 도시를 찾는 이유가 되었다. 바르셀로나 관광의 절반은 가우디라고 할 만큼 가우디 없는 바르셀로나는 상상하기 힘들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구엘 공원을 둘러본 우린 도시 곳곳에 있는 가우디의 다른 작품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사실, 바르셀로나에서는 가우디 투어가 유명한데, 이 투어를 활용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나는 웬만하면 투어를 선호하지 않지만(단체로 몰려다니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투어를 활용하면 편한 것은 둘째 치고, 그 유적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우디의 작품을 따로 이해하기보다는 투어를 통해 연관성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파악하면서 여행을 더 풍성하게 만들길 권한다. 결국은 아는 만큼 더 볼 수 있을 테니까.


 난 그런 것에 별로 개의치 않기 때문에 직접 찾아보고, 아니면 있는 그대로 감상하고 만다. 내 여행은 언제나 단순하니까.


 우린 레이알 광장에 있는 가로등을 보러 갔다. 사실 일부러 보러 간 것은 아니고, 지나가는 길에 발견한 광장이었다. 레이알 광장에는 분수대 근처에서 여유롭게 햇살을 즐기는 관광객들과 열심히 사진을 찍어대고 있는 관광객들이 바글바글했다. 한편에서는 식당 앞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식사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여유로움을 바라보며, 바쁘게 여행지를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 우리를 돌아볼 수 있었다. 

'여행은 여유롭게 해야는데..'


레이알 광장에 있는 가로등은 가우디가 청년 시절에 설계한 것이다. 가로등이 특이하긴 했지만, 이 가로등을 보려고 멀리서 일부러 올 필요까진 없어 보인다. 레이알 광장은 그래도 올 만한 가치가 있다. 만남의 광장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데, 실제로 사람들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만나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와 분수대의 물소리가 광장을 메우면서 즐겁고 쾌활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볼 게 많다고 재촉하는 급한 마음을 달래고 지친 발걸음을 쉴 수 있는 공간이랄까. 

 


 다음으로 카사 밀라를 갔다. 카사 밀라와 카사 바뜨요는 가우디 투어에서 빠질 수 없는 건물이다. 시간 관계상, 카사 밀라만 들어가 보기로 했다. 채우려고만 하는 여행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맛있는 음식도 남김없이 입 속에 집어넣었을 때, 그 맛이 반감된다. 다음 방문(언제가 될지 모르지만)을 위해 생략할 수 있는 여행을 하자는 게 나의 여행 원칙이다. 


 바르셀로나의 명품 거리 Passeig de Gracia를 걸으면 말끔하게 차려입은 세련된 사람들이 쇼핑백을 들고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눈길을 사로잡는 브랜드의 행렬을 따라가다 보면 까사 바트요와 까사 아마트 예르가 나온다. 까사 바트요는 안토니 가우디의 작품이고, 원래 이름은 까사 델 오소스로 번역하면 뼈의 집이라고 한다. 실제로 건물 외벽을 보면 발코니와 입구에서 동물 뼈의 형상을 관찰할 수 있다. 건물 외벽이 세라믹 타일 파편으로 모자이크 장식으로 만들어져 독특하면서도 예뻐 보인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 가우디는 역시 까사 바트요의 테마를 바다로 잡았다. 외관에는 바르셀로나의 수호성인인 세인트 조지의 전설을 담고 있다고 한다. 용과 싸우는 기사를 바르셀로나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여기에도 그 테마를 입힌 것이다. 지붕은 용의 비늘을 연상시키고 발코니와 기둥의 뼈들은 시체의 뼈를 연상시킨다. 가우디의 환상적인 색채감과 스토리텔링 능력, 재료를 변형시키는 능력이 돋보이는 건물이었다. 


 바로 옆의 까사 아마트예르는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인 호세프 푸이그이카다팔츠크의 작품이다. 독특한 외벽이 눈에 띄는 건물로, 바로 옆의 까사 바트요와 확연히 구분되는 양식을 보인다. 모던 고딕 양식 건축물이라고 한다. 



 북쪽으로 몇 분 걷다 보면 까사 밀라가 등장한다. 바트요는 바트요라는 사람을 위해 지어진 건물이고, 밀라는 밀라라는 사업가를 위해 지어진 건물이라고 한다. 까사 바트요의 아름다움에 반한 밀라가 공동주택사업을 밀라가 가우디에게 의뢰하게 되어 지어진 건물이 까사 밀라이다. 이름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다. 이름이 예쁜 사람들을 위해 지어져서 천만다행이다. 직선 형태를 띠는 당시 대부분의 건물과는 달리 까사 밀라는 역시 곡선을 사랑하는 가우디의 손을 거쳐 '멈추지 않는 선'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아름다운 물결 같은 선을 건물 전체에서 보여주고 있다. 각 층마다 검은 해초로 난간을 장식했고 그런 모습이 바르셀로나의 해안을 떠올리게 했다. 물결치는 곡선은 외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내부로까지 이어진다. 가우디는 그 어느 건축가들보다 섬세한 상상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환기구나 계단, 복도, 조명, 입구까지 그 어느 한 부분도 소홀히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완벽하게 보였다. 다른 건물은 몰라도 까사 밀라는 꼭 내부로 들어가 보라고 권하고 싶다. 

 까사 밀라의 하이라이트는 옥상에 있기 때문이다. 수호신을 조각해 놓은 옥상은 그 어떤 곳에서도 목격할 수 없는 독창적인 풍경을 볼 수 있다. 관광객들이 사진을 남기기에 이보다도 좋은 곳이 있을까. 수호성인들이라고 하는 이 조각들의 정체는 굴뚝과 환기탑이다. 가우디에게는 굴뚝과 환기탑도 그냥 내버려둘 수 없는 부분이었다. 외계인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굴뚝을 보면서 우리는 새로움을 마주하는 데서 오는 충격과 감탄에 휩싸였다.  

 내부에는 가우디가 영감을 얻은 원천을 설명해주는 박물관이 있다. 가우디는 항상 자연, 자연, 자연이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었던 그는 독창성을 중시하면서도 실용성을 잊지 않았다고 한다. 의자가 대표적인 케이스인데, 그가 디자인한 의자는 미적인 요소와 더불어 앉을 사람을 생각한 사용자 중심적인 실용적 의자라고 한다. 

 까사 밀라 내부를 구경하고 나오니, 아쉬움이 고개를 들었다. 나의 두 번째 바르셀로나 여행도 역시 여백을 많이 남겼다. 바르셀로나의 매력은 어디가 끝인가. 안 가본 곳도 너무도 많은 바르셀로나. 살아 숨 쉬는 듯한 활기찬 도시.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완성이 현재 진행형인 것처럼 바르셀로나 역시 계속해서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도시 같다. 세 번이고 네 번이고 가고 싶은 도시 바르셀로나였다.

마지막 밤의 맥주. 바르셀로나의 모리츠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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